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에 부정취업까지… “속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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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에 부정취업까지… “속타네”
  • 황윤하 기자
  • 승인 2008.10.31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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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직원 420여명 졸업증명서 위조 무더기 적발

[매일일보=황윤하 기자]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최근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아 위기설에 휘말린 ING생명보험에 악재가 겹쳤다. ING생명 직원들이 대학 졸업증명서를 위조해 부정 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영업활동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졸업증명서 등 공문서 위조를 의뢰하거나 직접 위조한 팀장급 120여명과 이를 이용해 입사한 보험설계사 300여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각종 공문서 및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구속된 부모(38)씨의 컴퓨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ING생명 직원이 포함된 사실이 발견돼, 경찰이 약 150개 지점을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팀장급 직원들이 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취업시켜 주겠다”며 “문서 위조 브로커에게 건당 40만~100만원을 주고 의뢰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여러 대학의 졸업증명서를 스캔해 파일로 저장하고 다시 이를 포토샵 프로그램 등을 이용, 인적사항만 바꾸는 방식으로 위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팀장들이 입사자격을 4년제 대학졸업자로 제한한 회사 방침을 피해 고졸 학력자나 전문대 졸업자 등을 보험설계사로 모집하기 위해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팀장들은 보험설계사의 실적에 따라 약 10%의 수당, 7%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 4년제 대학졸업자로 둔갑시킨 것 같다”며 “적발된 팀장 중 3명은 이 방법으로 지점장까지 승진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ING생명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은 정직원이라기보다는 개인사업자로서 이들의 과욕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찌 보면 우리도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관련 혐의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해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어 “ING생명은 엄격한 도덕성을 영업 원칙으로 삼는 회사로서 어떠한 비윤리적인 행위도 용납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관련 법규는 물론 회사의 윤리경영방침에도 위배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영업팀장들, 수당 챙기려고 가짜 증명서로 무자격자 영입
올슨 사장 “철저히 조사해 정리할 것” 채용절차 강화키로

ING생명 관계자는 “지난 6월에 새로운 학력검증시스템을 갖췄고, 엄격한 FC선발제도와 심화교육과정을 통해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영업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많은 인원이 적발됐지만 영업에 큰 지장은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도덕성을 강조했던 회사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ING 생명의 영업조직 인원은 약 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적발된 약 420여 명은 총원 대비 4.2%에 해당한다.

ING생명의 커트 올슨(54) 사장도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진화에 나섰다. 올슨 사장은 “내부적으로 채용 절차를 강화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ING생명은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으로 운영해왔는데 이런 일이 터져 많이 실망했다”며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해 깨끗이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8일 서울서부지법은 문서 위조 및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부씨(38)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또 부씨에게 문서 위조를 의뢰한 이모씨(31) 등 2명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강모씨(29) 등 12명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한편, 경찰은 적발된 ING 생명 직원을 포함해 648명을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씨의 경우 의뢰인이 다수인 관계로 일부 범죄 사실이 먼저 기소돼 지난 6월 징역 4년, 지난 달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황윤하 기자 <bluesky2157@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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