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선장 잃고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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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선장 잃고 가시밭길
  • 이광용 기자
  • 승인 2008.11.24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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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KT 후임사장 인선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100년 기업’ KT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현직 사장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최악의 경영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후임 사장 인선 작업도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KT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정관을 개정할 움직임을 보여 내우외환에 싸인 KT에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추위 정관 25조 개정 움직임에 ‘낙하산 인사’ 잡음
이석채씨 등 사장응모 내로라하는 거물들 체면 구겨
KT출신 소외 논란 속 향후 선임일정도 ‘산 넘어 산’


후임 사장 선임을 둘러싼 가장 큰 잡음은 ‘낙하산’ 인사 내정설 때문이다. 사추위 일각에서 KT 정관 제25조를 개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내홍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설수를 몰고온 정관 개정 논란은 잇따라 브레이크에 걸리고 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관 25조는 ‘경쟁사에서 최근 2년 내에 임직원으로 근무했던 자는 KT의 이사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력 후보가 거론되자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대 압력을 넣고 있는데다 KT 노동조합마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추위원 가운데 사퇴자들이 나왔고 사장후보 선정 작업은 사실상 보류 상태에 묶여 있다.

정관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채 사장 희망자를 공모한 것인지, 낙하산 인사를 배려하기 위해 정관 개정을 추진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내부 이견으로 이미 사추위의 독립성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한 정관 파동으로 사장 공모에 응한 통신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력 후보로 알려졌던 이석채 전 정통부장관은 야당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반대 여론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김창곤 전 정통부차관,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 등도 ‘정관 25조’에 걸려 자존심을 구겼다. KT의 소방수로 나서려 했던 이들 거물들은 일종의 명예훼손을 당한 셈이 된 것이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사추위는 외부 명망가를 선호하고 가급적 내부 인사 출신은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추위가 왜 외부인사를 고집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아한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그동안 KT 사장을 역임했던 이상철씨와 이용경씨가 내부 출신이고, 구속된 남중수 사장도 내부에서 발탁된 CEO였는데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외부’를 고집하느냐는 우려다.

KT를 이끌었던 인사들도 상당수 거론되고 있다. 김홍구, 박부권, 송영한, 이상훈 씨 등은 오늘의 KT를 있게 한 산증인들로 요직을 두루 거쳐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했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따라서 KT 안팎에서는 이번 사추위 정관 사태가 외부의 내로라하는 통신 거물들은 물론이고 KT에 헌신한 인사들의 자존심까지 흠집을 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야당은 청와대와 여당의 실세들이 내정자를 찍어놓고 공모과정을 거친 요식행위를 하려다 정관 문제에 부닥친 것이라고 혹평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최근 성명에서 “정관 변경은 KT 사추위가 할 일이 아니며, 사추위가 정관 변경을 핑계로 배임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어찌 됐든 난파 상태인 KT의 신임 선장은 자격시비에 당분간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T 사추위는 직원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위기를 정면으로 극복할 CEO를 선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KT 안팎에서는 사추위가 정관 개정을 과연 밀어붙일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임 사장 선출과 정관 변경은 모두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일각에서는 사추위가 두 안건을 주총에 모두 상정해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이마저도 주총 공고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올해 안에 처리하기도 쉽지 않아 KT의 경영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KT의 한 관계자는 “정관 개정은 자격조건을 살펴 후보 공모 전에 했어야 하는데, 후보자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자격을 바꾼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임자를 선임하려면 사추위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사내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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