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 살자고 입주민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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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건설 살자고 입주민 죽이나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3.06 10:24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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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벽산건설 마구잡이 할인분양 마케팅
아파트 25% 덤핑 분양 입주자 재산권 침해 부작용
단지내 분양팀 버젓이 마케팅… 시세 급락 ‘부채질’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벽산건설의 마구잡이식 아파트 할인 분양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큰 폭의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계약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어 기존 입주자와 계약자들의 재산권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 ‘벽산 아스타’에서 빚어지는 마찰이다.

최악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 벽산 아스타의 기존 입주자와 계약자들은 건설사의 일방적인 횡포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기존 입주자들은 수억원대의 아파트가 백화점 바겐세일 행사하듯 25%의 ‘떠리’로 팔리자 부동산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분양가의 10%를 손해 보면서까지 아파트를 팔기 위해 중개업소에 의뢰해도 벽산건설이 헐값 분양해 정상적인 거래 자체를 차단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기존 입주자들은 금융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수억원을 투자해 입주했지만 전세가 폭락과 경기 침체로 아파트 자산가치가 뚝 떨어진 가운데 할인 분양까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애태우는 입주자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계약자들의 90% 가량이 부산이 아닌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할인 분양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벽산건설이 공개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도 이 점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계약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 온천동에서 부동산업을 하고있는 최 모 사장은 "벽산건설의 세일 횡포로 자체 부동산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며 "벽산건설 횡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로는 입주민 ‘지원’센터
실상은 헐값분양에 ‘혈안’

하지만 벽산건설은 헐값 분양에 주력할 뿐 기존 계약자나 입주자들의 피해구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아스타 아파트 1층에 ‘입주민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존 입주민 지원 대책은 전무한 채 실제로는 버젓이 할인 분양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계약자 반발 등 부작용을 우려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할인 판매를 물밑에서 은밀하게 진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벽산건설이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 ‘벽산 아스타’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할인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아파트를 목표로 야심차게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분양률이 저조해 할인 분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스타는 지하 5층, 지상 48~52층 3개동 111~329㎡ 648가구 규모로 건설됐다. 단지설계도 타워형과 판상형을 결합한 3면 개방형 구조를 갖고 있다. 타워형으로 설계돼 112㎡형대는 2면, 154㎡형 이상은 3면이 개방된 구조다. 채광과 통풍 및 조망이 우수하고 전 세대가 남향으로 배치돼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입주를 완료했지만 2007년부터 주택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미분양 물량 처리를 놓고 고심해 왔다.

벽산건설과 부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온천동 벽산 아스타 아파트 입주민 지원센터에는 시공사에서 파견한 차장급 본사 직원 1명과 부동산 컨설팅 용역회사 31명이 근무하고 있다.

벽산건설 측은 지원센터가 경기 침체로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약자의 고충을 상담해 원만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분양계약을 해약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전세로 전환하거나 적정가에 팔아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벽산건설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사와 용역사의 해명과는 달리 지원센터의 주 업무는 분양가 할인 마케팅을 통해 미분양을 해소하는 작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5% 파격 분양할인 버젓이
정상가격 입주자 구제책 전무

실제로 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수차례 분양 상담을 받은 결과 이곳 분양팀은 25%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시하며 새로운 계약자를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분양가 4억8700만원 짜리 152㎡ 아파트의 경우 25%를 할인해 3억6500여만원에 분양 받을 수 있다면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식이다.

층수와 조망권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25%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특히 분양가가 10억원 이상인 중대형의 경우는 할인액이 2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아파트 거래 자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분양가보다 수천만원씩 낮게 팔아달라고 의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54㎡의 경우 분양가보다 훨씬 낮은 4억~4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그러나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동산 경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벽산건설 측에서 같은 평형의 아파트를 3억7500만원 정도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미분양 상태에 있는 이른바 ‘공과세대’를 소진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아스타 입주민들은 벽산건설의 파격 할인 분양이 고분양가에 이미 입주했거나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기 미분양 현상이 빚어지면서 일부 건설사들이 5~20%의 할인 분양을 하고 있긴 하지만 기존 입주민이나 계약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은밀하게 분양가를 낮춰주는 것과는 달리, 단지 내에 버젓이 사무실을 차려놓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여 아파트 자산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렸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형평성ㆍ재산권 침해 논란
“할인 소급 적용하라” 반발

이에 따라 정상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해 입주했거나 계약한 입주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 반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벽산 아스타 아파트 입주자 홍모씨는 “벽산건설이 새 계약자에게만 분양가를 깎아주는 바람에 집값만 더욱 떨어뜨려 기존 입주민은 진퇴양란에 빠졌다. 그러므로 재산 피해를 입은 기존 입주자들에게도 분양가 할인을 소급 적용해서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입주자 최모씨도 “미분양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가 자기들 살기 위해 기존 입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기존 입주자나 계약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건설사와의 마찰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고, 나아가 입주자 사이의 갈등도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기존 입주자들이 할인 분양을 받은 새 입주자들의 이사를 막거나 열쇠를 빼앗아가는 사태가 빚어져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벽산건설 측은 기존 입주자나 계약자들에게 똑같은 분양 할인 혜택을 소급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벽산측 “피해구제책 없다”
민사소송 등 분쟁 불가피

분양할인 등의 업무를 수탁한 용역사인 입주민 지원센터 본부장 전모씨는 “기존 입주자에 대한 피해구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백화점에서 할인행사를 통해 100만원 짜리 상품을 80만원에 팔았다고 정상가격에 산 사람들에게 20만원을 돌려주는 경우를 봤느냐”며 유통업계의 판촉행사에 빗대 엉뚱한 반박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지원센터의 업무에 대해서도 전씨는 “할인분양은 일부이며 중도금이나 잔금을 치르는데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들이 원만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미 98%가 분양돼 미분양은 거의 없는 상태여서 할인율도 5~25%로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전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 부동산업계와 입주민들은 벽산건설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벽산 아스타 648세대 가운데 50% 이상이 미분양 상태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이로 인해 수십명의 숙련된 텔레마케터들을 두고 분양가 파격할인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마디로 벽산건설은 입주자 불편을 도와준다는 미명 아래 입주지원센터를 세워놓고 미분양 세일과 기존 계약자들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미분양이 쌓이니까 건설사가 바겐세일 하듯이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고육지책으로 분양 할인에 나서고 있다”면서 “피해를 입은 기존 계약자들이 민사소송 등의 분쟁을 유발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계약자들은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벽산건설에 피해구제를 요구하는 활동에 들어갔다.(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ntiastar)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벽산건설 김희철 회장은?

경영부실 워크아웃… 2002년 졸업 후에도 질곡의 수난
경영권 회수때 도덕성 논란… 최근 오너경영체제 회귀

벽산건설은 그동안 김희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로 인해 재계 등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IMF 시절 워크아웃을 당했다가 2002년 졸업했지만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가 하면 장하성 펀드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받는 등 수난을 겪었다.

특히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김희철 벽산건설 회장이 경영권을 회수함으로써 부실경영의 책임이 큰 사람이 경영권을 되찾은 사례로 지목됐다. 김희철 회장은 계열사인 (주)인희를 통해 채권단 보유지분을 우선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사들여 워크아웃 당시 대주주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권을 되찾아 도덕성 논란을 불렀다.

벽산건설은 2006년 세무조사 당시 고분양가 책정 논란, 김희철 회장 관련 시행사의 땅 매입 등의 잡음에 시달렸다.

2007년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 논란에 휩싸이며 장하성 펀드로부터 개선 요구를 받는 등 외풍이 끊이지 않았다. 벽산건설 지분 5.40%를 취득했던 장하성 펀드는 최대주주인 (주)인희가 벽산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인희의 벽산건설 주식 20%(553만194주)를 무상 소각하고 두 회사의 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사회와 감사구조의 개선을 통해 투명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장하성 펀드는 지적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희철 회장은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1월 2년만에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하며 오너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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