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간호학과 3년생이다. 지난해 3월 국립의료원 간호대학이 성신여대 간호대학으로 승계되면서 또 다른 남학생 18명과 함께 이 대학에 다니게 됐다.
딸과 같은 20대 여학생들과 함께 내년 1월 간호사자격증 시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환자를 가까이서 돌보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 제대로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2001년 뇌졸증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겠다는 마음도 담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LG그룹에 입사한 그는 어머니를 잃은 다음 해인 2002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한의학을 배우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그는 2년제 한의학전문대학원인 '사우스베일로대(South Baylo University)를 졸업했고, 이후 현지에서 1년간 한의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는 환자를 더욱 가까이서 돌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의사도 그만두고 간호사에 도전하기로 했다. 2006년 귀국한 그는 국립의료원 간호학과 정원 외 모집에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의사로 일하다보니 의사보다는 간호사가 더 환자를 가까이서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국가고시 간호사자격증 시험 준비로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하는 그는 "대학 3년 동안 받은 600만원에 이르는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라도 국가고시에 꼭 합격해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다"며 "앞으로 아프리카 등 의료 봉사가 절실히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75세까지 봉사의 길을 걸은 후 그 다음 삶은 하느님에게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돈과 기술이 없어도 몸과 마음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봉사"라며 "경제가 어려워지고 삶이 각박해질수록 주변의 더 어려운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