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공장 돌리며 ‘표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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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공장 돌리며 ‘표정관리’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2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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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치킨게임에 반도체 업계 감산·감원 회오리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세계 반도체 업계를 2년간 달궜던 ‘치킨게임’이 삼성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업계의 철옹성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이 생존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면서 치킨게임을 지속할 여력을 잃고 삼성에 백기를 들어올릴 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하이닉스를 위시한 2위 이하의 국내외 업체들이 반도체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잇따라 감산을 선언해 치킨게임은 이제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반도체 업계엔 존폐의 기로에 놓인 업체들의 감산·감원 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승자 독식의 출혈경쟁의 끝은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데,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강수로 버티고 있어 후발업체들은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공급 과잉이 부른 치킨게임 속에서 전반적인 경기불황이 겹쳐 반도체 가격이 끝없이 폭락하는 가운데 어느 업체가 먼저 백기 투항할지 살얼음판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본격적인 퇴출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퇴출됐을 때의 충격을 감안해 각국 정부가 구제금융 수준의 지원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2년 달군 ‘치킨게임’ 막다른 골목에
도시바·하이닉스 등 불황 못견뎌 감산·감원 태풍
삼성 출혈 감수하며 백기 들때까지 “감산 없다”
각국 금융지원 검토 분주… 내년에 결과 나올듯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기업인 도시바는 반도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감원과 조업 단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 미에현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과 시스템반도체 전용 남서부 오이타현 내 공장의 가동을 내년 1월 4일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도시바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7년 만이다. 도시바는 또 기타규슈와 오이타 공장에서 일하는 약 800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감원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반도체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595억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2위의 하이닉스는 임원 수를 30% 감축하고, 임원 연봉도 10~30% 삭감키로 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4월에 걸쳐 2주씩의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근속 10년 이상 직원들에 대해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오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하이닉스 직원들은 집단 휴가를 간다.

도시바·하이닉스 등 감산·감원 회오리

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15% 이상의 인건비 축소 등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일 근무수당과 시간외 근무수당 반납, 생산 목표 달성 인센티브 중단, 각종 복리후생 축소에 합의하는 등 경상경비도 줄이기로 했다.

하이닉스는 유동성 강화를 위해서도 채권 금융기관들에 최대 1조원의 금융지원을 요청하면서, 자구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독일의 D램 반도체 제조업체 키몬다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조만간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타전했다.

증권시장에서는 키몬다의 올해 4분기 매출이 4억7천600만 유로(약 8천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키몬다 대주주 측은 최근 연방정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마이클 글로스 독일 경제장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생존방안 마련에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분기당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유일하게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만이 3분기에 2400억원의 흑자를 냈을 뿐 하이닉스는 4600억원, 마이크론은 3억38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대만 파워칩도 5900억원, 난야는 35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반도체 기업은 독일 키몬다 뿐만이 아니다. 하이닉스나 대만 난야·파워칩 등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 생산원가가 2달러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 대만 업체의 경우 생산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매출을 올려도 적자가 쌓이는 치킨게임의 피해를 가혹하게 입고 있는 셈이다.

삼성 반도체만 홀로 “감산 없다”

이처럼 반도체 업체들이 퇴출 위기로 내몰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나홀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제 위기를 기회 삼아 오히려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울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삼성테크포럼’에서 “이번 글로벌 위기를 통해 삼성만의 핵심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치킨게임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경쟁사들이 생산량을 축소하는 등 위축경영에 들어간 속에서도 삼성은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세계 1위 자리를 돈독히 하겠다는 전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더 큰 용량’(Double Density), ‘더 빠른 속도’(Rapidly), ‘더 미세한 공정’(Minimized)의 3대 차별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부문 SSD(Solid State Disc) 시장을 중점적으로 키워 2012년 100억 달러 시장의 50%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이에 따라 올 연말에도 대부분 정상 가동하고 있다. 최근 시설 노후화와 채산성 악화로 인해 퇴출이 결정된 150㎜ 시스템 LSI 생산시설인 기흥공장 3라인 근로자만 일부 연차를 이용해 휴가를 사용할 뿐 나머지 라인은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 감소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는 추세여서 삼성도 버티기가 어렵겠지만 생산량을 유지해 치킨게임 경쟁자들을 끝까지 압박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JP모건은 최근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치킨게임에서) 생존하는 기업들은 경기 전환 때 수혜를 본다”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매수 추천하고, “건전한 재무상태와 비용절감, 환율 영향 등을 감안할 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하나의 기업은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각국 정부 금융지원 검토 사력
벼랑끝 업체들 ‘백기투항’ 주목

JP모건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해처럼 50% 이상 하락할 경우 올 3분기 말 기준 1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내년 4분기께 보유현금이 마이너스 1억1700만 달러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엘피다의 보유 현금은 마이너스 13억2900만 달러, 대만 프로모스와 미국 마이크론도 마이너스 17억200만 달러와 3억7900만 달러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추세로 인해 비관론자들은 반도체 업계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4분기부터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각국 정부에서 대출연장 등의 지원책을 수혈 받고 있어 퇴출 시기는 생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과 독일 정부 등은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의 간접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속설에 따라 반도체 불황기에 치킨게임에서 백기를 드는 업체들이 생기고, 그 반사이익으로 대박을 거두는 업체가 삼성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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