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삼성 기축년 ‘무거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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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삼성 기축년 ‘무거운 발걸음’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29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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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재판 지연에 ‘경영공백 한파’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서초동 시대’를 맞은 삼성그룹이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무겁게 시작한다.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경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판이 새해로 미뤄짐에 따라 1월 초로 잡혔던 삼성 사장단과 임원에 대한 인사, 조직 개편, 신년 경영·투자·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경영공백 상태에 노출돼 있다.

그룹 전반에 답답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주먹구구 식으로 새해를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에 따르면 경기불황에 따른 대내외의 경제 변수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단기 상황들을 예측해 새해 경영 전략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의 여러 변수로 인해 현재로서는 새해 좌표를 정확히 제시하기는 힘들지만 ‘시나리오 경영’에 맞춰 부문별 전략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 전반에는 정기인사 등 굵직한 현안들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으면서 경영 일정이 늦춰져 답답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 대법원 선고 1월 말로 예상
인사·경영·채용계획 확정 못해 ‘답답한 삼성’
2000년 이후 최초 삼성電 4분기 적자 전망
대규모 감원설 흉흉… 삼성 “뚜껑 열어봐야”


이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등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아 짐을 던 상태다. 조세포탈에 대해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경우 12월 24일에 마지막 정기 선고를 갖지만 목록에 삼성재판이 빠져있어 1월 중에 재판이 열릴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이후 풍랑에 휘말렸던 삼성이 경기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그룹 경영의 향배를 잡지 못하고 당분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매년 1월 초에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신년 계획을 확정했던 예년과 달리 대법원 판결이 늦춰서 당초 갖고 있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이같은 삼성의 분위기는 LG그룹과 SK그룹이 12월 19일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위기 대처에 발 빠르게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비쳐진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별로 새해 전망과 운영 방향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난국을 헤쳐 나가자며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있다.

현대차, LG 등 대부분의 그룹들이 수 십억원의 연말 불우이웃 성금을 기탁했지만 삼성은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재계는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전자의 공백과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당초 연말에 경영전략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재계에서는 특히 4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새해를 맞는 삼성 임직원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이 4분기에 영업 적자를 낼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적자가 현실로 드러난다면 삼성은 2000년 이후 분기실적에서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대부분의 증권사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폭의 흑자를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도체 시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1분기부터는 분명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정기 인사와 관련해서도 감원설이 나도는 등 그룹 안팎의 기류가 흉흉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임원을 적게는 20% 이상 감원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연평균 퇴직인원이 100명 이하였던 삼성이 임원을 300명까지 감원할 수 있다는 설도 나돌아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특검 여파로 임원인사 적체를 해소하지 못해 새해로 넘어가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새해엔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승계가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러나 “인사가 늦춰지면서 이런저런 추측성 설들이 돌고 있지만 구체적인 인사 시점이나 감원설 등에 대해 얘기할 수도 아는 바도 없다”며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삼성전자는 연말에 각 부문별·지역별 총괄 사장단과 임원이 2~3일간 참여하는 경영전략회의를 가졌지만 이번엔 1월에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이밖에도 투자나 채용, 내년 경영 목표 등의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중심에 서서 그룹의 전략기획실이 진두지휘하던 일사분란한 체제에서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재계의 모범을 보이며 착착 앞서나가던 발걸음에 일시 제동이 걸렸다고 보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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