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는 박근혜… 대권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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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는 박근혜… 대권 ‘숨고르기’
  • 매일일보
  • 승인 2009.03.0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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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입법전쟁 거치며 친이-친박 밀월관계 구축

(매일일보=정치부) 2차 입법전쟁의 완벽한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쥔 여권은 집권2기 MB 개혁드라이브를 보다 더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국운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법안 문제가 본회의 통과를 남겨놓고 있고, 이후 남은 법안인 미디어법과 추경안, 금산분리완화 등도 지금의 기세로 여권은 밀어붙일 태세다.

법안 본회의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은 3일 본회의 공전 끝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는 했지만, 4월 재보선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여당 3월 단독국회’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원내대표 경선이 5월에 있어 4월 처리는 홍준표, 원혜영 원내대표나 각 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손을 들어준 상황이어서 친박연대와 무소속이 3월 국회 개회에 동의하면 충분히 여권 단독으로 열 수 있다.

친박세력 확대하고 계파통합 통 큰 정치 보여준 대권 노림수
법안처리에 당심 갈라놓으면 ‘역적’… 범 친이계 결속도 영향

한나라당은 3.2 승리의 기세를 몰아 2월 국회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정무위에서 날치기처리된 금산분리완화 등 91개 법안을 본회의에서 무더기 단독 강행처리할 방침이었지만, 금산분리완화는 처리가 무산되고, 출총제폐지 법안은 한나라당이 단독상정하며 이를 포함한 63개 법안만 본회의를 통과하고 2월 국회를 자정넘겨 마감했다.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의 본회의 출석 거부로 정족수 미달로 본회의가 한동안 공전되다가 민주당이 원천무효화를 주장한 정무위에서 처리된 금산분리 완화와 출총제 폐지 중 출총제만 한나라당 단독 상정으로 겨우 이날 자정을 넘겨 본회의 통과되었다.

3일 밤 나머지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하고 일단 2월 국회는 마감했지만, 앞으로 4월에 열릴지, 아니면 여권이 3월 단독 임시국회를 열어 강행처리 할지 여부가 정국 향배의 최대 관건이 되었다.

앞서 이날 오후 정무위에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개정된 은행법 개정안,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가 포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정책금융공사 설립법을 민주당 격렬한 반발을 한나라당 의원들의 ‘엄호, 사수’하며 아수라장 속에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킴으로서 수년간 논란만 거듭해왔던 대기업의 은행 진출이 결국 가능하게 되었지만 아직 은행법은 본회의에서 막혔다.

또한 문방위에서는 저작권법 상정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고흥길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로 산회되었다.

100일 유예조항을 단 최대 쟁점법안 미디어법은 ‘사회적 논의기구’에 대한 여야의 해석차로 100일의 지지부진을 예상케하고 있다. 여당은 ‘자문기구’로, 야당은 ‘여론수렴기구’로 개념을 규정짓고 있어 말싸움으로 어영부영 100일을 보내다가 3차 입법전쟁 때도 역시 한나라당 단독 강행처리라는 ‘힘의 정치’로 끝날 공산이 커보인다.

MB집권2기 개혁드라이브에 본격 시동을 걸려면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필수적이지만 한나라당은 마지막 골인점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다. 3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못하면 2월 국회 상임위 법안 강행처리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여권은 속이 탄다. 여권은 3월 임시국회를 열어 깔끔한 마무리를 지으려 하고 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3월 국회가 열리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위기의 3월 정국

그러나 여당 단독국회를 열어서라도 법안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인다면 정국은 3월에도 여전히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권으로서도 마지막 골을 못넣고 미진한 채로 있을 수도 없고, 그로 인해 본격적인 정치일정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4월 재보선, 한나라 당·협장 선거, 5월 여야 원내대표 경선 등 늘어서있는 정치일정에 대비하지 않을 수도 없어 3월 단독 임시국회라도 열어야 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박근혜 힘’이 또 한번 3월 국회 개원에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 친박연대와 무소속이 3월 개원에 동참하고 선진당도 여기에 합세하면 민주당, 민노당을 제외한 3월 임시국회가 ‘범 보수당 단독국회’를 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여권이 이처럼 3월 단독 국회 시나리오를 밀어부친다면 정국은 2월보다 더 극심한 여야 대치와 정국 파국 상황이 몰아닥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집권2기 시작조차 막았던 법안처리 문제가 아직 마무리는 안되었지만 가닥을 잡아가면서 조만간 집권2기 개혁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힘들다고 변화와 개혁을 멈출 수는 없다” “힘들다고 원칙을 버리고 우회할 수는 더더욱 없다”며 초강경 국정 개혁 의지를 견지했고, 2월 말 국정원 차장급을 전원 교체, ‘원세훈 국정원 친정체제’를 마무리해 정보 통치력을 강화했다.

또한 사정칼날로 반MB 정치세력에 대한 압박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전여옥, 차명진 폭행 사태로 여권은 ‘국회 폭력방지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고, 또한 3월 국회가 열리지 않는 때에 정치사정 한파가 몰아칠지 정치권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전여옥, 차명진 폭행사태 검찰조사,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 예정, 1차 입법전쟁 당시 폭력사태로 문학진 의원 재소환, 안희정 최고 정치자금법위반 검찰조사, 이광재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약식기소(확정되면 의원직 상실) 등이 대기상태다.

이렇듯 이 대통령과 여권은 국회에서 입법주도권을 장악, 정국주도권을 장악한 듯 하나, 정국 상황은 그다지 여권에 유리하지 만은 않을 듯 하다.

정국 상황, 여권에 불리해

이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금산분리완화의 은행법은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추경안, 미디어법도 여야 합의까지는 산너머 산이고 또한 경제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특히 3월부터 시작될 임투, 비정규직 투쟁 등 노동계 투쟁 등 민심은 MB를 더욱 이탈하고 있는 불안한 정국이어서 MB 개혁드라이브에 동력이 실려질지는 미지수다.

또한 MB개혁이 입법전쟁 처럼 무조건 밀어붙이기 식이 되고 ‘여권의 반테러’=‘공안통치’ 강화로 반MB세력과 국민 탄압이 본격화될 경우 여권에 민심의 역풍은 거세게 불 것이다.

두달 뒤 치러질 MB 중간평가 성격의 4.29 재보선에서 반드시 여권이 승리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4.29 재보선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2차 입법전쟁으로 한나라당은 얻은 것이, 민주당은 잃은 것이 많고 이러한 흐름은 이후 정국변화로 곧바로 이어질 전망이다.

2월 말까지만해도 2월 국회는 유야무야 넘어가고 각종 법안은 또다시 달을 넘겨 언제 처리될지 미지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여권의 무기력증을 질타하고 ‘똘똘 뭉치게’한 힘은 역시 ‘형님’이었다.

‘형님’ 이상득 전 부의장의 ‘더이상 무기력해서는 안된다’며 ‘이번엔 강하게 밀어붙여야한다’는 2월25일 발언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2차 입법전쟁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1차 전쟁 때 민주당에게 빼앗겼던 ‘로텐더홀 점거농성’을 선수치면서 한나라당이 기선을 제압하고, 전여옥, 차명진 의원의 ‘폭행’ 사태로 야권을 폭력범으로 몰면서 여권 기세를 파죽지세로 올리며, 1차 때도 그 위력을 보여줬던 박근혜 전 대표가 또 한번 그 진가를 발휘했다.

2일 ‘한나라당이 이번엔 많이 양보했다’며 한나라당 손 들어주기의 ‘100% 완벽한’ 박근혜의 ‘끝내기 결정타’를 날려 민주당으로부터 3.2 ‘항복문서’를 받아낸 여권은 단 1주일 만에 2차 입법전쟁의 완전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뭐니뭐니 해도 ‘이상득-박근혜’가 손잡고 2차 입법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데 의의가 크다.

역시 이상득, 역시 박근혜

또다시 확인된 것이지만 ‘역시, 이상득’, ‘역시, 박근혜’ 였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처음으로 한지붕 두가족이 아니라 ‘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는’ ‘하나의 한나라당’이 되었다. 이상득의 시작을 박근혜가 마무리 함으로써 두 사람은 멋진 콤비로써 호흡을 맞추며 신뢰의 손을 잡았다. 두 계파 수장의 화합으로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172석 거대 정당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하나로 똘똘 뭉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스스로 만끽하고 있다.

아마 이상득-박근혜 허니문은 3월 임시국회 개회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2월에도 흐지부지 될 뻔한 각종 법안이 강행처리로 급반전된 데에는 ‘청와대 사인’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 남아있는 미디어법, 은행법 등 각종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이 대통령의 집권2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청와대의 급박한 위기감이 이상득 전 부의장을 통해 당에 전달된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권에서는 법안처리는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던 2월 마지막에 예상치 못한 ‘형님’의 ‘돌격 앞으로’ 구호에 상황이 벼락같이 급반전되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전 부의장이 앞장선 강행처리를 옹호했고, 이 전 부의장은 박근혜 발언에 ‘잘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호평을 했다.

‘박근혜의 선택’에는 친이-친박이 1차 때 처럼 상극의 대치를 할 경우 당이 쪼개지는 것은 물론, 국정운영 자체가 파국으로 치달아 결국 여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박근혜의 선택’으로 한순간에 ‘이명박-박근혜 전쟁’ ‘여권 붕괴’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느냐의 문제였다.

박 전 대표가 이번에도 야당 손을 들어줬다면 MB 국정운영을 또다시 정면에서 막아서는 것이고 이것은 곧 ‘여권 붕괴의 책임’을 통째로 뒤집어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두 번씩 브레이크를 걸었다면 ‘고언’ 수준으로 이해했던 1차 때와는 달리 ‘박근혜의 전쟁선포’인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전쟁을 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특히 1차 때 당청 갈등으로 코드가 맞지 않게 돌아가던 때와 달리 2차 때는 ‘청와대 사인’이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선 박 전 대표도 최악의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호흡 고르기 나선 박근혜

전쟁보다 화해로 호흡고르기를 택한 ‘박근혜의 선택’에는 박 전 대표와 친박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친박 세력을 확대하고 대권 꿈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당심’을 얻고 친박에게 부족하다고 지적받아온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당장 경주 재선거와 당협위원장 교체가 달려있기 때문에 친이 반발 수위를 필요이상 높여 친박세력을 위축시키고 ‘분열세력’ ‘해당세력’으로 낙인찍히게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 1차전쟁 때 박근혜 발언으로 한순간에 참패한 친이는 당시 친박을 향해 대놓고 ‘배신자’ ‘역적’ ‘뒤통수’ 등등 험악한 분위기가 폭발 일보직전까지 갔었기 때문에 또다시 법안처리 문제로 당심을 분열시키고 파국을 만들었다는 책임을 뒤집어 쓸 필요가 박 전 대표에게는 없다.

뿐만 아니라 집권2기에 들어서면서 ‘범 친이’로 세력확장을 통해 똘똘뭉치고, 청와대 등 요소요소에 MB측근이 전면배치되는데다가 이재오 귀국 등 친이세력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는 위협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친이는 ‘정몽준’ ‘강재섭’을 박근혜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는 불안한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박 전 대표와 친박은 2차 전쟁 때 신중모드를 보이다가 결국 마지막에 당 지지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2차 선택’으로 어렵게 형성된 친이-친박의 화해모드를 쉽게 깨지는 않으려 할 것이고 당분간 양측은 허니문 기간을 갖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권싸움이 아닌 국정운영에 있어서 박 전 대표는 ‘협력’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당장 시급한 3월 임시국회에서 남은 법안 본회의 처리를 한다면 박 전 대표는 적극 나서서 당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2차 입법전쟁이 끝나고 다시 4월 재보선, 당협장 선거 등 당내 세력투쟁이 전면화되고 3월말로 늦춰진 이재오 귀국 시점이 되면 잠복되었던 ‘친이-친박 전면전’은 다시 불붙을 것은 자명하다.

이때가 되면 ‘이상득 상왕정치’에 대한 친박 측의 전면전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사실 2차 입법전쟁 시작 당시 ‘형님정치’ 문제가 전면화되었지만 박 전 대표의 사실상 ‘이상득 지지’ 발언으로 이 이슈가 물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한나라당내에서는 ‘형님’을 겨냥한 ‘정풍운동’ 필요성도 조금씩 거론되고 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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