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현대중공업, 불황에도 끄떡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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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현대중공업, 불황에도 끄떡 없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10.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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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2000년대 후반 들어 미국, 유럽 등의 잇단 금융위기로 세계적 경기에 불황의 한파가 찾아오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해빙의 시점을 알 수 없는 경기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착실히 내·외실을 다져나가며 빛을 발하는 기업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 중공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줄줄이 몰고 다니는 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이 있다.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 현대중공업 제공
창사 40주년 맞은 현대重, 신시장·신사업·신기술 3新 균형으로 글로벌 공략 강화
경기침체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 창의적 기술 및 공법 개발 등으로 세계시장 선도

올해로 창사 4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 ‘세계 최초 선박 인도 1억톤(GT)’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건조, 인도한 선박은 전 세계 49개국, 285개 선주사에 1,800여척으로, 세계 조선사와 국내 산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불황 속 선박인도 1억톤 달성…글로벌 경영 박차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성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해외 주요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중공업계를 선도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것. 특히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 휠로더 공장과 미국 변압기 공장을 잇달아 준공하며 최대 시장인 중국,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한 현대중공업은 올해 브라질과 러시아에 각각 건설장비 및 고압차단기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2011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브라질 건설장비 공장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 개최 등으로 인해 꾸준한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브라질 시장에 대한 본격 진출이자,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마련의 의미가 있다.

앞서 2011년 9월에는 러시아 연해주에 국내 기업 최초로 고압차단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총 400억원이 투자되는 이 공장은 고압차단기를 연간 250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이는 지난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 정부의 전력시스템 현대화 정책에 따라 전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적 기업과 손잡고 신사업 진출

현대중공업은 신흥 시장뿐만이 아니라 신수종 사업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월 7일 세계적 엔진 전문기업인 미국 커민스(Cummins)사와 건설장비용 엔진 생산법인인 ‘현대커민스’ 설립을 위한 계약서명식을 가졌다.

현대중공업과 커민스가 각각 50대 50의 비율로 총 6,600만불을 투자하는 현대커민스는 대구시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23,500평 부지 위에 연산 5만대 규모로 설립되며, 오는 2014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굴삭기, 휠로더 등 건설장비 수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핵심부품인 엔진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

현대중공업 최병구 사장은 “현대커민스 설립을 계기로 건설장비 분야 세계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오는 2016년까지 건설장비 부문에서 매출 91억불을 달성해 ‘글로벌 톱3’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글로벌 톱5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 매그너사와 ‘배터리 공동개발 조인트벤처 설립 서명식’을 갖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현대중공업과 매그너사는 공동연구개발 및 양산을 위해 총 2억불을 40대 60 비율로 투자하며,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 이르면 2014년부터 연간 1만팩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출을 통해 풍력, 태양광 산업과 연관된 전력저장장치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전력저장장치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생산된 전력을 미리 저장함으로써 날씨 상태에 따라 변동이 심한 발전량을 매 시각 유동적인 소비량에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태양광, 풍력 사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지난 2011년 4월에는 현대중공업과 프랑스 생고방사가 공동 출자한 현대아반시스가 충북 오창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박막 태양전지 공장 건설에 착수하기도 했다.

현대아반시스는 연간 100MW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며, 올해 하반기 중 완공 예정이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유리나 특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얇은 막 형태의 전지를 붙여 만드는 것으로, 기술적 장벽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미래시장 선점 위한 기술 차별화 노력 활발

현대중공업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차별화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

일단 현대중공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기술개발과 신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30여 년간 170여 건의 각종 공사를 수행하며 풍부한 제작경험과 우수한 공사수행능력을 쌓아 온 이 분야 강자다.

특히 해양플랜트 분야 대표적인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심해저 플랜트(Subsea)에 대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심해저 플랜트는 유럽과 미국 등의 몇몇 선진업체만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11일 지식경제부로부터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의 사업자로 선정돼,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플랜트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급성장세가 예상되는 심해저 해양플랜트 시장을 선도하는 데 필요한 해저·해상 통합 엔지니어링 능력 확보, 핵심기자재 개발, 해저 설치기술 확보를 목표로, 향후 6년 간 총 2000여 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총괄 주관사인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관련 기업과 연구소, 대학 등 총 5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선박용 친환경 설비 시장 선점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자체 개발한 ‘선박용 배기가스 저감설비’를 국내 최초로 선박에 공급하는 데 성공하며, 친환경 설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설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을 현대중공업이 독자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것으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6년 국제해사기구의 ‘TIER III(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가 발효되면 선박용 엔진의 배기가스 저감설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부터 건조되는 선박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TIER Ⅰ대비 80% 가량 줄인 1킬로와트(kWh)당 1·96~3·4그램으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6월에는 국내 최초로 독자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가스엔진에 대한 공식 시운전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이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과는 달리 중유(重油) 대신 LNG를 연료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며, 최대 1만 3000 마력까지 출력을 낼 수 있다. 특히, 디젤엔진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 이상 줄이고 유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97% 이상 저감(低減)시켜 세계 최저 수준인 50ppm을 실현했다.

이 엔진은 지난 2010년 5월 현대중공업이 개발했으며, 드릴십과 같은 해양설비와 선박은 물론 육·해상 발전용으로 사용 가능하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1972년 3월 23일 국내외의 우려와 반대 속에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서 조선소 기공식을 가진 이래, 고(故) 정주영 창업주와 임직원 특유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11년 만인 1983년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적절하고 과감한 투자, 창의적 기술 및 공법 개발 등을 통해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조선강국 대한민국을 선두에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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