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행보 고지를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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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행보 고지를 선점하라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9.02.1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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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정세균)-鄭(정동영) 대격돌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시끌벅적하다.

핵심은 정동영 전 장관의 재보궐선거 출마에 있으며, 그의 출마는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과 같이 깊고 넓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된 이후, 오랫동안 지속돼온 계파 갈등이 사라진 모습을 보여왔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을 나눠가지고 있던 친노파도, DY계도, GT계도, 더 이상 민주당 내에서는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년 만에 야당으로 돌아온 탓에, 당내 화합은 무엇보다 앞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진보개혁성향 그룹인 민주연대와 중도보수성향이 강한 시니어 모임이 새롭게 구성됐지만, 이 역시 과거 보스 중심의 계파와는 다른 그룹핑이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장관의 정치 복귀가 가시화 되자, 그의 출마 여부를 놓고 다시금 당내 세력 재편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계파 폐해를 제거하며 당의 안정적 토대를 마련한 정세균 대표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동영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당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기에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정 전 장관 출마 논란 속에서 그동안 2선으로 후퇴해 있던 친노세력들도 다시금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反정동영 성향이 강한 친노세력의 부활이 정세균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정세균-정동영-민주연대-시니어-친노로 분화
4.29 재.보궐 앞두고 민주당 세력 재편될 조짐
정동영, 정세균 위협 최대난적, 계파정치 부활
정세균ㆍ주류세력 긴장… 친노세력 부활할듯


이에 따라 민주당은 현재 ▲정세균 대표 중심의 열린우리당계 신주류세력과 ▲정동영 전 장관계 구주류세력 ▲진보개혁성향의 비주류세력 ▲중도보수성향의 시니어 모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 안팎의 친노세력 등 5그룹으로 분화돼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장관이 정치 일선에 복귀하게 될 경우, 5그룹은 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1인 지도체제나 다를 바 없을 만큼 정세균 대표가 당을 휘어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 대표가 지금의 입지에 오르기까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정 대표는 지난해 7.6전당대회에서 2위 추미애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당 대표에 선출됐지만, 줄곧 야당 대표로서의 ‘지도력 부재’ 논란에 휩싸여왔다.

특히 보수·실용 세력과 진보·개혁 세력이 여전히 당내에 양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 대표를 딜레마에 빠지게 만들었다. 어느 한쪽만의 입장을 대변해 민주당의 노선을 결정할 수 없다보니 정 대표는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게 됐고, 이는 지도력 부재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공공연히 조기전당대회 필요성까지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말 여야 법안전쟁을 치르면서 야당성을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난 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정세균 리더십은 한 순간에 당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민주당의 대권 주자 반열에까지 올라서게 됐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정 대표에게 따라 붙었던 ‘관리형 대표’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도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또 정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일부 386 및 열린우리당계 인사들은 당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며 민주당의 신주류세력으로 부상하기에 이르렀다.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형성된 신주류세력을 계파로 따진다면, 전에 없이 강력하면서도 거대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가 이처럼 당내 신주류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데는 민주당이 가지고 있던 구조적 문제도 크게 한몫했다. 구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계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다른 무엇보다 당내 계파 갈등 유발행위만큼은 철퇴를 내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고, 화학적 결합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던 구성원들 역시 이 뜻에 토를 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는 더 이상 친노파도, DY계도, GT계도, 어느 계파도 명맥을 이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계파가 와해되고,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중심의 ‘민주당’만 남게 된 것이다.

정세균 중심, 신주류 ‘독주’ 가능할까

그러나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세력의 독주 행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주류 핵심인 정동영(DY) 전 장관의 정치 복귀가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뜻을 굳힌 DY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세력이 다시금 결집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1인 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정세균 대표를 위협하는 최대난적이 될 전망이다. 또 정세균 대표가 그토록 경계했던 계파 정치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동영 전 장관 출마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丁-鄭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장관은 미국 워싱턴D.C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조지워싱턴대학에서 특강을 마친 후 특파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이 그런 문제에 관심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달 9일에도 한 언론과 통화에서 “(같은 당 사람들은)식구다. 서로 애정을 가지고 화목해야 당 지지율도 올라가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정 전 장관은 귀국 계획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는 “당분간 귀국 계획이 없으며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다”면서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흔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세간의 복귀설을 일축시켰었다.

그러나 2월이 되면서 돌연 입장을 달리해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일 한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출마 여부에 대해) 무심하게 보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며 사실상 출마 입장을 밝힌 것.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출마 시사 발언 이후, 민주당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세균 주류세력에 눌려 숨죽여 지내왔던 비주류세력을 중심으로는 정 전 장관 옹호 현상까지 나타나며 출마를 적극 불 지피기 시작했다.

이는 정 전 장관의 출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며 적극 경계하고 있는 정세균 대표 등 주류세력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비주류세력은 정 전 장관의 복귀를 계기로 정세균 체제에서 눌려 있던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연말 법안전쟁을 치르기 전까지 조기전당대회 필요성을 주장하며 反정세균 목소리를 높이던 당내 진보개혁진영이 그 중심에 있다.

진보개혁진영이 민주연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지만, 그렇다고 민주연대가 획일적인 목소리로 정동영 전 장관 출마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연대 자체가 다양한 비주류세력의 연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세력, 정동영 옹호하며 꿈틀

민주연대는 재야파 김근태계인 ‘민평련’과 당내 진보개혁진영의 선도적 그룹인 천정배계 ‘민생정치모임’ 그리고 정동영 전 장관계 일부 개혁성향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다. 정치적 판단에서 중지를 모은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이들이 한 배에 탈 수 있었던 것은 지도력 부재와 더불어 야당성 부족 논란에 휩싸여 있던 정세균 대표를 보완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대부분 원외 인사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당내에서 비주류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의도 역시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강한 야당’을 기치로 대여 투쟁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내 계파-공천 문제 등에 있어서는 내부적으로 뜻을 모으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민주연대의 주축세력인 민평련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구성원들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 지지후보를 달리 했던 바 있다. 민평련은 스터디 모임 형식을 취하고 있는 탓에 정치적 판단에서 자체 결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평련이 이처럼 구성원 자율적 판단에 따라 정치행보를 달리 하다 보니, 민주연대 또한 확실한 구심점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동영 전 장관 출마 여부를 놓고 이 같은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민생정치모임 소속으로 민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적극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걸 의원이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고 나섬에 따라, 민주연대가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연대는 내부적으로 정 전 장관 출마에 그 어떤 입장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연대 대변인인 우원식 전 의원은 “본인이 출마하겠다는 데 대해 민주연대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 전 장관 출마 논란에서 민주연대는 한 발 물러서 있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내부적으로 찬반양론이 상존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정동영 전 장관이 복귀하게 될 경우 민주연대의 결속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설프게 민주연대에 기대어 있는 정동영 전 장관계 인사들이 정 전 장관을 중심으로 다시금 독자적 세력 복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민주연대는 세력분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일선에서 부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 내에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세력이 있다. 원내 60세 이상 의원 모임인 ‘민주 시니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내부적으로는 당내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진보개혁진영인 민주연대와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 특히, 시니어 모임은 연륜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 직간접적 충고와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국회 예산전쟁과 법안전쟁을 앞두고 시니어 모임은 정세균 대표를 초청한 오찬 자리에서 “무조건 반대하지 말라”, “민노당과 공조로 당 정체성에 의구심이 든다” 등 민주연대의 야당성 강화 주문과 정면 배치되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세균 체제, 시니어 모임이 변수

이는 정세균 대표가 민주연대 등 당내 진보개혁진영의 야당성 강화 주문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정 대표로서는 민주 시니어 또한 놓칠 수 없는 당내 핵심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니어 모임은 정세균 대표와 달리, 정동영 전 장관 출마에 대체적으로 긍정적 입장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시절 당내 실용그룹의 대표 주자였던 정 전 장관과 성향적 측면에서도 유사해 특별히 출마 반대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시니어 모임 내에는 강봉균-이시종 의원 등 열린우리당에서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실용그룹을 이끌어 왔던 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 복귀 문제를 놓고 당내 상황이 이처럼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당 안팎의 범친노진영도 서서히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대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친노세력은 지난해 말 노무현 전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 씨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친노세력은 다시금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참여정부 관료출신 모임인 ‘청정회’가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것. 지난 7~8일 강원도 평창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는 청정회 회원 80명 가운데 40여명이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크숍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친노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며, 또 다른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反DY 성향이 강했던 친노세력이 묘한 시기에 대거 회동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같은 시기인 8일 정세균 대표는 김해 봉하마을을 비공개로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날 방문에 대해서도 청정회 워크숍만큼이나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미묘한 시기가 아니고 당연한 시기에 방문했다. 김해 행사장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있는 봉하마을과 가깝다”며 “그곳에 갔으면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이 최소한의 기본 예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감한 얘기를 나눌 상황이 아니다”며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언론에서는 ‘정 대표가 당 안팎의 친노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비공개로 노 전 대통령을 찾은 것 아니냐’는 시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 안팎의 친노세력과 연대를 통해 反DY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대권행보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친노세력과 정 대표간 긴밀한 끈이 이어졌다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친노세력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대표의 광폭 행보에 맞춰 민주당 외곽의 친노세력도 활동을 재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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