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밀누설에 일침 놓은 윤상현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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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밀누설에 일침 놓은 윤상현이 옳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5.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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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그간 외교부를 둘러싼 기강해이 문제가 자주 있어왔지만 최근 발생한 ‘한미정상 통화록 유출 사건’은 ‘참사’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듯하다. 주미대사관 소속 고위급 외교관이 한미 정상간의 통화 내용을 야당 의원에게 유출해 국회에서는 이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로 경색된 국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얼어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을 ‘심각한 범죄’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자료를 넘겨받은 강효상 의원을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자유한국당에 출당조치까지 요구하고 있다. 28일에는 외교부 차관이 참석한 긴급외교안보회의를 소집해 강 의원을 강력 규탄하기도 했다. 한국당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굴욕 외교를 일깨워준 공익제보’라는 명분을 더하며 강 의원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운다 해도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같은 고등학교라는 학연을 이유로 담당도 아닌 직원이 업무상 파악한 국가 기밀을 강 의원에게 전달한 점은 기강해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국익을 위해 일하는 외교관이 본분을 망각한 셈이다. 정상의 통화 내역이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유출되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국가의 정상이 우리나라와 중요한 정보공유를 할까. 이번 사건으로 한미 간 신뢰관계에 금이 가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현직 국회의원이라도 예외로 삼을 수는 없다. 사건의 경위를 명확히 파악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을 다뤄야한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정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국익을 훼손한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3급 기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로 규정돼있다. 양국 정상 간의 통화는 3급기밀에 해당한다.

한국당 또한 자당 소속인 윤상현 의원이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던 말을 새겨 ‘견강부회’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교안보사안은 무엇보다 국익과 안보가 우선돼야하는 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우선 외교부는 기강해이가 또 도마에 오른 만큼 강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외교부는 해당 외교관과 강 의원을 함께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그간 외교부가 ‘거꾸로 태극기’ ‘구겨진 태극기’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이번 문제는 엄중히 다뤄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새로 부임한 조세영 제1차관은 취임사에서 이례적으로 ‘기강해이’와 ‘범법행위’를 언급하며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 조치와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하루빨리 외교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 내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관의 기본 자질인 ‘보안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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