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디지털 퍼스트' 3색 전략…"변화해야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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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디지털 퍼스트' 3색 전략…"변화해야 생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5.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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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글로벌'·국민 '협업'·우리 '인재' 방점 둔 디지털 주도권 싸움 치열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이 디지털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시장 최고의 화두가 되면서 인재 확보, 인프라 구축, 기술 제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선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고객들이 오프라인을 떠나 온라인으로 대거 이동한만큼 디지털 역량이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고,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영업 원년’을 선포한 지난해를 기점으로 신한의 디지털 역량을 총집결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 쏠(SOL)'이 대표적 예다. 특히 신한은행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확장'을 위한 디지털 강화에 방점을 뒀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베트남 쏠'은 신한 쏠의 혁신적인 UI·UX를 적용해 사용편의성을 높였으며 간편로그인, 원클릭 송금, 연락처 이체, 맞춤메뉴 등을 현지화했고, 그 결과 출시 2개월 여 만에 현지 이용고객 5만 명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디지털 제휴 거점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다. 베트남 1위 SNS 사업자인 잘로와 손잡고 메신저 뱅킹을 통한 신용카드 가입 프로세스를 제공 중이다. 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최대 모바일 소비자 금융사인 아꾸라꾸와 손잡고 시작한 대출상품 '채널링' 마케팅을 통해 현재까지 1만 792개 계좌, 총 131억 루피아(원화 약 10억 7000만 원)의 대출 실적을 올리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 쏠은 맞춤형 상담 및 자산관리 영역으로 그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챗봇 '쏠메이트'는 페르소나 기법을 활용해 디지털 감성을 적용한 '쏠메이트 오로라'로 업그레이드 해 일 대 일 개인화를 통한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새로 론칭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쏠 리치'는 신한만의 특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각화를 통한 고객의 자산 진단, 개인별 퇴직시점, 투자금경험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025년까지 총 2조원 규모의 디지털 투자를 단행하고 디지털 인재를 4000명으로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은 DT 4대 전략방향도 수립했다. 우선 영업현장과 본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영업점 단말기 화면을 비롯한 은행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재편한다. 앞으로 직원들이 자신의 디지털 혁신 참여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디지털 지수'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 및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업종과의 디지털 제휴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 SK텔레콤과 제휴해 '갤럭시 KB스타폰'을 출시했다. LG그룹과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마곡페이 사업에 정산은행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NHN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 금융-비금융 서비스 연계, 데이터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지주를 통해선 핀테크기업 육성을 통한 혁신금융 실천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국내 최초의 핀테크 랩을 개소한 KB이노베이션허브는 현재까지 62개사를 기술 스타트업인 'KB스타터스'로 선정하는 등 스타트업 투자와 기술 제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전환의 중장기 방향타를 '열린금융(오픈 파이낸스, Open finance)'에 맞추고 있다. 개방형 생태계가 은행 경쟁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은행 고유의 순혈주의를 깨뜨리고 외부 디지털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외부와의 협업 가능한 영업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플랫폼·핀테크 기업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어 미래 디지털 환경을 주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도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중장기적으로 디지털금융그룹의 독자적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2월 기존 본점 내 근무 중이었던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직원들에게 본점 맞은편 남산센트럴타워 건물 내 별도 공간을 제공했다. 

앞서 손 행장은 올해 은행 경영계획을 수립 당시 "디지털금융그룹으 단순히 은행 내 여러 사업그룹 중 하나가 아닌, '은행 내 은행(Bank-in Bank)' 수준의 독자적 사업그룹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디지털 혁신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또 우리금융은 지난 3월 IT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ICT 기획단을 새로 꾸리고 IT 외부 전문가인 노진호 전 한글과 컴퓨터 대표이사를 전무로 영입해 기획단장을 맡기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플랫폼 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앞세워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은행권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생존과 직결된다"며 "디지털 주도권을 잡기 위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숙명이 됐고 이를 위한 조직, 인프라, 기술 협업 등 변화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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