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비수기인데”…항공업계, 고유가·고환율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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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비수기인데”…항공업계, 고유가·고환율에 ‘울상’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05.2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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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올 들어 29% ↑
최근 한달간 5% 상승한 원·달러 환율도 부담
불확실성 증가로 장기적 이익 전망 어려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제공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 2분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당장 2분기만 놓고 보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2분기를 맞아 비수기 등 여러 불리한 상황에서 실적방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로 여행객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당장 4월만 봐도 국제선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증가했지만, 둔화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특히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공급을 빠르게 늘려온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항공시장의 비수기로 탑승률과 운임 유지에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실제 4월부터 5월 현재까지 국내 LCC의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국제선 여객의 증가율은 작년과 비교해 둔화세가 뚜렷하다”며 “이는 국내 항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축소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슬롯(시간당 이착륙 횟수)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보잉 737기 사태로 항공기 도입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점도 항공사에게 부담이다.

지난 1분기 평균 배럴당 5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월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고, 4월 이후 지속적으로 배럴당 6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유는 올 들어 29.0% 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통상 유류비는 항공사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다. 유가가 10.0% 오르면 대한항공은 유류비가 3200억원, 제주항공은 390억원 늘어난다. 이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연간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한달간 5% 상승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정비비 등 외화로 지불하는 비용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환율상승(원화약세)은 수익성을 낮출 수밖에 없다. 또 여행객 역시 비용부담이 커지는 만큼 해외여행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시장의 성장에도 성수기와 비수기 간의 계절성은 오히려 확대됨에 따라 분기 이익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또 유가와 환율 등 항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변수의 불확실성 역시 증가하면서 장기적인 이익 전망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하반기부터는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과 B737 맥스의 도입 지연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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