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인사철 맞은 재계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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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인사철 맞은 재계 ‘긴장감’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2.08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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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이광용 기자] 연말연시 인사철을 맞은 재계의 임원인사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에 드리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인사여서 어느 해보다 재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내년에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어서 위기 상황을 타개할 그룹별 복심(腹心)이 인사에 어떻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그룹마다 인사를 앞둔 대상자들은 혹시나 살생부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할 정도로 적막 속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하반기 현금 유동성을 강화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투자를 줄이고 조직을 효율화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따라서 그룹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큰 폭의 승진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고위 임원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는 예년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월 인사폭 클듯
현대차-SK-LG 변동 적고 GS-한화는 대우조선 영향력 관심
오너 일가 전진배치도 주목… KT·포스코는 CEO 교체 안갯속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11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인사를 마쳤다. 두 그룹은 기존 CEO들을 대부분 유임시키는 등 안정 기조의 인사를 했다. 

그동안 반도체 경기 호황 등으로 사장단을 교체하지 않았던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를 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직기간이 길었던 CEO들이 많아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는 대로 정기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빠르면 연말에 인사가 단행되거나 내년 1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김용철 변호사 사건과 특검이라는 변수로 지난해 정상적인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올해 인사 폭이 어느 정도가 될지 주목된다. 이 전 회장 퇴진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다면 주요 경영진 교체도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서는 그동안 CEO 인사가 거의 없었고 사장으로 승진해야 할 부사장급도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인사 규모가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실적 둔화 가능성이 맞물려 그동안 야전에서 경험을 쌓았던 CEO들을 중용한다면 의외로 교체 폭이 적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은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교체 대상 CEO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인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임원인사 규모가 예년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발령냈고, 김용문 현대차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에 대한 인사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윤여철·최재국 사장을 부회장으로 발령하는 등 수시로 승진 인사를 실시해 인사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에선 후계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정 사장이 기아차를 맡아 적자를 털고 2년 연속 흑자로 올려놓는 등 실전 경험을 착실히 한 만큼 자리를 기아차에서 현대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 최근 그룹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정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대표도 현대카드를 흑자로 전환하는 등의 성과를 올려 그룹내 위상이 올라갈지 주목된다.

LG그룹은 연말 승진인사의 폭이 예년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매출액 100조원 달성이 유력해 인사 대상자들의 승진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등 주력 계열사가 견조한 실적을 올린 데다 전무 직급을 되살려 인사의 숨통도 트였다고 볼 수 있다. CEO들의 경우 재임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어서 교체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말에 각 계열사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SK그룹은 주요 CEO들의 임기가 남아있어 교체 폭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도입된 ‘회사 내 회사(CIC)’ 제도에 따라 CIC 사장들이 자리를 이동하는 정도의 변동은 있을 수 있다.

롯데그룹은 내년 2월께 임원인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GS그룹은 이달부터 계열사별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GS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 패착의 파장이 인사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상무와 장남 조원태 상무가 승진할지 주목된다. 현아씨는 지난 2005년 12월 상무보에 오른 뒤 상무B까지 승진했고, 현태씨도 상무A로 승진했다. 대한항공의 경우는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임원진 교체 폭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내년 1월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해마다 최대 80명까지 승진 인사를 단행해 왔는데, 올해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에서 공을 세운 임직원들이 승진 반열에 오를지 관심이다.

최고경영자들이 비리 혐의에 연루된 그룹들은 인사철을 맞아 좌불안석이다. 포스코그룹은 이구택 회장이 최근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어 불안감에 싸여있다.

KT그룹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KT는 남중수 전 사장의 구속으로 사장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사장 추천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정관 개정 논란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린 상태다. KTF도 조영주 전 사장의 구속으로 사장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후임 사장이 확정되지 않아 인사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 이후로, KT는 후임 사장 선임 이후로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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