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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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의 명암
  •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 승인 2019.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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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매일일보 김휘규] 요즘은 하천변이나 공원 등에 마련된 산책로나 자전거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재미있는 이동수단들이 눈에 많이 띤다. 과거에는 어린 아이들이 타던 ‘킥보드(Kick Board)’에 배터리로 구동되는 모터를 달아 움직이는 일명 전동 킥보드부터 바퀴 한 두 개로 구성된 각종 형태의 전동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자전거에 전기 모터를 단 전기자전거도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을 e-모빌리티(E-Mobility),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혹은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라고 부른다.

사실 이러한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들의 시초는 2001년 탄생한 세그웨이(Segway)이다. 세그웨이는 미국의 발명가인 딘 카멘(Dean Kamen)이 개발한 것으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제품이다. 출시 전부터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등 많은 유명인들로 부터 극찬과 함께 많은 투자 제의를 받았다. 특히 당시 쟁쟁한 투자 후보자들을 제치고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존 도어가 8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세그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2년에는 아마존에서 온라인 예약판매까지 시작했다.

세그웨이는 별도의 조정장치 없이 자이로스코프를 통해 몸의 이동으로만 차체를 제어 및 조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래형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003년에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조지 W. 부시가 세그웨이를 타다 넘어지는 장면이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수상에게 세그웨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중국 특수부대원들이 세그웨이를 타고 테러진압 훈련을 하는 사진이 홍보되기 했다. 세그웨이가 첨단 미래형 이동수단의 이미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 세그웨이는 비싼 가격과 각종 기계적 결함 등으로 대중화에는 실패한 제품이다. 6년 동안 고작 3만대가 팔린 것이 전부였다. 시장판매 실적만 놓고 보면 누군가의 지적처럼 ‘비싸고 예쁘기만 한 고급 쓰레기’와 같은 제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세그웨이 출시이후 전동휠을 기반으로 한 각종 이동수단의 개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그웨이 자체는 대중화에 실패했지만 세그웨이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시장을 형성 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개인용 전동 이동수단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를 주축으로 공유 이동수단 사업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인천 송도와 분당에서 시범운영중인 ‘카카오T 바이크’, 서울 마포와 신촌 일대의 ‘일레클’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여의도 홍대 인근의 전동킥보드 서비스인 ‘킥고잉’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차량 이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미래형 개인 이동수단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유경제 모델로 젊은 층들의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의 확산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부분이 안전문제다. 흔히 도로에서 마치 고라니와 같이 불쑥 튀어 나오는 자전거를 ‘자라니’, 킥보드를 ‘킥라니’라고 칭하는데, 전동형 전기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및 전동휠들이 확산되면서 이런 무분별한 운행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실제 야간에 하천변 자전거 도로에 나가보면 한 두건씩 각종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으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목격되곤 한다. 최근에는 심심치 않게 사망사고 뉴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런 이동수단들은 평균 20~25km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속도만 조금 느리다는 것뿐이지 엄밀하게 말하자면 원동기가 분명하다. 도로교통법상으로도 스스로 작동하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원동기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때문에 특히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을 타고 인도를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이런 이동수단들은 차도로만 다녀야 한다. 또한 이런 제품들은 엄연히 50cc 미만의 원동기이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면허나 2종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 하고 헬멧 등 안정장구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음주운전도 불법이다.

앞으로도 분명 이러한 전동형 개인 이동수단은 점차 확산될 것이다. 가벼운 이동수단으로 실용성이 높고, 스피드를 즐기는 취미수단으로도 매우 매력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당 제품에 대한 명확한 안전규정과 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2010년에는 세그웨이의 사주였던 지미 헤셀슨(Jimi Heselden)이 세그웨이를 타다가 절벽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고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사용자들의 안전의식 고취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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