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낀 한국]‘새우등 터질라’…‘불확실성’에 업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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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에 낀 한국]‘새우등 터질라’…‘불확실성’에 업계 ‘신음’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06.12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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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제재에 韓 동참 요구…中, 삼성·SK 불러 ‘경고’
‘사면초가’ 빠진 한국 산업계…반도체·조선·항공 등 악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놓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 항공 등 대부분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놓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 항공 등 대부분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 쇼크’로 장기화 국면을 맞이한 미중 무역전쟁의 뜸바구니에서 자칫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한미 동맹’ 등을 앞세워 한국 정부에 대해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무역 대국 중국은 국내 기업들에게 미국의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이라도 놓치면 사업구조를 다시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로소프트(MS), 델, ARM 등 국내·외 기업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對)중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 등 부처가 4~5일 글로벌 기술기업을 불러 이같이 면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신뢰할 수 없는’ 해외기업 명단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며 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길들이기에 나섰다. 자칫 명단에 포함되면 중국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택일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분야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에 놓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호재를 맞을 수 있지만, 세계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측면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하락국면에 들어간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미중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을 맞으면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D램 가격이 3분기 10~15%, 4분기 10% 등 하반기에 최대 25%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업계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 사업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하는 TSMC보다 거래가 없는 삼성전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전 분야는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면서 다소 호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화학·정유 업종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정유 제품에 대한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선분야도 표정이 밝지 않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이 가로막히면서 전세계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물동량이 감소, 선박 발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향후 경기가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전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항공 화물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5월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화물은 총 22만9000톤으로 전년대비 7.7%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미중무역분쟁의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분기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로 해당 중국산 제품 수입은 24.7% 감소하고 한국산은 2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간 교역 감소에 따른 중간재 수요 하락, 성장 둔화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에도 중국산이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되는 무역전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투자 및 소비 둔화, 금융 불안, 중국의 아세안 수출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한국의 수출 피해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경제 강국이 충돌하면서 관련 업계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해도, 향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서계경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 기대보다 우려감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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