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몰아치는 ‘비상경영’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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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몰아치는 ‘비상경영’ 한파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9.01.20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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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하고… 경영환경은 불확실하고…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기축년 새해 재계에 변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올해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주요 대기업들은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최악의 매출 부진에 직면할 것을 대비해 감산을 단행하고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들은 이같은 위기경영 분위기에 맞춰 자진해서 임금과 성과급을 반납하면서 위기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경영환경 불확실… ‘비상경영’ 잇따라 돌입
감산 포스코 20~30% 비용 감축… 투자는 53% 늘려
SK 임원·사외이사 고통분담 차원 연봉 20%까지 반납
KT “중복투자 피하고 경영쇄신” ‘이석채 식’ 비상경영

감산에 돌입한 포스코는 올해 매출액 감소를 대비해 각종 비용을 전년보다 20~30% 감축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의 분기별 경영관리를 월 단위로 속도를 높여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올해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조강생산 목표를 지난해보다 3∼12% 감소한 2900만∼3200만t, 매출 목표액은 2∼12% 줄어든 27조∼30조원으로 수립했다. 명확한 수치를 발표했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엔 전략적 범위에서 목표치를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포스코 적자 예상… R&D 투자는 늘려

창립 40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스코 임원들은 최근 연봉의 10%씩을 자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철강수요 감소와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손실이 올해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가 지난해 12월 감산에 들어갔지만 이달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CEO 포럼에서 포스코는 투자비를 크게 늘리는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원가절감과 비용감축 속에서도 장기적으로는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코스코에 따르면 올해 국내투자는 6조원, 해외투자 1조5000억원 등 최대 7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4조9000억원에 비해 53% 증가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도 작년 1.35%에서 1.44%로 높이기로 했다.


이구택 회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금의 위기가 미래를 준비할 기회”라며 “경기 회복기를 대비해 설비투자와 기술 개발을 최대한 계획대로 추진하면 해외 철강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 전체 매출규모 등의 경영계획 전반을 아직까지 명확히 세우지 못해 계열사별 계획을 취합한 뒤 그룹의 목표치를 잡을 계획이다. 대내외 경영 여건이 불안정한 탓이다.

그룹 내에서는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99조원에 가까운 90조원대로 잡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80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15일 위기경영 차원에서 임원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지주회사인 SK과 SK에너지 사외이사들까지 동참한 가운데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로 연봉의 10%도 반납하기로 해 최대 20%까지 임원 임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이 집무실도 공동으로 쓰겠다며 고통분담에 동참하자 SK텔레콤, SK에너지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도 급여 10%를 자진 반납키로 하는 등 고통분담 움직임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임원 연봉을 10% 삭감하고 성과급도 30% 반납하기로 했으며 직원들의 상여금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신임 사장을 맞은 KT는 경영쇄신을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이석채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15일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비용 절감과 관련해 “협력업체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절대 안된다”면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를 줄이면 안되겠지만 과잉투자와 불필요한 투자나 중복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들 비용절감·경영쇄신 박차

KT는 ‘경영쇄신위원회’를 가동해 비상경영의 계열사 확대와 경영쇄신 성과 확인 등의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KT의 임원진은 이날 비상경영의 첫 조치로 지난해 성과급 중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임금의 10% 수준이다. 아울러 임원들은 업무용 차량 등급을 낮추고, 해외 출장 때에는 비즈니스 좌석이 아닌 일반석을 이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상경영결의서에 서약했다.

GS그룹은 올해 매출목표치를 36조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고유가 영향으로 48조원으로 늘었던 것보다 크게 하향된 수치다.

투자는 그룹 전체에서 2조3000억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잡았지만 올해 불황을 대비해 비용절감에 주력하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점을 극복하는 차원에서 경영목표를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잡을 만큼 적극적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난항을 겪으면서 신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여부가 결론지어지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오는 다음달께 매출목표, 투자규모 등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삼성그룹도 1600명에 달하는 임원들의 연봉을 20% 이상 줄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침체국면을 타개하는데 임원들이 나서는 분위기다.

경기침체로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외 모든 공장이 감산체제에 들어간 현대·기아차그룹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연봉을 올해 동결하기로 선언하는 등 사업장별로 위기 극복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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