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0년 최저임금, 새로운 체계서 결정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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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20년 최저임금, 새로운 체계서 결정돼야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6.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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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최저임금 오르면 일자리 구하기 더 어렵겠네. 지금 시급도 높다고 쪼개기 알바만 있는데"(몰러버), "최저시급 (지역별-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해 보인다(내이름은장덕구), "어쩌다 알바 공고나서 연락해도 씹히고, 면접가도 거절이고."(정신줄꽉), "최저임금 인상으로 회사고 직원이고 서로 힘드네"(헬노동자)

위의 대답은 알바생과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알바* 홈페이지에서 '2020년 예상 최저임금 예상치'를 묻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대한 댓글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2020년 최저임금을 '9000원 이하의 인상'으로 전망하면서 임금 인상을 반기기기보다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어떤 네티즌은 '알바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수혜자로 알려진 알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들대부분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이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심사위 구성과 과거 최저임금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은 매년 최임위 심의가 시작되면 노(9)·사(9)가 요구안을 제시하고, 막판에 노동계와 재계 중 한쪽이 퇴장하고 결국 공익위원들(9)이 중재안을 제시한 뒤 투표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이 위촉하는 공익위원들에 의해 사실상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국민들은 정권의 기조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사 협상에 따른 진정한 의미의 최저임금 결정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나왔었다. 앞서 2018년 16.4%, 2019년 10.9% 등 20% 가까운 최저임금 상승에 불만이 폭주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노사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변화시키는 방향의 입법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도 최임위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와 '결정위'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말 여당 의원(신창현) 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공익위원 7명 중 3명을 정부가 추천하고, 4명은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류장수 위원장 등 최임위 공익위원 8명이 모두 새로 바뀌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불만을 가지고 물러나면서 상황이 꼬였다. 게다가 패스트트랙 정국 등 비상 상황의 연속으로 국회 상임위가 열리지 못하면서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현행 법체계에서 정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9일 자신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에 대해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최저임금 결정에 공공연히 개입했다.

그러나 현행 최임위 구조에서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은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에 개입하고, 노사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과거처럼 노사 대화를 이끌 구심점은 없고, 과거의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또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2020년도 최저임금의 전망치를 내놓는 일이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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