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분류 초읽기]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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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분류 초읽기] 게임장애 질병코드화 가지는 의미
  • 박효길 기자
  • 승인 2019.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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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자, 환자 취급으로 진료 기록 남으면 각종 진학·취업 등 사회적 불이익
게임업계를 중독매개체 생산업체로 인식…종사자 줄고 매출 수조원대 피해 전망
WHO 총회에서 ICD-11 게임장애를 질병코드 부여 논의에서 승인이 되면 게임이 중독매개체로 취급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DeviantArt
WHO 총회에서 ICD-11 게임장애를 질병코드 부여 논의에서 승인이 되면 게임이 중독매개체로 취급받게 될 전망이다. 사진=DeviantArt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게임 장시간 이용자가 정신질환자로 분류될 날이 다가온다. 게임 이용자의 피해와 동시에 게임업체는 중독물질 생산업체로 인식되게 된다. 게임산업이 고꾸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화를 포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안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B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WHO는 게임장애를 중독성 행동장애의 하나로 분류하고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ICD-11안 통과로 오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게임장애의 질병 분류가 가능해지게 된다.

앞서 국내 게임업계도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는 WHO의 ICD-11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협회는 이번 의견 전달을 통해 게임이용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실제 게임이용장애는 각 전문가들의 합의가 배제된 주제로 의학계나 심리학계 등 명확한 결론이 현재까지도 전무하다.

◇게임과몰입의 원인, 게임이용 시간 아닌 부모 과잉간섭

게임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이용시간이 아닌 다른데 있다는 조사도 있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최근 ‘2019년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서 ‘4년간의 여정-청소년과 게임에 대한 2천가지 기록’ 강연을 통해 “게임과몰입의 가장 큰 요인은 게임이용시간보다 자기통제력, 부모의 과잉간섭 등을 통한 학업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존장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게임이용장애의 근거로 제시되는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내·외부의 복합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대표 증상으로 제시되는 우울,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의 경우 공존장애 비율이 높아 기타 장애가 게임의 형태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승인이 되면 앞으로 게임을 오래하면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질병으로 확진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게임 이용자의 피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임장애에 대한 진료기록이 앞으로 게임 이용자의 진학, 취업 등에도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청소년문화공동체 필통

◇한류의 선봉 게임산업 추락 위기

한류의 중심 축인 게임산업이 고꾸라지면서 한국 콘텐츠산업의 위상도 흔들릴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은 세계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80.7%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59억2300만달러(6조6980억원)로 전년 보다 80.7% 증가했다. 2017년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은 점유율 6.2%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또 한콘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 중 게임은 56.7%를 차지했다. 이어 출판 9.4%, 만화 9.1%, 방송 7.2%, 음악 6.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른 콘텐츠 장르와 비교해 게임은 단연 독보적이다.

◇게임산업, 종사자·매출 곤두박질 

이러한 위치를 가진 게임이 술, 담배, 도박 등과 같은 중독을 일으키는 매개체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게임제작업체는 중독물질 생산업체로 사회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진다. 게임업계 종사자는 점점 줄어들고 매출도 수조원대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 질병코드화는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산업에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팀이 게임 제작배급 업체 147개(전체 매출 95% 차지)에 직접 설문한 결과 게임업체들은 질병 코드화가 되지 않을 경우 국내 매출, 해외 매출, 종사자 수가 2023년 14.8%, 2024년 14.2%, 2025년 11.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질병 코드화가 되면 각 22.7%, 16.9%, 15.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매출은 2023년 1조819억원, 2024년 2조1259억원, 2025년 3조1376억원의 손실이, 해외 매출은 2023년 6426억원, 2024년 1조2762억원, 2025년 1조902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업체들은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대’,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 도입 또는 강화’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질의 게임제작 인력 확충’을 우려하는 기업도 많았다.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좌우명 :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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