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밥통’ 토공은 기득권만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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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밥통’ 토공은 기득권만 고집하나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29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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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공사법 회오리에 지역감정 충돌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인 공기업 구조조정이 겉돌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며 구조조정을 압박했지만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대부분 결실을 보지 못한 채 기축년 새해로 그 공을 넘겼다.

방만 경영 속에서 기득권만 고집하는 공기업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해당 공기업들은 ‘그들만의 손익계산’에 따라 구조조정을 꺼리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입법과정에서 여야간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에 얽힌 이해당사자들의 행보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토지공사는 노동조합까지 가세해 통합에 반대하는 각종 논리를 동원, 총력 저지에 나서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토공이 일련의 통합반대 과정에서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기득권에만 집착해 정치권까지 끌어들여 지역감정마저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핵심 ‘주공-토공’ 통폐합 이슈로
“토공전략이 지역갈등 후유증 불렀다” 여론 냉담
방만경영 자구노력은 않고 ‘신의 직장’ 미련두나
통합사장 거론 ‘MB맨’ 이종상 사장은 눈치보기?


겉도는 공기업 선진화

이명박 대통이 당선 1년을 맞았지만 그의 ‘MB노믹스’는 아직까지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MB노믹스의 핵심으로는 △공기업 선진화 △법질서 확립 및 노사 관계 개선 △규제개혁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역시 공기업의 개혁 여부다. 정부는 그러나 구조조정의 칼만 뽑아든 채 눈치만 보다가 정작 추진한 것은 전무하다는 냉대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 민영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공과 토공의 통폐합, 한국전력 자회사와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민영화 등이 정부가 공언한 개혁의 대상이다.

특히 주공과 토공의 통합이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공기업 개혁법안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국회로 넘어가 있지만 통합에 따른 인력과 업무 조정, 전산 통합 등이 간단치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공 노조의 반발이 최대 걸림돌이다. 주공과 토공의 이전이 예정된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 지역 민심을 살펴야 하는 것도 정치권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은 공기업 선진화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임시국회의 파행으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혁법안 30개’ 중점법안 가운데 주공과 토공의 통합법안인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포함시켜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통합되는 공사는 △토지 취득·개발·비축·관리·공급 및 임대 △주택건설용지·산업시설용지 등 공공시설용지 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 △간척 및 매립사업 △남북경제협력사업 △집단에너지 공급사업 △주택 건설·개량·매입·비축·공급·임대 및 관리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사업 △토지 매매·관리 수탁 등을 맡게 된다.

내년 상반기에 구조조정 등을 거쳐 10월 통합공사를 출범키로 했지만 여야 대치에 따른 이견으로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심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한나라당은 절차를 무시하고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 주공·토공의 통합공사 출범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공노조 “통합 총력 저지”

여당이 통합 법안을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토공 노조는 총력 저지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토공 노조는 12월 22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대규모 통폐합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는 “두 기관의 통폐합을 한미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듯 힘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면서 “토공과 주공의 경영진단과 함께 통폐합 효과에 대한 전문기관의 연구 및 검토 후에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이 비난하는 토공과 주공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문제점은 고치지 않고 껍데기만 통합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토공 임직원들도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토공과 마찬가지로 토공·주공의 통합 시 그 폐단을 잘 알고 있는 주공 노조도 주공의 경영실패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덮고 비난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노조와 보조를 맞췄다.

토공 노조는 앞서 19일에도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며 여당의 통합 강행에 반발했다. 사장을 비롯한 사측이 통합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빌미가 됐다. 이날 노사는 긴급협의회를 열기로 합의했는데 사장이 회의장에 늦게 출석하자 노조원들은 사장실을 점거했다.

토공 노조 집행부는 “한나라당이 국가경제를 파탄 나게 할 법안을 아무런 검토도 없이 통과 시키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장 이하 경영진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항의했다.

토공전략, 지역갈등 부작용 불러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영호남 지역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통합 저지에 진력하고 있는 토공이 지역감정을 활용해 정치권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토공 노조는 공기업 선진화를 ‘동진(東進)화’란 표현을 사용해 토공이 주공에 흡수되면 경남 진주 혁신도시가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노조는 토공을 진주로 보내기 위해 공기업 선진화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이 지역대결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의 혁신도시계획안에 따르면 토공은 전북 익산으로, 주공은 경남 진주로 각각 이전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전북지역 여론은 토공이 주공에 흡수될 경우 전북 혁신도시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으로 우려한다.

통합공사가 경남 혁신도시로 이전할 가능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토공 측은 지역감정을 자극해 정치권을 움직이기 위해 이같은 통합 저지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역감정을 활용한 토공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민주당은 초기에는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지 않았지만 전북지역에서 통합 반대 여론이 조성되자 청와대 주도의 일방통행식 통합입법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여당이 ‘MB법안’ 연내 통과를 위해 강행 처리하려 하자 토공이 야당의 힘을 빌려 입법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공사가 경남 혁신도시로 이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전북도의회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12월 23일 전북도의회 혁신도시지원특별위원회와 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한나라당, 민주당, 국토해양부 등을 잇따라 방문해 통합법안 국회 상정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전북도의회는 24일에도 제255회 임시회를 열어 토·주공 통폐합에 반대하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해 통합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통합법안 문제가 지역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일각에서는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토공의 과도한 생존 전략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득권만 고집” 여론 갈수록 냉담

정부의 통합 법안은 주공 중심의 토공 흡수를 골자로 한다. 따라서 토공 입장에서는 토지사업을 관장했던 기존 업무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은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는 지난 10년간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반대논리에 부딪혀 성사시키지 못했다.

여기에는 토공의 반대가 컸다. 토공은 택지를 매입해 건설사들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팔리지 않아도 토지를 보유할 수 있어 토공은 항상 우월적 지위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공과의 통합이 반가울리 없다.

그동안 토공은 ‘땅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과 공기업에 쏟아지는 ‘방만 경영, 모럴 해저드’ 멍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감사원 발표와 검찰 수사 결과를 들춰보면 토공 임직원들은 공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보다는 제 식구 배불리기에만 골몰했다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토공은 주공과의 통합 반대 논리도 양 공사 사이에 사업 기능의 중복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치부한다. 토공이 이미 재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에 뛰어든 것이나, 주공이 토공의 주력사업 부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점만 봐도 토공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토공은 특히 비축용 임대사업 등에도 손을 뻗쳐 통합반대 논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토공은 또 통합할 경우 양 공기업의 부채가 엄청나게 불어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역으로 26조여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토공의 경우 통합을 통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기류에 대해 “통합공사 출범이 대세로 기울었는데도 1년 내내 자구노력은 없이 반대에만 사력을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토공이 공기업 개혁에 집중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더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맨’ 이종상 사장은 눈치보기?

일각에서는 토공 노조의 격한 반대가 통합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내비친다.

통합이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 통합공사의 사장을 토공 측에서 가져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로서도 통합을 반대했던 토공을 달래는 차원에서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이종상 토공 사장의 정중동 행보에 요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통합 방침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토공 노조 등을 중심으로 혁신도시를 활용한 지역갈등 양상으로 비화시키고 통합입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사장은 대체로 ‘함구’하는 처신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건설에서 근무했고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건설안전본부장, 균형발전추진본부장 등을 맡아 이 대통령의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시절을 가까이서 함께 한 인물이다.

소위 ‘낙하산 사장’의 입장에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협조적일 수밖에 없고 토공 내부의 통합반대 여론에 대해서도 이 사장이 처신을 조심하고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12월 19일 노조가 사장실을 점거하며 이 사장에게 명확한 입장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헤아릴 수 있다.

최재덕 주공 사장의 경우는 공직사회 경력이 많아 향후 국토해양부 입각 등으로 방향을 틀고, 대신 이 사장이 토공의 위상을 세워주는 통합공사 사장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따라서 토공의 반발을 어느 정도 무마시켜야 하는 정부와 토공이 일정 선에서 안묵적 합의를 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광용 기자 <sk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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