[팩트체크]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사금고화 우려,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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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사금고화 우려, 사실일까?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6.1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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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4중의 안전장치 특례법에 마련...사금고 전횡 사실상 불가능해
대주주 지위 이용한 경쟁왜곡 주장...영향력 행사 금지 조항 명시돼
일반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부당거래 방지 제도 비교. 사진=매일일보
일반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부당거래 방지 제도 비교. 사진=매일일보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금융당국과 여당이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법 개정 검토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반대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하는 안전장치가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과도한 우려보다는 특례법 제정 취지에 맞는 규제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 논의가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 자격 완화가 재벌대기업의 인터넷은행 지배를 용이하도록 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통한 대기업의 사금고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6조부터 10조까지 건전경영 유지의 관해 자세히 규정하며 재벌의 사금고화가 불가능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대주주와의 부당한 거래 방지 제도는 은행법이 과거 강력했지만 현행법 중에서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강력한 상황.

◇인터넷은행 특례법, 대기업 대출‧대주주 부당한 영향력 강력 금지

제 6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임에도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반은행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와의 거래시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신용공여가 가능하며, 자기자본의 1% 이내로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신용공여, 지분취득, 부당한 영향력 행사, 불리한 조건의 거래 제한 등이 모두 전면 금지돼 있다. 심지어 10조에는 대주주는 대주주란 이유로 인터넷은행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없으며,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의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인터넷은행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등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조목조목 금지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경쟁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반대를 고려해 특례법에는 이미 이 같은 금지 조항이 있다. 제10조 3에는 대주주의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과 관련해 신용공여를 조기 회수하도록 요구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은 가능하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은행은 점포가 없는 100% 비대면 거래로 운영돼 중소기업 대출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례법에는 중소기업 대출 영업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대출시 필요한 매출 자료 등의 법인 서류 제출, 기업 실사 등은 대면거래가 필요해 중소기업 대출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것.

결국 1기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3분기에 예비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2기 인터넷은행들 모두 개인신용대출만 취급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 소호사업자 등은 법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분류돼 이들에 대한 대출은 가능하다. 다만 대기업 대출을 할 수 있는 기능 자체는 없으며, 중소기업 대출도 비대면 영업 구조에서는 은행 규모의 진행이 어려운 것이다. 

특히 특례법은 규제완화 적용 대상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의 진입을 차단했으며, 정보통신업에 전문화된 ICT기업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사금고 논란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과거 재벌들이 저지른 부작용에 얽매여 금융, 통신, 유통 등 산업 간 벽이 세계적으로 허물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여전히 인터넷은행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국내에 출범한지 벌써 4년이 지났지만 매번 이슈가 나올 때마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며 “자꾸 ‘재벌의 사금고화’가 인터넷특례법 개정 반대 근거로 나오는데 지난해 특례법 제정시 3중, 4중의 안전장치를 못 박아서 산업자본이 사금고화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고, 지금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제정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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