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뇌관’ 昌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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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뇌관’ 昌 손에 달렸다
  • 매일일보
  • 승인 2008.12.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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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사이 ‘핑퐁외교’ 실리 챙긴다?

내년 정치일정의 가장 큰 변수는 누가 뭐래도 4월 재·보선이다. 정치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4월 재·보선의 승패는 여야 정치권 리더십 변화를 초래할 일종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오는 재보선은 현재 첨예한 여야 대치를 초래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비롯해 신문.방송법과 국가정보원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금산분리 완화 관련 법 등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수도권 개발과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정부.여당의 각종 규제철폐 대책은 재.보선에서 ‘이념대결’을 부를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현재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재.보선을 앞두고 미국에 체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복귀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의원의 복귀는 당내 잠복중인 친이-친박간 계파갈등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만약 친박 진영이 제 목소리를 내고 친이 세력이 대항하면서 전선을 형성할 경우 한나라당은 자중지란에 빠져 이합집산의 핵분열을 계속할 수도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내년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정치력은 사실상 낙제점이란 혹평이 없지 않다. 10%의 답답한 지지율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결국 4월 재.보선 성적표가 현재의 민주당의 리더십을 강화하느냐, 악화하느냐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유선진당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첫 번째는 창조한국당과의 전략적 제휴, 두 번째는 친박연대와의 제휴다.

확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기 위해서는 원내 독자 교섭단체로 설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기 때문에 창조한국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형국이다. 또한 정통 보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친박연대나 한나라당의 친박 진영과의 제휴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정이 이렇자 최근 이 총재의 행보가 거침없다.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강행 움직임, 김형오 의장의 직권 상정 거론까지 그의 따끔한 충고는 쉴 틈이 없다.


캐스팅보트 쥔 선진당 결정에 따라 여야 희비 갈릴듯
양비론 통해 명분 획득… 조정자 역할 성공할까 주목
창조당이냐 친박연대냐… 여야도 昌에 러브콜 움직임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 2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나라당의 법안처리 강행 움직임과 김형오 의장 직권상정 거론에 대해 적극 비난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국회 안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되지도 않고, 된다고 해도 정권에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연내 처리하겠다는 것은 좀 무리”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언급은 “다수결 처리도 또 하나의 민주적 기본 원칙”이라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강행처리로 선회했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대통령이 뒤에서 이래라저래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 뒷받침 못하고 있다는 조급증에 걸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강행처리 수단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 “직권상정도 법안이 충분히 논의된 이후 표결과정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토의가 없는 과정에서는 부당하다”고 반대 의사를 뚜렷이 했다.

이회창 총재는 최근 정치권의 중재에도 힘을 쏟고 있는 형국이다. 자유선진당은 앞서 지난 23일 “한나라당은 일방적인 국회운영에 대해 사과하고, 민주당은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한 데 대해 사과한다”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선진당은 또 ▲순수 민생법안과 위헌 및 헌법 불일치 해소 법안을 연내 우선 처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여야 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은 2009년 첫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자는 내용도 중재안에 포함시켰다.

물론 25일까지 여야 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선진당의 이 같은 중재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선진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법안처리가 ‘단독이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진당이 23일 발표한 ‘25건의 쟁점 예상 법률안에 대한 당론결정’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주요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단독처리라는 오명은 불가피해 보인다.

선진당은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국가정보원법 등 16개 법안에 반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그 밖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에 대해선 복면도구 착용금지 조항 삭제를 전제로 ▲방송법에 대해선 지분율 조정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 하는 법안 6개를 밝혔다. 찬성은 ▲북한인권법 ▲북한인권증진법 ▲초중등 교육법 3개 법안 뿐이다.

이회창 총재의 최근 공격적 행보는 단순히 한나라당이라는 일개 정당에게만 포문을 연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향해 “분수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며 직격탄을 날리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에 “분수 알라” 직격탄

이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김 의장의 직권중재 관련, “국회의장이 직권중재를 하겠다고 나섰다. 국회의장의 권한은 의안을 직권상정할 수는 있으나, 직권중재라는 말은 법 어디에도 없다”며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법에 없는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이 총재는 “국회의장은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할 책무를 갖고 있을 뿐이지, 나서서 정당 간의 일을 중재하는 것은 본래의 영역에 속한 일이 아니”라며 “정당 간의 의견충돌로 정국이 막혔을 때, 그것을 푸는 일은 정당의 정치력에 속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의 본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수위 높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진당의 조정 역할을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간 선진당이 양당 사이에서 ‘핑퐁외교’를 통해 정치적 실리를 챙기고, 양비론을 통해 명분을 획득하며 조정자 역할을 한 것을 감안하면, 김 의장이 직접 중재에 나선 행위를 자신들의 기존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보고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이 총재의 목소리를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총재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내 자유선진당 총재실에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이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한 것과 관련해 “비준안 상정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자유선진당 소속 위원들의 회의참여 제한과 의결권 박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대국민담화문을 통해선 “상임위원장이 발동하는 질서유지권은 원만한 회의진행을 유지하기 위해 보장되어 있는 법적 수단”이라며 “설사 민주당 의원들의 방해가 예상됐다 해도 미리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야당위원의 입장조차 막은 것은 매우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요즘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데 ‘올인’하는 모양새다. “어떻게 소속 위원의 입장 자체를 가로막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냐”며 한나라당을 성토했고 “회의 구성원의 참여기회를 박탈한 채 진행한 회의이기 때문에 비준안 상정은 효력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야당을 배제한 채 계속해서 단독으로 법안처리를 강행할 경우에 대해 “회의장을 열고 회의 기회를 준다면 아무리 소수 정당이라도 우리 입장을 정정당당하게 밝힐 것”이라며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회의장을 막거나 출입을 제한하는 회의에는 앞으로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이란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특히 이 총재가 주창하는 행정구역 개편론, 권력분점형 개헌론 등은 차기 대선 출마의 명분을 얻기 위한 발걸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선출마 명분 쌓기 행보?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세로 치달으면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체제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까닭에, 박근혜 대항마로 누군가 외부에서 영입될 경우 그 대안이 이회창 총재가 될 수도 있다는 다소 ‘확인되지 않는 주장’까지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중이다. 이회창 총재가 고향을 찾아 ‘컴백홈’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까닭은 앞서 언급했듯 이 총재가 최근 들어 ‘친정’인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잇따른 발언은 그가 못했던 ‘정권 교체’의 꿈을 이뤄놓고도 한나라당이 여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친보수에 가까운 이회창 총재는 지난 촛불 정국 이후 최근까지 ‘보수’인 여당과 ‘진보’에 가까운 야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그는 최측근과 지인들을 향해 “보수정권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다음 정권도 보수가 이어받는다”는 말을 자주 함으로써 자신이 보수파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명박 정권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쇠고기 정국에서 앞장서서 현 정부를 비난했다. 한발 나아가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야3당 공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의 최근 스탈은 또 확 달라졌다. 보수진영의 볼멘소리가 쏟아지자, 이 총재는 이달 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 등이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한 것과 관련해 “때늦은 이념투쟁으로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다는 명분 하에 반(反)보수 대연합의 움직임을 갖는 것이라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이런 오락가락한 행보에 대해 양비론을 꺼내는다. “이 총재가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나오지만 전국 정당화, 보수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 산적한 과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이 총재의 18대 국회 4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총재가 자신의 바람대로 ‘보수세력의 파수꾼’이 될지, 정반대로 ‘보수 분열의 장본인’이 될지 가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국회일보 이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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