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대물림 모자라 ‘개미 등’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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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대물림 모자라 ‘개미 등’ 쳤나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15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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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잡히는 재벌 2·3세 주가조작 수법은?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재벌가 2·3세들이 검찰 문턱을 줄줄이 넘나들고 있다. 수개월째 굴비 엮이듯 하나 둘씩 꼬리를 잡히고 있다.

이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에 따른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엔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자기 창업 3세 김영집씨의 구속으로 조 부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이른바 ‘재벌테마주’를 띄워 주가를 조정한 혐의로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재벌 2·3세들은 1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그룹 방계 3세인 구본호 레드캡투어 대주주와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는 이미 구속됐다. 신격호 회장의 사돈 조카인 김상현 전 한도하이테크 대표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올 하반기 들어 재벌 2·3세들의 주가조작 혐의가 불거지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식거래 시스템을 악용해 차익을 노린 이들의 시세조작 수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대 동년배 재벌 자제들 모여 주식 뻥튀기 모의 의혹
벤처붐 시기부터 진승현·선병석 등 세력 ‘황제주’ 띄워
LG 구본호, 두산 박중원, 한국도자기 김영집씨도 구속
인과관계·물증 찾기 쉽지 않아 추가 구속 어려울 수도


검찰의 최근 수사는 조현범(36) 한국타이어 부사장에 쏠리는 양상이다. 구속된 김영집씨(35)가 대표를 맡고 있는 코스닥기업 코디너스의 2대주주가 조 부사장이기 때문이다.

재벌가 자제들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최근 조 부사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김씨의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이사 등으로 재직하면서 내부자 거래를 통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어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엔디코프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벤처기업들을 인수했는데,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코스닥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부사장은 김씨가 지난해 8월 추진한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와 장선우 극동유화 이사 등도 코디너스 지분을 인수했다. 당시 코디너스 주식은 시장에서 ‘재벌 테마주’로 떠오르며 1만원대였던 주가가 한때 3배가 넘는 주당 3만3000원대까지 급등했다.

재벌 자제들 움직인 세력은?

이같은 재벌 자제들의 주가조작을 막후에서 진두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선병석씨(53)가 꼽힌다.

그는 지금까지 구속된 재벌가 자제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수 십명에 달하는 주가조작팀을 움직인 총책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맡았던 선씨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당시 이른바 ‘황제테니스’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 결과 선씨는 뉴월코프 회장, IS하이텍 고문, 덱트론 대표 등 10여 개 회사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부당거래로 100억원 이상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2007년 증권가에 ‘재벌 2∼3세 테마주’ 바람이 불자 선씨는 두산가 박중원씨와 노신영 전 총리의 아들 노동수씨 등을 영입해 ‘재벌테마’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씨의 ‘조작팀’은 뉴월코프 자금으로 IS하이텍을 인수했고, IS하이텍에서 빼돌린 자금으로 다시 덱트론을 인수했다. 선씨는 이 과정에서 LG가 구본호씨의 레트캡투어 투자, 현대가 정일선 3형제의 IS하이텍 유상증자 참여 등을 엮어 주가조작에 활용했다.

재벌 자제들의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은 비단 최근의 사례만이 아니다. 이미 벤처 붐이 일었던 지난 99년에 재벌 2세 7~8명이 진승현씨의 주가조작에 참여해 3000억원대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일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최근 구본호씨 구속으로부터 실타래가 풀린 재벌 2·3세 주가조작 의혹은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검찰은 대우그룹의 퇴출 저지를 위해 로비를 벌였던 조풍언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그의 자금이 구씨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씨는 지난 2006년 9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에 대한 검찰 내사가 김영집씨에서 조현범 부사장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벌 3세들이 연루된 유상증자는 레드캡투어, 엔디코프, 코디너스, 동일철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조 부사장이 관계된 코디너스와 동일철강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의 주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뒤 며칠 만에 유전 개발이나 에너지 사업 진출을 하겠다는 추가 공시가 이어지자 급등했다. 재벌 3세의 지분 참여와 자원개발 호재가 겹친 결과다.

재벌가 30대 동년배들 정보교환 관계 돈독

주가조작에 연루된 재벌 자제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의 나이로 동년배들이다. 이들은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식투자와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한몸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 종목의 주가가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소위 ‘황제주’ 소문이 증권가를 휩쓰는데 여지없이 이들 재벌 3세 이름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재벌 3·4세들이 비정상적인 투자 행태를 노골적으로 반복하면서 증권업계는 그동안 이들이 언젠가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헐값에 주식을 받고 이를 다시 자원개발 공시 등으로 주가를 부양해 시세차익을 나누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재벌 자제들이 투자한다는 소문에 개인 투자자들도 해당 종목 매수에 몰려 주가 급등은 어렵지 않았다.

지난해 코스닥 황제주로 떠올랐던 동일철강의 경우 재벌 3세들은 두달만에 수십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럴 경우 공시에 떴던 자원개발사업 등은 이들의 목표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거두는 수단에 불과하다. 김영집씨의 엔디코프가 지난해 공시했던 카자흐스탄 유전개발 사업이 이에 걸맞은 사례다. 해당 사업은 1년여가 지났지만 지지부진하고 김영집씨는 지난해 말에 이미 보유 주식 전부를 처분했다.

이처럼 증권시장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재벌 자제들이 최근 덜미를 잡힌 것은 동일한 주가조작 수법을 여러 차례 써먹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 실체를 검찰에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허수 주문을 내는 경우는 잡아내기가 용이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의혹은 매집과 호재성 공시 사이의 인과관계나 물증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사안에 따라 무혐의 처리될 수도 있다”며 “검찰의 수사 의욕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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