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물갈이’ 요구에 지도부 벼랑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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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물갈이’ 요구에 지도부 벼랑 끝으로
  • 매일일보
  • 승인 2009.03.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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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입법전쟁 후폭풍… 민주 당권싸움 ‘전운’

민주당의 2차 입법전쟁 후폭풍은 ‘정세균 지도부 퇴진론’으로 거세게 몰아치면서 민주당 뇌관인 ‘丁-鄭 갈등’ 전면화, 즉 당권전쟁으로 불붙고 있다.

민주당이 2차 입법전쟁 후유증으로 펄펄 끓고 있다. 민주당 2차 입법전쟁 후폭풍은 ‘정세균 지도부 퇴진론’으로 거세게 몰아치면서 민주당 뇌관인 ‘丁-鄭 갈등’ 전면화, 즉 당권전쟁으로 불붙고 있다.


위기의 민주당은 일단 ‘완전한 항복문서’인 3.2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투태세를 다지고 있다.

3일 본회의를 무산시키면서 이날 정무위에서 통과된 금산분리완화, 출총제 폐지는 ‘날치기 통과’라고 주장하며 ‘원천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만일 3월 임시국회가 한나라당 단독국회이거나 민주당, 민노당을 뺀 친박연대, 무소속, 선진당 등 ‘보수당 단독국회'가 되었을 경우도 대비, 결사항전을 벌일 태세다. 뒤늦게 전열을 정비하고는 있지만 민주당 지도체제가 와해 일보직전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입법전쟁 대비 거의 없었다” 당권사수 투쟁에 ‘올인’ 비난
지도체제 와해 위기 속, 강경파 ‘물갈이’ 요구 목소리 높아
민주연대 ‘정동영 대표론’ 공론화, 정-정 세력 대결 움직임


지난 달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시도로 촉발된 이른바 2차 입법 전쟁. 정확히 5일이 지난 2일 민주당은 사실상 백기 항복을 한 셈이 됐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2일 오후 양당 대표 회동을 통해 방송법, 신문법, IPTV법 등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국회 문방위 산하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하는 방안에 타결했다.

이 타결안은 전날인 1일 김형오 국회의장의 주재로 열린 3당 교섭단체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안으로써 한나라당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타결안이다.

애초 국회 의장 중재안은 방송법,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미디어 법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4개월간 논의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2일 여야 당 대표 회동결과 4개월 논의는 100일로 줄었으며, 국회법 절차는 표결처리로 바꼈다.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도 민주당은 당 대표 신년기자회견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원외에서 구성할 것을 애초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원내에 설치하는 안으로 한 발 양보했다.

2차 입법전쟁을 치르면서 민주당의 무기력한 모습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지난 25일 국회 문방위에서 기습 날치기 직권상정시도를 당했음에도 바로 다음날인 26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도 이병석 위원장의 직권상정 시도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당시 민주당 문방위와 국토위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의 연이은 직권상정 시도에 대해 “이럴 줄 몰랐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지난 27일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에 의해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30건, 법사위에서 심사 중인 법안 97건 등 민생법안 100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며 본회의 개최를 촉구했으나 김형오 의장은 일방적으로 본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2일 오전 예정된 의장 주재 3당 교섭단체 대표 회동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최고위원, 김 의장 간의 회동으로 일방적으로 취소되면서 민주당은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원천적으로 상실 당했다.

이날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국회 방문은 민주당에 결정타를 날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한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실상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던 것.

김 의장이 미디어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해도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의원들의 암묵적인 지지가 없으면 본회의 표결이 부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으로써는 절호의 찬스를 잡은 셈이었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 수는 295명이고 한나라당 의원 수가 171명이지만, 국회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의 절반인 148명으로 한나라당 내 親박근혜계 의원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속수무책일 뿐이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 경위대에 둘러싸인 본청 진입 시도할 뿐이었고, 당 지도부 역시 김 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막을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굴욕적인 여야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언론노조 총파업 동력마저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파국으로 치닫던 2차 입법전쟁은 1일 새벽 의장 중재안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는 듯 했으나, 민주당은 다음날인 2일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굴복해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대로 ‘표결처리’안을 전격 제안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2차 입법전쟁에서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신문법 개정안, IPTV법 등 미디어법과 관련해 어느 하나 저지하지 못한 꼴이 됐다.

2차 입법전쟁, 백기 항복 민주당
남은 100일도 끌려가나? 

이처럼 1차 입법전쟁에서 승자였던 정세균 대표는 2차 전쟁에서는 완전한 패자가 되고 말았다. 얼토당토 않은 3.2 백기항복에 민주당 내 비난여론이 정세균-원혜영 지도부에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처음에는 한나라당의 정치일정으로 2월 입법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으로 알았고, 이상득 발언으로 고흥길 의원의 ‘미디어법 상정 시도’에도 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 없다는 입장을 믿었고, 그 다음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의 ‘국민과 공감대’ 원칙을 한나라당보다 더 믿었다.

그래서 이번엔 로텐더 홀도 점거하지 않았고, 상임위장 점거 농성도 자진해서 풀었다. 그러나 안이한 대비로 일관해왔던 민주당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1차 승리를 너무 만끽한 때문인지 정세균 지도부는 2차 입법전쟁 대비는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정동영 귀환에 맞선 ‘당권 사수투쟁’에만 혼신을 기울이다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정세균 지도부 책임이라는 데는 당사자들도 인정하지만 그 해법에 있어서는 민주당내 사정이 그리 간단치 않다.

당 지도체제 와해가 가져올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정세균 체제 퇴진은 4월 재보선을 치룰 수 없는데다가, 또 5월에는 원내대표 경선 일정이 잡혀있어 원내권력교체기에 당을 추슬러야 하고, 3월 열릴지도 모를 임시국회도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새롭게 당을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세균 대표가 책임 사퇴를 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정세균 지도부 전면 퇴진과 원혜영 원내지도부 퇴진론으로 입장차가 갈리기는 하나 이번 2차 입법전쟁은 여야 원내대표는 왕따시키고 여야 당대표가 협상 당사자였을뿐만 아니라, ‘굴욕적인 3.2 항복문서’는 정세균 대표가 박희태 대표에게 직접 들고 간 것으로 정 대표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듯하다.

정세균 퇴진론에 가장 강경파인 민주연대는 이번 기회에 ‘정동영 대표설’을 공론화시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정동영 덕진 출마’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어 민주당이 4월 재보선 후 5월 원내대표 경선 때 조기 전당대회까지 치루게 될 것인지 관심사다.

결국 2차 입법전쟁으로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공천문제로 불붙었던 ‘丁-鄭 세력대결’이 당권경쟁으로 전면화될 공산이 높다.

대권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정 전 대표의 경우 덕진 출마 명분을 쉽게 얻지 못했지만 이번 정세균 실패로 무너지는 ‘당의 재건’ ‘당의 개혁’을 위한 출마라는 명분을 내걸 수 있게 되어 정 전 대표의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동영과 연대하고 있는 민주연대와 김근태, 천정배 등 개혁그룹도 당 전면에 나설 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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