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임사로 다시 되돌아 본 文정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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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취임사로 다시 되돌아 본 文정부 2년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5.07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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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중간 생략)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유례없는 격변 속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오는 10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새삼스럽지만 2년 전 문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낭독했던 취임사를 다시 한 번 읽어봤다. 광화문 광장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촛불로 들어선 새 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도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텄다.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일조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수차례 만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이뤄냈다. 한반도 훈풍에 일조해 북미정상회담 다음날이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압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축제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새 정부에 걸었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 국정 역량을 결집했던 남북관계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진데 이어, 얼마 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발사라는 무력시위를 감행해 더욱 안갯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반복된 인사검증논란도 실망감을 높였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던 약속은 최근 2기 내각 등 후보자들을 둘러싼 잡음으로 희미해졌다.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잇단 인사 강행은 불통이라는 비판이 나오게 했다.

국민들이 가장 민감한 경제와 민생문제는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민생도 어렵다. 선거과정에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며 청와대 집무실 내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취업난은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정책기조로 출범했지만, 소득주도성장의 실효성에 대한 의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물국회까지 재현되며 여야의 대치가 날로 심각해진 가운데 야당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나아진 점이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정치권을 보면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전쟁터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치의 역사에서 대결은 불가피하다. 상대방이 망해야 내가 뜬다는 정치적 계산이 지금과 같은 거대 양당구조에선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청와대 다이너마이트 폭파발언까지 내놓는 자유한국당도 국정동반자를 취임일성으로 내놓았던 정부의 노력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

취임 초 80%를 넘나들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이제 40%대로 떨어졌다.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이를 회복하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고 변화해 성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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