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키움뱅크, 인터넷은행 ‘탈락’…“정부 의지에도 상당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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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키움뱅크, 인터넷은행 ‘탈락’…“정부 의지에도 상당히 미흡”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5.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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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자본 조달 능력 미흡…VC는 감점요인 되지 않아
키움뱅크, 사업계획 구체성 부족…당국 “3분기 재추진할 것”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토스뱅크와 키움뱅크가 국내 2기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토스뱅크는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는 출자 능력에,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에도 두 컨소시엄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오후 4시 임시 정례회의를 열어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은행업 예비인가 신청을 불허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의 혁신 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터넷은행은 필요하지만 이번 예비인가 심사에서 모두 불허돼 안타깝다”며 “은행은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경제의 주축이기 때문에 인가 절차를 최대한 공정하고 성실하게 심사한 결과 이번 불승인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27일 예비인가 신청을 마감한 후 신청자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자에 대한 심사를 벌여왔다. 이를 토대로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이들 후보를 대상으로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리스크관리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는 비밀리에 합숙심사를 벌여 최종 사업자를 평가했다. 

◇토스뱅크 ‘자본 조달 능력’ 미흡…금융당국 “VC는 감점요인 아니야“ 
먼저 토스뱅크는 자본금‧자금조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이번 심사의 고배를 마셨다. 금융당국과 외평위는 은행업 특성상 자금조달 능력의 결격사유는 치명적이라고 판단했다. 토스뱅크가 중신용·소상공인 위주의 상품을 취급하는 챌린저뱅크를 내세워 혁신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미치는 은행의 영향을 고려할 때 자본 조달도 중요하다고 심사했다.

앞서 토스뱅크는 인가 신청을 앞두고 거대 투자자인 신한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데다 현대해상, 카페24, 직방 등 주요 참여사들이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에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영업손실 444억7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바리퍼블리카에 투자한 외국계 벤처캐피탈(VC)이 토스뱅크 주주로 참여한 부분은 감점 요인이 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인가를 신청할 때는 혁신성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영 능력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키움뱅크 ‘사업계획 구체성’ 부족…“ICT기업 더 추가할 필요는 없어”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았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 모회사인 다우기술을 통한 IT 혁신성에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금융‧통신 노하우를 접목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기존 은행을 뛰어넘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만 할 수 있는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키움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금융과 ICT가 융합해 금융 혁신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키움뱅크의 경우 기존 금융회사인 키움증권에 인터넷은행을 얹어주는 모양새라는 것. 

금융당국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 모회사인 다우기술, SK텔레콤 등 ICT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이들 주주 지분율을 합하면 29%에 달한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이번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은 만큼 향후 키움뱅크가 인터넷은행에 재도전할 경우에는 ICT기업을 추가해 주주를 구성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 “혁신 금융 위해 3분기에 신규 예비인가 추진할 것”
다만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법 특례 취지와 혁신 금융이라는 정부 기조가 퇴색하지 않도록 오는 3분기 중으로 인터넷은행의 신규인가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탈락한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하반기에 재신청할 기회를 줄 예정이다. 

특히 인터넷은행에 새롭게 신청하는 사업자도 있을 수 있어 그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3분기 중으로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4분기에 예비인가를 낼 계획이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는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할 것을 예상하지 못해 낸 복안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조차 외평위의 결과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에 탈락한 토스뱅크와 키움뱅크는 이번 심사 과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곳이 여전히 의지를 가진다면 이번에 미흡하게 평가받은 부분을 보완해 다시 신청할 것으로 보이며 금융당국도 이번 심사 결과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사업계획의 혁신성(350점) △안정성(200점) △포용성(150점) △자본금·자금조달방안(100점) △대주주·주주 구성계획(100점) △인력·물적 기반(100점) 등 1000점 만점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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