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딜레마’에 檢vs민주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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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딜레마’에 檢vs민주 “난감합니다”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8.11.24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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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서태석 기자] 정지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민석 최고위원의 거취 문제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 수사관 15명을 급파, 김 위원에 대한 신병확보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민주당 의원 및 당원과 대치 끝에 영장집행에 실패하고 일단 철수했다. 검찰이 김 위원에 대한 영장집행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데 계속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로만 나설 경우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검찰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선택도 관심거리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영장실질 심사까지 포기할 것을 김 최고위원에게 요구했던 민주당 지도부도 당내 기류변화에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세 번째 신병확보 실패… 비난 여론 증폭 중
민주당 “검찰·법원을 자극할 수 있다” 우려 높아져
檢, 경찰력 동원할듯… 김 최고위원 끝내 결심하나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이전 상황과 다르지 않다. 김유정 당 대변인은 “김 최고위원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불구속 기소를 하면 재판에 나가 유무죄를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하늘 아래 야당 최고위원이 도망갈 곳은 없다”며 거듭 불구속 기소를 촉구 중이다.

그러나 당내 기류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주선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걸고 김 최고위원의 신원보증을 해주자”는 제안도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힘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과 법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원들의 반응과 관심도 점차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자체 조사한 당 지지율도 최근 하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도부의 고민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김 최고위원 때문에 하락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하락 폭도 오차범위라고 할 수 있는 적은 폭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데다 언론이 당에 불리한 기사를 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그러나 “이제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야하지 않겠나”라며 “야당 탄압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김 최고위원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 정보도 소통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중진들 사이에서도 김 최고위원의 거취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경일변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그런 우려를 당 지도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 상태로는 김 최고위원의 거취에 대해 지도부의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며 “결국 김 최고위원 스스로가 결심하는 길 밖에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영장 실질심사에 응하겠다고 했을 때 지도부가 말린 것이 실책”이라며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당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지 않겠나. 이젠 검찰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검찰, 어떤 결정 내릴까… 진퇴양난에 빠진 ‘檢’

결국 검찰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할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오전 8시15분께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 수사관 15명을 급파, 김 위원에 대한 신병확보를 시도했다. 그러나 수사관들은 민주당 의원 및 당원과 대치 끝에 영장집행에 실패하고 일단 철수했다.

검찰이 김 위원에 대한 영장집행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2일에는 구인영장 집행에, 16일에는 구속영장 집행에 실패했다.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의 집행시한은 지난 21일 밤 12시 만료됐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집행에 다시 나설 계획이지만, 이날과 같이 수사관만 보낼 경우 영장집행에 실패할 것이 불보듯 뻔해 향후 경찰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검찰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계속된 구속영장 집행 시도는 ‘명분쌓기용’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장집행 자체가 김 위원을 구속수감할 목적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장집행을 막는 민주당원에 대해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여론과 법 집행 절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검찰은 야당 당사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강제력을 동원해 김 위원을 끌어내는 데 대해 큰 부담을 느껴왔다.

그렇다고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로만 나설 경우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검찰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

사정이 이렇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갑근)는 구속영장 실패 다음 날인 지난 17일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영장 집행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이른바 ‘권력기관’인 검찰이 야당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남 3차장 검사는 이날 “김 위원 영장 집행이 또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연 뒤, “이 땅의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국민에게 죄송하며 법을 집행하는 검사로서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장 집행을 막은 민주당에 대해 “이미 범법자가 된 김 위원을 보호하는 민주당에 더 큰 실망을 느낀다”며 “범법자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당론이라니 애처럽고 안쓰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영장실질심사 응하겠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21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를 한다면 영장실질심사에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최고위원과 직접 통화를 해서 들었다. 변호인을 통해 법원에 이같은 의사를 타진한 것 같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최고위원은 “검찰의 편파적인 수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저항의 방법을 택했고 이는 충분히 알렸다”며 “법정이 아닌 장외공방이 검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사안의 유무죄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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