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그대로 두고 차라리 사람 좀 더 뽑았으면 좋겠다”
상태바
“최저임금 그대로 두고 차라리 사람 좀 더 뽑았으면 좋겠다”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6.02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노동 강도 세지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어져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환호하던 청년들 ‘최저임금 동결’로 돌아서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최저임금 인상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식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최저임금 인상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은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규리 박숙현 김나현 조현경 기자] “최저임금 그만 올랐으면 좋겠다...최저임금이 오르고 나서 (주변에서) 인원을 많이 줄이는 걸 봤다. 여기도 일하던 사람이 그만두면 인원이 그만큼 필요한데도 추가로 뽑지 않아 극한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오르면 일자리가 분명히 더 줄어들거다.”

서울 송파구의 개인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인모(남·24)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됐으면 좋겠냐’고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학생인 그는 학기 중에는 주 4일을 일하고 방학이 되면 주 6일을 일한다. 그는 벌써부터 방학 때 일하는 게 걱정이다. “날이 더 좋아지면 손님들도 더 많아질텐테 인원이 적어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1~2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대선후보들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환호했던 그 청년들은 이제 ‘최저임금 동결’을 말한다. 아니면 ‘올리더라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무리한 인상은 안된다’고 말한다. 연속 두 차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부른 부작용을 온몸으로 겪었기 때문이다.

▮고강도 노동으로 고통...일자리 상실 위기감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는 목소리는 인씨의 경우처럼 최저임금 인상 이후 노동 강도가 세진 사업장에서 특히 높다. 부산의 빵집에서 일하는 최모(여·26)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나서 돈은 더 많이 받지만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과 동결하는 것,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면 (최저임금을) 그대로 두고 사람을 좀 더 많이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반대로 일거리가 줄어 고용주의 눈치를 보는 청년들 역시 ‘최저임금 동결’을 외쳤다. 경기도 남양주시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여·23) 씨는 “요즘 장사가 너무 안된다. 물가도 오르고 장사도 안되는 상황에서 인건비로 돈이 많이 나간다. 사장 입장에서는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며 “주휴수당도 챙겨줘야 하는데 여기서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내)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시급이 오르고 나서 근무시간이 오히려 더 줄었다”며 “바쁜 시간대만 잠깐 쓰려고 2~3시간 정도만 고용하는 곳도 많다. 그렇게 따지면 시급이 오르건 그대로이건 내 입장에서 받게 되는 금액은 똑같다”고 했다. 그는 “예전 다른 카페에서 일할 때 ‘부담되면 주휴수당은 안받아도 된다’고 한 적 있다”며 “내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근로조건 악화될까 막연한 불안감 확산

울산의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여·25) 씨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그동안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일할 기회가 적어졌다. 고용주들에게도 너무 무리가 간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역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조모(남·20대) 씨도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알바 구할 곳이 없어졌다. 최근에는 무인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곳도 늘고 있다”고 했다. 서울 명동의 중식당에서 일하는 이모(여·20대) 씨 역시 “알바 하는 입장에서 예전에는 오르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 이후 업주들이 알바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알바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에서 일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의 대기업 계열사에서 사무보조로 일하고 있는 박모(여·25) 씨는 “시급제로 일하고 어차피 주휴수당도 잘 받고 있어서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랐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게 되면 여러 조건들이 바뀌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시간대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예전에 다른 알바를 했을 때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며 “그렇게 바뀌게 되면 차라리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는게 낫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신모(여·22) 씨는 “여기는 주택가라 손님이 많지 않아 일이 힘들지 않고 월급도 밀리지 않고 잘 나온다”면서도 “그런데 좀 더 길게 일을 하고 싶은데 사장님이 근무시간을 줄이려고 하지 늘려주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근무시간이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