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지는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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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지는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설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2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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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불리더니만… 현금 확보 ‘비상등’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오던 두산이 주류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은데 이어 비핵심 자산을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두산은 위기상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본사 사옥인 동대문 두산타워도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하락장에서 두산 주식을 투매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어 갖가지 추측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두산의 행보는 미국의 밥캣 인수로 인한 자금난 등으로 두산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시장의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흙 들어가기 전엔 안판다”던 알짜사업 두산주류 결국 매각
오너일가 며느리들 두산주식 헐값 투매... 두산타워 매각설도
“덩치 키우다 ‘밥캣’ M&A에 체했다” 유동성 위기설 불거져
두산 “지주회사 전환과 선제적 의미 유동성 확보 차원일 뿐”


두산그룹은 진로와 경쟁을 벌였던 주류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1998년 오비맥주 매각에 이어 ‘처음처럼’을 M&A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두산은 주류시장에서 손을 떼게 됐다.

지난 10월 이후 잠잠했던 두산주류의 매각이 현실로 드러나자 시장은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주류 매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고, 한기선 두산주류 사장도 “주류사업이 두산그룹의 뿌리격인 데다, 이익을 내고 있어 매각할 계획이 없다”면서 소문을 일축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두산은 지난 5일 주류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두산 측은 이를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절대 안판다”던 주류사업 매물로

그러나 재계에서는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던 두산이 자금 확보를 위해 주류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참이슬의 아성에 도전해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점유율 15%를 기록하는 등 알짜사업을 매각키로 결단할 정도라면 녹록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산주류 입찰에는 강력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됐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불참해 롯데칠성음료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MBK의 불참에 따라 두산주류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예정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산그룹의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평가는 지난해 49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한 밥캣 등 미국 잉거솔랜드사의 소형 건설장비 사업부문에 대한 M&A 이후 제기됐다. 밥캣 M&A로 건설기계 분야 세계 7위에 올라섰지만 유동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8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밥캣과 관련해 10억 달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두산이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어 “향후 10억 달러 이외의 추가 증자 계획은 전혀 없다”며 진화에 적극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설은 끊이지 않았다.

두산은 인프라코어의 방위산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본금 1000억 원의 ‘두산DTS’를 신설하기로 했다. 유동성 확보 작업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비핵심 계열 정리로 유동성 확보 총력전

이틀 뒤엔 두산의 종합포장재 계열사인 ‘테크팩’을 4000억원에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로 넘겼다. 두산 측은 이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절대로 팔지 않겠다”던 주류사업부문을 매물로 내놓아 유동성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두산은 올해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계열사 매각 추진 등은 모두 지주회사 전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 두산 측의 입장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는 총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주류부문와 소비재 사업들을 매각하면 현재 43%로 알려진 비율을 전환요건에 맞출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은 그동안 비핵심 사업 매각을 단행했다. 지난 2006년 종가집김치 사업을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두산타워·생물자원 사업에 대한 물적 분할을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주류사업 매각으로 두산이 6000억~8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크팩을 포함하면 일련의 사업부문 매각으로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두산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40년 넘게 병마개를 만들어온 삼화왕관이 꼽히고 있다. 두산은 앞서 올해 매거진사업 부문을 양도하고 출판사업도 분할했는데 이에 대한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산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정황은 두산중공업 회사채 발행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두산은 신용경색이 장기화할 것을 대비해 사전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두산엔진도 보유하고 있던 STX 주식 350만7730주(지분율 8.78%)를 521억2333만원에 지난달 말부터 장내 매각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두산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움직임이 ▲두산타워와 여의도 사옥 등 부동산 매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22% 매각 ▲인천공장 부지 2만평 매각 등으로 이러질지 주목하고 있다.

두산가 며느리들 주식 헐값 투매 이유는?

최근 두산 오너일가의 주식 매각도 자금 압박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일가의 며느리들은 보유하고 있던 두산 지분 10만9771주(74억여원 상당)를 지난달 말 주당 6만7700원에 일제히 팔아치웠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진원씨 부인인 김 엘리자베스씨가 2만473주를,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부인인 최윤희씨가 1만1166주를 매도했고, ▲박석원 두산중공업 차장 부인인 정현주씨(1만6750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부인인 서지원씨(1만8611주)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 부인인 김소영씨(2만7918주) ▲박용성 회장의 조카 박태원씨 부인 원보연씨1만4889주 등 두산가 며느리들 모두가 주식을 처분했다.

이들이 두산 주식을 최고가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투매하자 증권시장에서는 “두산가에 현금이 부족해 며느리들이 나서 급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두산이 밥캣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조기 확충을 통한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련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은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것으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것도 선제적 의미가 강하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두산타워 매각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며 오너일가 며느리들의 주식 투매에 대해서도 “주식 매도 배경은 판단하기 어려우나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처분한 것으로 아는데, 매도 수량이나 액수가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앞으로 밥캣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고 악화된 경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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