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증시추락 여파, 환테크·회사채에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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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증시추락 여파, 환테크·회사채에 돈 몰린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5.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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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경제상황 속 환차익 노린 투자·회사채 사재기 기승
20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투자 시장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과 급락을 거듭 중인 국내외 증시로 인해 투자자들이 '달러화'와 '회사채' 시장으로 대거 이동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들이 '강(强)' 달러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는 일명 ‘환테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 위주로 이뤄지던 달러화에 대한 투자가 달러 강세 속에 중산층 투자자까지 보편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규모는 3월 말 129억5275만 달러(약 15조4100억 원)였지만 지난달 말 131억5664만 달러(약 15조6500억 원)로 한 달 만에 2억 달러가 늘었다. 환율 상승이 지속된 이달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더 빨라져 지난 17일 기준 135억2599만 달러(약 16조960억 원)까지 불어났다.

미국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 결제 금액은 약 20억7000만 달러(약 2조4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9% 정도 증가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환테크 수요에 맞춰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외화예금'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높은 금리혜택부터 환율상승시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달러보험 상품의 출시에 잇따르고 있다. 달러보험은 달러 또는 달러로 환산한 원화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도 달러 또는 원화로 환전해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시이율이 높은 편이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내릴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한편 강달러 장세가 이같은 '환테크'를 부추기고 있다면, 주식시장 부진은 자금 수요를 회사채로 몰리게끔 하고 있다. 

업계는 경기침체에 따른 금리 하락이 채권값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회사채 사재기’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회사채 시장에는 65조8680억원이 유입했다. 올해 유입된 금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57.5%나 급증했다. 대한항공(BBB+) 한화건설(BBB+) 두산인프라코어(BBB) 등 비우량등급 채권도 모조리 흥행에 성공하며 자금을 쓸어 담고 있다. 연초 이후 지난 17일까지 회사채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조862억원에 달한다.

채권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수록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지표가 부진한 탓이다. 2018년 5월 중순만 해도 연 2.31% 수준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말엔 연 1.78%로 하락했다.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67%까지 추락하며 기준금리(연 1.75%) 밑으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 1분기 성장률이 역성장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채권금리 상승 가능성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한 채권담당 관계자는 “현재는 장기금리 위주로 금리가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지만 단기금리가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이 제시한 연 2.5%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 사실상 금리 인하 신호로 보고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채권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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