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카드 좀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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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카드 좀 받아주세요”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08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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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수납방식 개선 못하나
요금 연체하는 자영업자들 한전 현금수납에 불만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불황의 한파가 깊게 드리우는 가운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전기요금 수납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정용의 경우처럼 일반용 전기요금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는 주장이다.

실물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공과금이나 전기요금을 체납하는 영세업자들이 늘어 이같은 요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불황 한파에 일반용 전기요금 카드결제 요구 목소리 높아
한전 “카드 수수료 비싸 개선 어렵다”… 법 개정 움직임


서울 양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45, 여)는 몇 달 동안 적자운영에 시달려 전기요금 석 달치를 체납하고 있다. 가게 운영도 어려운데 최근엔 한국전력공사(KEPCO)로부터 독촉장이 날아들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을 수밖에 없다며 납부를 독촉했다.

B씨는 그러나 요즘 영업이 예전 같지 않아 식당 재료값 대기도 힘겹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월세마저 밀린 상태라 전기요금을 납부할 돈이 막막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전기가 끊긴다면 장사를 지속할 수가 없어 B씨는 한전을 찾아 선처를 호소했다. “현금이 없으니 신용카드로 내겠다”고 했지만 “일반용 전기요금은 현금으로만 결제하도록 돼 있다”는 답변을 듣고 울컥 하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 한파에 전기요금 못내는 자영업자 늘어

B씨는 일반 국민들에게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수수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자영업자에 대해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다.

B씨는 아직까지도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언제 전기가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식당일을 하고 있다.
B씨의 경우처럼 경기 한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영세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당분간 전기요금 수납은 종전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2002년 7월부터 납부자 편의를 위해 가정용(주택) 전기요금에 대해 신용카드로 수납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용(상점, 건물)과 산업용(공장)은 현금으로만 요금을 받고 있다.

한전은 일반용과 산업용은 전기 사용금액이 크고 신용카드사와의 수수료 문제 때문에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카드사의 수수료가 비싼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전기요금은 현금으로 낼 경우 액수와 상관없이 자동이체는 건당 40원, 직접 납부는 건당 200원의 수납 대행 수수료를 한전이 은행에 부담한다.

수수료 비싸 카드결제 수용 어려워

하지만 카드 납부의 경우 한전 측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는 껑충 뛴다. 카드사들은 전기요금의 1.85%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개인들의 경우 모두 주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없어 신용카드 결제를 받고 있지만, 일반용과 산업용은 카드결제를 허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은 전체 한전 가입자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납부액으로 비교하면 일반용과 산업용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의 경우 월 전기요금을 100억원 이상 납부하는 업체가 많고 조선소의 경우는 300억원대에 달하는 기업도 있다.

따라서 이런 기업에 현 시스템에서 카드결제를 허용하면 각 기업에서 부담하던 매월 수억원씩의 수수료를 한전에서 물어야 한다. 수천억원의 부담을 떠안을 경우 이는 곧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신용카드 수납을 일반용이나 산업용까지 확대하면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 결국 전기요금 자체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기요금 납부는 후불인데 공장들에게 카드 납부를 허용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한전은 일반용의 경우 신용카드 요금 납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과다한 카드 수수료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카드사 사이에 공과금 수납시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처럼 수수료 없는 가맹점 계약을 추진하라는 지적에 대해 한전 측은 “카드사에 수차례 수수료를 없앨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정도 문제다. 올해 한전은 1조원의 적자를 냈고 내년에는 환율과 연료비 폭등 우려에 따라 적자폭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내년도 인상요인이 22% 가량 발생하는데 최근에 이미 전기요금을 올린 데다 실물경기도 잇따라 추락하고 있어 요금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카드 강제수납의무 없애는 법 개정 추진

한전은 이같은 사정에 비춰 신용카드 사용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줄 것을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도시가스공사 등과 함께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현재 국세나 관세는 카드 사용자가 부담하지만 전기요금 등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도 전기나 가스 사용자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 수수료가 외국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기요금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건당 3~6달러를 받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결제금액의 2% 가량을 수수료로 챙기고 있어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지난 10월 신용카드의 강제수납 의무를 폐지해 결제수단 선택을 규제하는 것을 막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 97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정에 따라 가맹점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판매 거절이나 불리한 대우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카드사가 과도하게 수수료 수익을 증대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 규정이 소상공인에게는 경영 부담 가중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권 의원은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권 의원은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 카드사와 가맹점 간의 수수료 논란을 해소하고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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