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WHO 결정에 게임 넘어 콘텐츠산업 멍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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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WHO 결정에 게임 넘어 콘텐츠산업 멍 들라
  • 박효길 기자
  • 승인 2019.05.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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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부여를 포함한 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게임을 1년 이상 일상생활보다 우선하면 ‘게임장애’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번 WHO의 결정이 게임을 이용하는 자체가 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존 게임 이용자 대부분은 이번 WHO의 결정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심리’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주가가 빠지면 사람들은 폭락을 우려해 너도나도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팔아버리려 하는 ‘패닉셀’에 빠지기도 한다.

게임 과이용을 중독으로 본다면 그냥 평소대로 게임을 이용한다고 해도 가족들이 ‘혹시 내 아이도 게임중독이 아닐까?’라고 충분히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게임이용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고 가족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게임이용자가 성인이면 그나마 낫지만 미성년 학생이라면 더 항변하기 어렵다.

더 우려되는 점은 국내 게임산업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매출 규모나 e스포츠 등 다양한 면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은 세계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80.7%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59억2300만달러(6조6980억원)로 전년 보다 80.7% 증가했다. 2017년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6.2%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게임, 음악 등 콘텐츠산업 중 한류 수출의 절반 이상을 게임이 담당하고 있다. 게임장애 질병화로 게임업계에 수조원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이번 WHO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다. 문화산업으로서 게임을 생각한다면 우리 정부가 채택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다. 적어도 관련 업계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 된다면 차선이나 차악은 되겠다.

게임개발자 출신으로 유튜버 등 활동을 하고 있는 김성회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희곡이 있었다. 글을 눈으로 보고 싶어서 연극이 나왔다. 연극을 방안에서 보고싶어서 영화가 나왔다. 이제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고 싶어서 게임이 나왔다. 게임은 유해매체가 아니다. 인류의 놀거리가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게임을 없앤다고 공부하는 게 아니다. 과하게 게임하는 경우 있지만 윤리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문화는 문화로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게임에 재갈을 물리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등 콘텐츠산업도 퇴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G 기반으로 가상·증강현실(VR·AR) 등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도 요원해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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