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 엄습] 일본의 장기불황 전조와 유사한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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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공포 엄습] 일본의 장기불황 전조와 유사한 한국 경제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05.1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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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잃어버린 20년’ 올까…수출감소·내수부진·투자감소
하반기 수출 회복 ‘불투명’…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
최근 각종 경제 지표들이 바닥을 향하면서 한국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위축은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133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각종 경제 지표들이 바닥을 향하면서 한국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위축은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133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경제 불황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들이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면서 한국경제가 일본의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데에는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현재 한국 경제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0%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에 따른 수요부진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다. 이른바 '경기 불황의 서곡'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들어 수출은 감소하고, 내수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소비위축은 수요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장기불황을 이끌었던 요인과 유사하다.

일본은 소비 감소로 인해 내수는 악화됐고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지속적으로 물가가 내려갔다.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경제는 지난 1991년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2001년까지 경제성장률이 1.1%에 그쳤다. 이후 반등하는가 했던 일본경제는 최근까지 불황을 이어오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동안 경기부양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국민들은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한국경제의 기둥인 수출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는 6년9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 달러 흑자로, 2012년 2분기 이후 최저 규모다.

1분기 수출은 13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4% 감소했다. 분기별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대비 6.4% 감소했다. 조업일 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3.6% 감소하면서 하반기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는 31.8%의 감소세를 나타냈고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16.2% 줄었다.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제조업 경기전망지수와 △자본재 재고지수 △주가지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 물가비율 등 6개 지표를 통해 산출되는 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23개월 연속하락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각종 경제 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일본의 장기불황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1분기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빠른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하방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또 설비투자와 수출 등 주요 실물 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13일 발간한 경제동향에서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2022년간의 평균 잠재성장률은 2.5%, 2030년대에는 1%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잠재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공급 부문의 생산성 저하로 분석했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공급부문의 생산성 저하가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으며, 생산성의 하락추세가 빠르게 진행되면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수출이 힘을 잃고, 내수 부진에 투자가 감소하면서 경제의 동력이 상실되는 일본의 장기불황이 한국 경제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들 사이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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