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대응' 강조한 이주열 총재, '7월 금리인하설'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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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대응' 강조한 이주열 총재, '7월 금리인하설' 대두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6.12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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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변화·경제지표 등 인하 출구 확보한 한은…전문가들 "이르면 3분기 인하"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인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인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결국 '금리인하 카드'로 방향을 틀게 될까.

금리 인하 압박에도 "이르다"는 입장만 반복했던 그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반도체 경기 부진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묘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화정책 확장을 주문하는 안팎의 요구와 압력에 아직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어온 이 총재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전체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란 이 총재의 표현이 등장한 것은 경기회복이 더디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 인하 카드도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전문가들은 빠르면 다음달 18일 열리는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인상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4차례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한국 경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는 전에 없던 문구를 새로 쓰며,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이 총재의 금리인하 부담감을 줄어들게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의 기준금리(연 1.75%)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연 2.25~2.50%)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준금리를 더 내리면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었는데, 그 위험이 낮아진 상황이 된 점은 이 총재에게 새로운 출구를 열어두게 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 행진인 수출 등 최근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대목도 이 총재에게 외면할 수 없는 압박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발언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 맞다고 입을 모으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수의견도 나왔고 경제지표가 둔화한 데다 시중금리는 당장 인하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내려와 있다. 시간을 길게 끌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7월 내지 8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채권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며 "기존 4·4분기 로 전망하던 올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3·4분기로 조정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전 금통위 회의까지 관측된 기류를 고려하면 금통위원들이 한두 달 새 곧바로 정책변화를 실행하기보다 3분기까지는 경제 여건 추이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기는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작용 탓에 한은이 쉽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3분기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11월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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