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랐어도 실질소득은 제자리...가계에 소비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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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랐어도 실질소득은 제자리...가계에 소비 여력이 없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5.2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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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가능소득 -0.5%, 10년 만에 감소
가계대출 이자와 보험료 등 상승 영향
최저임금 인상해 가계 소비 늘린다는
소득주도성장 효과 없어 불신 더 높아져
자료=통계청 제공
자료=통계청 제공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돈을 벌어 실제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이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산층 근로자의 상여금 등 근로소득이 줄고 자영업자는 사업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계대출 이자와 보험료 등 내야할 세금이 대폭 오른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가 가계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소비 여력이 없어 '소득 인상-소비력 상승-경기 활성화'라는 소득주도성장 흐름이 실물경제에선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1분위 소득 감소폭 줄고 5분위 소득도 부진

23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 배율이 1년 전보다 0.15포인트 줄어 5.80배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2015년 이후 4년 만에 하락으로 돌아선 것이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하위 소득이 늘어난 게 아닌 상위 소득이 줄면서 분배지표가 완화됐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년 전보다 2.5% 줄어 감소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소득 상위 20%(5분위)도 2.2% 줄었다.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올해 1분기는 근로소득(-3.1%)과 사업소득(-1.9%)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실업금여 확대 등 정책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세 완화에 큰 영향을 미친 점도 분배율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정부 공적이전소득이 반영되지 않은 시장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적이전소득 합계)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9.9배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특히 2분위 계층이 1분위 빈곤층으로 전락한 지표도 보인다. 지난해와 달리 1분위 사업소득이 10.3% 증가한 이유에 대해 통계청은 "비근로자가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1년 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는데 어려우신 자영업가구가 2분위나 3분위에서 1분위로 좀 하락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2분위 자영업가구 비중이 떨어지고 1분위 비중은 올라갔다.

▮실질소득 0.8% 증가...근로소득 감소 영향  

시장에서의 소득창출 여력이 비상이다. 1분기 전체 가구(2인 이상) 명목소득은 월평균 482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늘었다. 다만 근로소득(월 322만1000원)은 전년보다 0.5% 늘어난 데 그쳤다. 가정 내 일을 하고 있는 구성원이 1년 전보다 0.3% 줄었고 올해 상여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이 영향으로 1분기 실질소득 평균도 전년 대비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업소득(89만2000원)과 재산소득(1만6500원),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지급 등의 비경상소득(2만3400원)은 각각 1.4%, 26.0%, 43.5% 줄었다. 특히 지난 분기부터 이어진 사업소득 감소세는 도소매·음식·숙박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과 일자리안정자금 등 정부의 소득인상 정책에도 자영업 부진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공적연금, 기초노인연금, 사회수혜금 등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1분위 공적이전소득은 1년 전보다 31.3% 늘어났다.

▮금융위기 후 10년 만 처분가능소득 감소

번 돈을 세금 등을 뺀 후 실제로 쓸 수 있는 가계 명목 처분가능소득은 1년 전보다 0.5%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분기(-0.7%) 이후 처음이다. 소득이 증가한 분보다 비소비지출(사회보장부담금, 이자비용 등) 증가분이 더 큰 탓이다.

소득증가 낮은 수준(1.3%)인 반면 비소비지출이 8.3%(월평균 107만 8000원) 큰 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구 간 이전지출도 1년 전보다 8.9% 늘어 30만8200원으로, 비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연금(15만3000원)과 사회보험(15만9900원)도 9.1%, 8.6%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이자 비용은 17.5% 증가했다. 다만 이자비용은 3분위 이상 계층에서만 각각 6%, 40.1%, 28.4%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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