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조조정] ‘노조 리스크’에 갇힌 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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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구조조정] ‘노조 리스크’에 갇힌 자동차 산업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5.27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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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 잠정합의안 부결…현대차·한국GM도 갈등 예고
구조조정 나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달리 강성 노조에 발목
부산 강서구에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 강서구에 있는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이 ‘노조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시즌을 맞아 또 다시 강성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미래 투자비용 마련을 위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나날이 심화되는 노사 갈등에 발목이 잡혀 걸음마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이날 하루 노조 대의원 34명을 지정해 주간 조와 야간 조 근무에서 모두 빠지도록 하는 지명파업에 들어갔다.

이번 파업은 지난 2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51.8%의 반대로 부결시킨 이후 처음으로 열린 파업이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018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다.

당시 노조는 전체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 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투표자 2141명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 공장에서는 찬성이 52.2%로 우세했지만, 영업부문 쪽에서 반대가 65.6%로 많았다.

노조는 또 이날 오전 부산공장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노조 집행부 등이 상주하는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회사는 노조 측 의견과 협상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본급 인상에 대한 양측의 이견차가 워낙 커 향후 교섭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노사 갈등은 비단 르노삼성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사측에 임단협 요구안을 보냈지만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 상견례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을 12만3526원 인상하고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정년 64세로 연장 △정규직 1만명 충원 등도 핵심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또 ‘차세대 차종 개발 후 생산공장 배치는 시장환경·수익성·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되 국내 공장에 최대한 우선 배치한다’는 기존 단협 조항에서 ‘최대한’이란 문구를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노조도 최근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통상임금(409만4000원)의 250%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포함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노사는 한국GM 신설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기존 단체협약 승계 문제도 매듭짓지 못한 상황이라 임단협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강성 노조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 문제가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한때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던 국내 자동차 산업은 현재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한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95만7402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803대) 대비 0.6% 줄었다.

생산량 기준으로 7위를 유지했지만, 전환배치나 생산 라인 조정 등 노동 유연성 부족으로 4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조에 휘둘려 경쟁력을 잃는 사이 글로벌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최근 사무직 10%에 해당하는 7000명을 오는 8월까지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폭스바겐도 5년간 관리직 7000명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지난해 북미 공장 5곳 폐쇄를 결정하고, 사무직의 약 15%에 달하는 80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자율주행과 전기·수소차 등 미래 시장을 위해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업체들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를 과감히 폐쇄하고, 미래차 개발 경쟁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과 설비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노조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후퇴시킬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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