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후판가격 동결에도 노조 리스크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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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후판가격 동결에도 노조 리스크로 ‘흔들’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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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와 상반기 후판가격 동결로 가닥…원가 부담 덜어
다만, 임단협 시즌 맞아 또 다시 불거진 노조 리스크는 해결과제
현대중·대우조선, 노조의 물적분할·매각 반대까지 겹쳐 갈등 최고조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 노조원들이 대책없는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현대중공업지부 노조원들이 대책없는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 후판가격 동결에도 쓴웃음을 짓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즌을 맞아 노조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물적분할(법인분할) 반대 투쟁까지 겹쳐 노사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조선용 후판가격을 동결하기로 잠정합의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판재류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25%를 차지한다. 철강업계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차례씩 조선용 후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후판가격은 작년 하반기 수준으로 동결되는 분위기”라며 “철광석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하반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당장 상반기 원가 상승 부담을 덜게 됐다. 올해 조선 3사의 예상 후판 소요량은 510만톤 내외로 알려졌다. 톤당 5만원이 추가로 인상되면 조선업계가 255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져야 한다. 선박의 수주에서 건조까지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해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가격 상승분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상반기 후판가격 동결에도 조선업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올해 임단협 시즌에 돌입하면서 또 다시 노조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갖고, 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기본급 6.68%(12만3526원) 인상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체계 개선 △현대중공업지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성과급 지급기준 변경 △하청노동자의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복지·안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된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인수합병 첫 관문인 물적분할을 놓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31일 임시주총을 열어 회사의 물적 분할을 승인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과 신설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하지만 노조는 물적분할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 조원대 부채를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돼 향후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안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물적분할이 주총을 통과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부와 별개로 물적분할 효력이 그 즉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6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22일 서울 상경집회에서 조합원 12명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돼 일부는 조사를 받고, 일부는 풀려나기도 했다. 노조는 임시주총이 열리는 오는 31일까지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첫 상견례와 단체교섭을 실시한 대우조선해양도 노조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은 물론, 매각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가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에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철회 △기본급 5.8%(12만3526원) 인상 △전 직급 단일호봉제 △통상임금범위 700%에서 800%로 확대 △여름휴가비 150만원 △성과급 지급기준 마련 △하청노동자 노조 활동 보장 △사내 근로 복지기금 50억원 출연 △정년 62세 연장 등이 포함됐다.

삼성중공업 노사도 다음달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노조가 기본급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역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노조는 지난 3년 동안 올리지 못한 기본급을 이번 기회에 인상해 기본급 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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