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양김씨 또 ‘훈수정치’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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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원지간 양김씨 또 ‘훈수정치’ 기싸움
  • 최봉석 기자
  • 승인 2008.12.08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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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합 vs 보수연합 격돌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김대중,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들의 ‘훈수정치’가 정가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정계와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며 국가원로로 남아있던 이들이 최근 ‘통합의 정치’를 언급하며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YS가 ‘보수진영의 통합’을 주문한다면, DJ는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요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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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남북관계 국면 속에서 여권이 아닌 야권을 중심으로 남북간 경색 국면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을 기점으로 ‘민주연합론’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및 민주주의의 후퇴를 강도높게 비난하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시민단체와 협력해 민주주의 역주행을 저지하라는 ‘민주연합론’을 제시한 후 실제 정치권에 지각변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고 있으며 이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경우 정세균, 강기갑 대표가 같은 달 25일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잠정합의한 이후 정책공조에 대한 실무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공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김 전 대통령 예방 이후 이 같은 움직임은 현안 전반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남북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무자 협의를 통해 공감대 구축에 나섰고 민주당이 최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잇달아 방문,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서면서 공감대는 확대되고 있다.

양당은 특히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에 대한 저지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서민 복지예산 확보 등에 힘을 합치겠다는 계획이다.

양당과 창조한국당은 30일 국회에서 야3당 ‘남북관계 위기타개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남북관계 관련 시국진단 및 해법을 논의하고 국회 차원의 공동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연합전선 구축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눈길은 싸늘하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정치적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국민적 지지를 합해봐야 15%도 되지 않는데 연합전선을 운운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실상 반미친북세력과 연대해 대대적인 반정부투쟁에 나서라는 지시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발언”이라며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야당과 시민단체에 대해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 지극히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전반적인 흐름상 민주당은 지난 10년간 이어온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붕괴되고 있다며 그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개성공단은 어려운 우리경제의 희망이자 중소기업의 새로운 활로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평화의 상징,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개성공단 포기발언이나 일부의원들의 핵무장발언과 같은 몰이해와 시대착오적 행태로는 남북관계에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진실로 남북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런 식의 발언이 언감생심(焉敢生心)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말로는 6·15와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해놓고 강경발언을 일삼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도 정부여당의 의도적인 대북도발이라고 비판하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개성공단에 입주한 80여개의 중소기업을 위해서도, 우리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더 늦기 전에 정부여당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세균 대표는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엔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실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남북관계가 참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엔특사의 자격으로라도 북한에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강경발언을 통해서 계속 북한을 자극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해 지혜롭게 처신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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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최근 잇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3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민주연합론을 주문한데 대해 “김대중에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북에 보내는 것”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DJ와 힘을 모을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북이 노다지 나오는 곳,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북에 가서 살도록 하는게 최선”이라며 “돈을 줘서라도 한반도 평화를 사야 한다는 DJ의 언급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때도 김대중이 협력했으면 극복 가능했다”며 “외환위기에 책임을 지라면 김대중이 최소한 60%는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대중은 거짓말을 잘하는 것이고, 노무현은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앞서 28일에도 “김대중씨의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끝없는 도전과 국기 문란에 대해 이제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대중씨는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야말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노다지라는 망발’이라는 제하의 성명서를 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이 노다지라는 사람이 있다. 정신이 이상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동의는 물론 공감조차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김대중씨는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으로 노무현 정권까지 지난 10년간 14조원이나 퍼줘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만든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김정일 독재체제를 연장시켜 북한주민을 기아선상에서 고통 받게 한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현 이명박 정부가 ‘모든 상황을 한나라당의 전신이었던 신한국당 YS(김영삼 전 대통령)정권의 시점으로 돌려놓는 것 같다’는 세간의 지적이 빗발치고 잇는데 대한 일종의 사전경계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또 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연일 “경제분야나 남북관계에서 10년 전으로 재연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노여움이 상대적으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민주당과 민노당 지도부를 만나면서 ‘민주연합론’을 거론한 이후 야권의 정책공조가 급물살을 타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보수진영의 대결집을 김 전 대통령이 앞장서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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