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병풍정치’ 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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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병풍정치’ 포문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8.11.1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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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가 차오른다, 가자”… ‘형님’이 나섰다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이명박 정권 출범과 동시에 ‘형님 정치’로 한나라당 막후 실세 역할을 해왔던 이상득 의원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는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상득 의원은 지난 11일 저녁, 여의도 일대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국포럼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로는 정두언, 이춘식, 조해진, 권택기, 김영우 의원 등 10여명이 있으며, 회동은 이상득 의원 측에서 지난주께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당내 친이계 간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가는 모습이다. 즉,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을 놓고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기 복귀설이 정치권을 흔들어 놓으면서 불거졌던 박근혜-이재오 갈등설에 이어, 이번에는 박근혜-이상득 간 갈등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안국포럼’ 의원들과 만찬회동 ‘세 규합’ 적극 행보
‘수도권 규제완화’ 놓고 박근혜와 정면충돌 움직임
“뭘 알아서 반발?”, “FTA는 盧정부가 한 것” 공세
귀국설 이재오 대비한 ‘진검승부’ 배수진 가능성도


알려진 바대로 안국포럼은 오랜 시간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탓에, 대부분 초선이면서도 당내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도 청와대 만찬을 가졌던 바 있어 이상득 의원과의 만남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입법을 처리하기 위해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지 않겠는가’ 하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 안국포럼 출신의 이춘식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득 의원이)개혁입법 추진을 위해 만나자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건 당 차원에서 홍준표 대표와 최경환 수석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며 “이상득 의원께서는 전면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적극 부인했다.

그러면서 만찬회동과 관련해서도 “식사 한 번 하자는 것뿐”이라며 “아무 것도 아니다.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고 정치적 확대해석을 강하게 경계했다.

그러나 당내 안국포럼 출신 익명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상득 의원과의 만남에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복귀 문제에 대해 논의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지만, 앞날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모두 이 대통령의 오른팔임을 자임하고 있어, 누가 안국포럼을 자기편으로 포섭하는가에 따라 당내 친이계 권력구도가 뚜렷한 윤곽을 그리게 될 전망이다.

“안국포럼을 내 편으로 포섭하라(?)”

즉 이재오 의원의 귀국에 대비해 이상득 의원이 먼저 안국포럼에 손 내밀기 용으로 회동을 제안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또 친이계 중에서도 일각은 최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 복귀설과 관련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 복귀로 당내 분열이 오히려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상득 의원이 친이재오계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 안국포럼에 ‘이재오 조기복귀 반대’ 목소리를 주문하지 않겠냐는 해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은 ‘친이계 결속력 다지기’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는 안국포럼 의원들과의 만찬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아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고, 안 만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저래 박근혜 전 대표의 꿈틀거림도 포착되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설까지 돌고 있는 까닭에 이날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에 대해 여의도 정치권의 시선이 여전히 집중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당내 친이계 간 ‘갈등의 골’은 시간을 거듭할 수록 깊어가는 형국이다.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을 놓고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정면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한 조기 복귀설이 정치권을 흔들어 놓으면서 불거졌던 박근혜-이재오 갈등설에 이어, 이제는 박근혜-이상득 간 갈등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박근혜와 충돌 가능성 모락모락

‘박근혜-이재오 갈등설’이 이 전 최고위원의 리모콘을 통한 간접방식이었다면, 박근혜-이상득 간 갈등은 그야말로 ‘직접 충돌’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박근혜 전 대표는 제천 종합보건복지센터 개관식 참석에 앞서 송광호 최고위원과 함께 단양군청을 방문,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문제점을 정부가 모를 리 없고, 그것을 풀어 가는 것도 정부의 몫”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전 대표는 또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걱정이 많다”면서 “정부가 오는 27일쯤 이와 관련한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단양군청 지역인사들이 수도권규제완화와 관련한 견해를 먼저 물어봄으로써 이뤄진 것이지만, 사실 수도권규제완화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근래 봇물 터지듯 정부비판을 쏟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3일과 5일 잇달아 “현실적 대안도 없이 규제완화부터 전면적으로 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작심한 듯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에 직격탄을 날려 왔었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이 같이 이명박 정부와 거리두기를 가속화 하자, 이상득 의원이 직접 상대하고 나선 것.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수도권규제완화에 반발하는 지방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지만, 박 전 대표가 ‘先규제완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탓에 그도 예외가 되지 않았다.

박근혜 겨냥 “뭘 알고 반발하느냐” 호통

이상득 의원은 같은 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반발에 대해 “뭘 알고나 반발하느냐”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상득 의원은 이어 “나는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 우리 포항은 불만이 없다”면서 반발하는 의원들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상 ‘수도권규제완화’가 구실이 돼,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정면충돌하게 된 것이다.

이상득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개인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뭐든지 100% 찬성은 없다”며 “농촌 대책 등 이미 대책이 다 돼 있고, 이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다 해놓았던 것 아니냐”고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안국포럼’ 정치 전면 나설까?

어찌됐든 핵심은 이상득 의원이 기지개를 켬과 동시에 MB 직계 모임인 ‘안국포럼’ 또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정도로 요약된다.

안국 포럼이 지난 1일 이명박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진데 이어 11일에도 이상득 전 부의장과도 만난 것을 두고, 이미 당 안팎에서는 이들이 정치 보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MB 직계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인 발언이나 대외 행보를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선이 대부분인 안국포럼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러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뤘다. 6개월간 지속된 촛불정국도 이들 의원들이 마음 놓고 현안에 대해 발언을 하기에는 부담이었던 게 사실.

하지만 경제위기로 이명박 정부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과 개혁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MB 직계 의원들이 나서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당내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들은 18대 국회 개원 이후 철학과 교수 4명으로 구성된 자문 교수단과 함께 인문학 공부 모임인 ‘아레테(Arete)’를 조직해 2주에 한번씩 철학을 비롯한 문학, 역사 등 인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모임을 정치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모임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안국포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의원은 “아레테는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그야말로 순수한 공부 모임”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정치 현안 모임으로 개편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해 당분간은 현행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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