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차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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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차단하라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8.11.03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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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 여권 ‘구원투수 이재오’에 잇단 러브콜

[매일일보=서태석 기자]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미국에서 유학 중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과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정 최고위원이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측 “주로 이 전 의원의 근황에 대한 얘기가 이루어졌으며, 정치적인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객원교수로 한국정치를 강의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러나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에 주목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이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 중 실세’인 이 전 의원의 컴백설이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어쨌든 핵심은 하나다. 12월이냐, 아니면 내년 1월이냐. 총선 낙마로 고심 끝에 ‘제물’처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지 5개월 만에, 이 대통령을 또다시 ‘성공(?)’시키기 위해 그에게 ‘SOS’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모든 상황을 정리해볼 때 결론은 하나다. 이재오 전 의원은 나름대로 모종의 ‘결심’을 내린 것 같다.

2기 내각 출범 카운트다운…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희박
경제위기 심각… 경제부총리, 지식경제부 장관설 등 ‘모락’
친박계 결집력 강화하자 ‘군기반장’ 컴백으로 재결집 노려


이재오 전 의원은 다신 여의도 정치의 중심에 서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본인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주변부는 그렇지 않다. 조기 귀환설이 그를 계속 괴롭히는 모양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는 현 정치상황을 포함한 악화된 경제상황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상황 반전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이 분명하다. 쇠고기 촛불정국 이후 여권은 민주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방향타를 상실했고, 제2의 IMF로 불리는 금융위기는 이명박 정부를 뒤흔드는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당정 간엔 연말여초 개각에 대한 ‘갑론을박’이 생겨났다. 개각의 중심인물은 물론 이재오 전 의원이다. 그래서 그의 조기 귀국설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측근은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이미 당 안팎에선 그가 ‘구원투수’로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재오 전 의원이 컴백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당 지도부와 친이계는 철떡같이 믿는 모양새다. 당정은 ‘2기 내각’에 집중하고 있다. 그야말로 운명을 건 셈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돈다. 재보설 출마를 할 것인지, 아니면 입각을 할 것인지. 심지어 당권도전 이야기까지 섣부르게 나온다.

재보선 출마는 ‘문국현 죽이기’라는 비난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야당의 반발이 커져감에 따라 이 전 의원에겐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출마는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각은 그나마 나름대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전 의원의 복귀 배경에는 경제 위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함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래서 이를 토대로 경제부총리와 지식경제부 장관설이 조심스럽게 떠돈다.

박희태 대표의 임기가 무려 1년 이상 남았고, 박 대표가 청와대와 호흡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의 당권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대통령은 줄곧 박희태 대표에게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친박계 부활에 친이계 위기의식

당·정이 이 전 의원의 복귀에 박수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친박계의 세 확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친박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지면서 친이계는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데, 이 전 의원이 컴백함에 따라 지지층이 재결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오계는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계파의 결집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그의 귀국설은 갈수록 이처럼 정가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계파 간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 복귀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가 있다”며 “여권 내 지리멸렬한 분위기도 있고 하니까, 이 선배가 돌아와서 여권의 한 축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돌아와서 당직으로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정무직으로 할 수도 있고, 때가 되면 재보선에 다시 도전해서 들어올 수도 있다”며 “거기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이나 조건을 걸고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선배는 당연히 유학에서 돌아오면 정치활동을 할 분”이라며 “그걸 두고 왈가왈부하고 돌아와서는 안된다, 된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우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국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이 전 의원의 복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이 의원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 공천헌금 시비에 관련돼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라며 “어떻게 이 의원을 의식하고 수사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친이재오계는 조금 조심스럽다. 친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존스홉킨스 대학과의) 계약이 12월 말까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마 금년 내 귀국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내년 초쯤 귀국하는 것이 좋겠다고 (이 전 의원에게) 건의할 생각”이라면서,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1월 14일 귀국설’에 대해 “전혀 잘못된 정보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도 공 최고위원과 생각을 같이 하고 있다. 진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조기 귀국설을 부인했다.

“구체적인 계획 갖고 있지 않다”

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귀국을 언제 할 것이냐에 대해 심지어는 구체적인 일정까지도 거론이 되는데 그런 논의 자체도 정말 나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진 의원은 “본인은 사실은 최근에는 (미국에)더 있고 싶은 희망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반대로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 사이에서 고민은 하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의원이 여권의 한 축이 돼야 한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언급에 대해 “최근에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지니까 홍 원내대표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이재오 정계복귀’ 시나리오와 관련,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최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창조한국당 창당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전 의원이 (내 지역구인) 은평구에 출마하려면 (공천헌금 관련) 재판에 변화가 있어야 할텐데 (내가) 공판에서 질 것 같지는 않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역시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 전 의원이 여권의 한 축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홍 대표가 좋아하는 선배니까 자신의 지역구를 내주려는 것 같다”며 “이 전 의원이 은평에 출마한다면 구청장 자리는 있을 것 같다”고 비꼬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와 관련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설로 인한 당내 분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계파 내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전 의원이 귀국의 최적 조건을 찾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태석 기자 <seo@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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