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정성 보장 안된 불안한 ‘디지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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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정성 보장 안된 불안한 ‘디지털 혁신’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5.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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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연초에 내 건 올해 화두는 디지털 혁신이었다. 현재 증권산업은 핀테크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기술 등을 활용해 발전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과 관련된 전자거래 플랫폼이 확산하고, 저렴한 수수료의 주식중개 특화 핀테크 기업, 자동화된 알고리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확대,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형 토큰 발행·매매 플랫폼의 출현도 가시화됐다.

이들 오피스는 운영지원을 넘어 핵심 업무 효율화, 리서치 역량 강화를 위한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이 활용되는 추세다. 백 오피스는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절차(KYC) 의무 이행, 실시간 거래 감시, 컴플라이언스의 효과적 이행을 지원하는 기업간거래(B2B) 핀테크기업이 등장했다.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안정성면에서 높은 점수를 매기기가 힘들다. 올해 역시 대형사나 중소형사 할 것 없이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로 투자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전산민원은 다른 금융업권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2018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동향에 따르면 전산장애에 따른 민원은 증권업계가 유일하다. 증권사 민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식매매(22.9%)와 내부통제·전산장애(19.3%), 수익증권(5.6%), 파생상품 매매(3.7%) 민원이 주로 차지한다.

업계 맏형격인 미래에셋대우는 올 들어 두번째로 MTS 장애로 한 시간 넘게 주문 지연이 발생한 데 이어 복구 후에도 오류가 발생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08일에도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후 오류가 발생하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 접속장애를 일으켜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28KB증권도 MTS 일부 서버에서 시세 조회 지연 현상이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KB증권은 지난 1월에도 HTSMTS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해 이번이 두번째다. 올해 초 유진투자증권도 MTS에서 일부 주문창이 일시 장애를 일으켜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했다.

사실 증권사의 MTSHTS 도입은 한 참 전에 이뤄졌고, 지난 십 수 년의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자잘자잘한 전산장애가 많다는 것은 스스로가 보안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가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IT와 증권사의 협업 모델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금융당국도 증권사에 IT인력과 전산투자 비용을 고작 7%이내서 권고 하고 있다는 점도 현 상황에 맞게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금융시장 발전이 앞선 미국 같은 경우 증권사의 전산 투자비중이 전체 예산의 20% 이상 달하기도 한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보안보다 혁신이 우선시 될 수는 없다. 증권사들도 핀테크 세상이라며 이런 저런 화려한 기술력을 자랑하기 보다는 고객들에 오랫동안 신뢰 받을 수 있도록 안정성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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