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예비당첨자 대폭 확대…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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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예비당첨자 대폭 확대…실효성은 의문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05.20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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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예비당첨자 비율 80%→500% 늘려
“고분양가·잦은 청약제도 변경부터 해결해야”
무주택자 대출완화, 사전 무순위 불허도 대안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롯데건설 제공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견본주택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롯데건설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자산가들이 무순위 청약 물량을 독차지 하는 줍줍(줍고 줍는다의 신조어)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지역 예비당첨자 비율을 대폭 확대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청약 당첨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도이나, 당첨되더라도 높은 분양가에 고강도 대출규제 등으로 문턱이 높은 상황이어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일부터 새로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부터 예비 당첨자 비율을 기존 80%에서 500%로 확대한다. 대상지역은 서울 25개구와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대구 수성,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이다. 이번 개정은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아파트투유 청약시스템 개편 즉시시행된다.

국토부는 이번 청약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로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계약할 기회를 갖게 돼 계약율이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개선으로 현금부자나 다주택자의 무순위 청약 진입을 막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나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미계약분이 나오는 것은 주변 시세와 비교해 청약 메리트가 높지 않은 것 등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비당첨자 비율을 늘린다고 해서 청약 당첨자가 포기한 물량을 예비당첨자가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일단 넣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허수 지원도 많아 정당계약까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제도 개선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분양가와 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신규분양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이다. 또 잦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단지별로 꾸준히 10% 이상의 청약 부적격자가 나오고 있는데, 이번 제도 개선 때 국토부는 사업주체 홈페이지나 견본주택 등에 청약자격체크리스트 및 필요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게시토록 했을 뿐 시스템을 통한 청약자 지원책은 내놓지 않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64만7600원으로 1년 전보다 13.7%나 올랐다.

또 최근 강남지역은 3.3㎡ 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 시대를 목전을 두고 있고 강북지역에서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서는 물량이 속속 등장해 중도금 대출이 막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묶여 대출이 제한돼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국토부도 최근 분양시장에서 계약 포기 물량이 늘어나는 원인은 인근의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예비당첨자 비율을 크게 늘려 기회가 많이 돌아가게 한 것은 긍정적이나 이번 제도 개선은 무순위 청약의 부작용을 완벽히 커버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함 랩장은 “부적격 당첨이나 계약 포기 물량으로 인한 무순위 청약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어렵고, 본 청약 전 시장을 예열시키는 착시효과를 주고 마케팅에 악용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사전 무순위 청약은 제한하고 사후 무순위 청약만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한해 대출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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