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씨앤씨, 호텔 운영권 놓고 용역회사끼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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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씨앤씨, 호텔 운영권 놓고 용역회사끼리 '충돌'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08.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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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씨클라우드호텔이 위탁운영회사 간의 다툼으로 얼룩지고 있다. 소유주들로부터 객실 운영을 위탁받은 업체가 둘이나 되는 탓에 관할구청이 뒤늦게 영업 신고를 낸 후속업체의 서류를 반려하자, 어떻게 해서든 영업을 해보려는 후속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기존업체 간 극렬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 급기야 최근에는 양측이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들이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 호텔 곳곳을 점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 새로운 위탁운영사로 선정된 건오 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이 기존 위탁운영사인 코오롱씨앤씨가 고용한 용역직원들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씨클라우드호텔 객실 내부로 물품을 옮기려는 모습 / 사진=트위터리언 바바타 제공(트위터ID:@vabatav)
해운대 씨클라우드호텔 운영권 두고 코오롱씨앤씨-건오 대립
용역 직원까지 동원해 서로 견제…관할 지구대 출동사태 빈번

부산의 관광명소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씨클라우드호텔의 운영권을 둘러싼 위탁운영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씨클라우드호텔 1층 로비에는 건장한 청년 수 십 여명 배치돼 살벌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곳 호텔의 위탁운영사인 ㈜코오롱씨앤씨와 ㈜건오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로, 시시때때로 서로를 견제하며 충돌을 일으키는 탓에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경찰이 출동하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용역 충돌, 대체 왜?

코오롱씨앤씨와 건오가 용역직원을 고용할 정도로 극렬한 대립각을 세우게 된 배경은 객실마다 소유주들이 제각각인 호텔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씨클라우드호텔은 총 41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객실마다 각각의 개인 소유주가 존재한다. 코오롱씨앤씨는 지난 2009년 7월 씨클라우드호텔 객실소유자들의 모임인 관리단과 388개의 객실에 대한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호텔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일부를 소유주들에게 배분해 왔다.

그런데 지난 6월30일 코오롱씨앤씨와 관리단의 위탁운영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계약을 갱신한 220개 객실 외에 나머지 168개 객실 소유주들이 건오와 새로운 위탁운영계약을 맺으면서 갈등이 불거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구청은 지난 7월 건오가 제출한 영업신고서를 반려했다. ‘1개의 집합건물 내에서는 1개의 숙박업만이 가능하다’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유권해석에 따른 조치였다.

앞서 구청은 지난해 10월에도 코오롱과 위탁운영계약을 맺지 않은 28개 객실 소유주들이 별도의 영업신고서를 제출했을 당시 이를 반려한 바 있다.

이에 불복한 소유주들은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으나, 지난달 25일 항소심 재판부가  ‘28개 객실 소유주들의 영업신고 당시 접객대와 로비 등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구청의 반려처분이 옳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건물 1개 숙박업만 가능”

이런 가운데 더 큰 문제는 건오가 여름성수기 영업을 통한 막대한 수익을 예상하고 이미 168개 객실 소유주들에게 6개월치 수익금을 선지급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회사가 입을 손실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건오는 즉각 구청을 상대로 영업신고 반려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건오는 앞서 28개 소유주들에 대해 2심 재판부가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구청의 반려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점을 근거로, 영업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기 위해 호텔에 물품을 들여놓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건오의 출입을 막으려는 코오롱씨앤씨와 어떻게 해서든 설비를 들여보내려는 건오 간 갈등이 서로 용역업체 직원을 고용해 충돌을 빚는 극단의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해운대구 중동지구대 관계자는 “지금은 신고가 없지만 불과 며칠전만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신고가 들어오는 탓에 수시로 출동하는 사태가 빚어졌다”며 “다행히 서로를 폭행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중재하고 돌아오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갈등 예고

현재 씨클라우드호텔은 건오 측의 물품 반입이 끝나 별다른 충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건오가 조만간 영업에 필요한 나머지 준비도 모두 마친 후 다시 영업신고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코오롱씨앤씨와의 또 다른 마찰이 예상된다.

건오 관계자는 “접객대 설치도 이미 완료했고, 이달 중으로 다시 영업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또한 성수기 영업을 하지 못해 회사가 입은 피해에 대해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일부 소유주들은 코오롱씨앤씨를 상대로도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오의 영업신고서를 구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구청은 ‘반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복지부가 ‘1개 집합건물 내에선 1개 숙박영업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먼저 신고를 한 업체 외에 또 다른 회사의 신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구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씨앤씨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뭐라고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씨앤씨는 올해 계열사로부터 연리 7.6%의 조건으로 54억여원을 차입했다. 코오롱씨앤씨는 적자가 매년 쌓이면서 부채가 자산보다 220억원이 많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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