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베일 속 여인들 승계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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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베일 속 여인들 승계 변수로?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10.29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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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셋째부인’ 모녀 ‘야금야금’ 지분 취득하는 속내는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딸 신유미씨 롯데쇼핑 주주 첫 등장
재계, “재산분배 차원… 승계에 변수” 경영 참여 가능성도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국내 굴지의 유통왕국 롯데그룹에서 오너인 신격호 회장과 후계자인 신동빈 부회장만큼이나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서미경’ ‘신유미’ 두 사람이다.

‘미스 롯데’출신으로 CF모델과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1980년대 연예계에서 은퇴했던 서씨는 신 회장의 세 번째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와 신 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바로 유미씨.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있던 두 사람이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88년 유미씨가 신 회장의 막내딸로 호적에 입적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후에도 롯데에서는 두 사람에 대해 공식적으로 함구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유미씨가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하기 시작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롯데가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졌다.

롯데 측은 그럴 때마다 “개인적인 투자 목적일 뿐 경영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최근 서씨와 유미씨가 그룹 주력계열사인 롯데쇼핑 지분까지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사가들의 사이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서씨와 유미씨는 지난달 24일부터 꾸준히 롯데쇼핑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24일 장내에서 롯데쇼핑 주식 3270주와 1690주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28일 4800주와 4969주를 추가 취득했고 다음날 6200주, 4700주를 매입, 이어 30일 또 다시 장내에서 롯데쇼핑 주식 1400주, 3758주를 매입했다.

앞서 21일에는 서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도 롯데쇼핑 주식 3000주를 사들였다.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권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에 따라 서씨와 유미씨가 31일 현재까지 취득한 롯데쇼핑 주식은 각각 1만5670주, 1만5118주로 확대됐으며 유원실업의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3만3778주로 지분율은 0.11%에 달한다.  

지분율만 놓고 봤을 때는 아직까지 미미하지만 두 사람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주식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연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어 그 배경에 업계의눈이 쏠려 있다.

롯데 “지분 규모 미미, 용돈 차원 밖에 안 돼”

롯데그룹 측에서는 “이번 서씨 모녀의 주식 매입은 개인적인 투자의 목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 <미스롯데 출신으로 CF와 영화계에서 주가를 올리던 서미경씨. 1980년대 초반 돌연 연예계를 은퇴한 서씨는 이후 신격호 회장의 '숨겨진' 여인으로 살며 그와의 사이에서 유미씨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서는 두 사람의 지분 취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소량의 주식을 취득하거나 파는 것에 대해 일일이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씨와 유미씨가 롯데쇼핑 지분을 취득했다는 사실에 대해 신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사전에 알지 못했고, 알게 된 후에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

이 관계자는 또 “서씨 모녀와 회장님 일가는 서로 왕래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해 유미씨가 계열사 일부 지분을 취득했던 것도 개인적 투자의 목적이었을 뿐 오너 일가의 의중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만약 신 회장의 의중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씨와 유미씨가 취득한 지분이 워낙 적기 때문에 단순히 ‘용돈’을 준 차원밖에 더 되겠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계 안팎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서씨와 유미씨는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서 철저히 배제돼 왔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그룹 계열사 지분을 잇따라 취득하면서 본격적인 재산분배가 시작됐다는 분석과 향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이들이 복병으로 떠오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유미씨는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사장과 나란히 롯데후레쉬델리카 지분 9.31%(35만주)를 취득했다.

롯데호텔, 호남석유화학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고 개인으로서는 최대주주인 셈. 유미씨는 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계열사 코리아세븐의 주식 20만주도 신규 취득해 1.26%의 지분을 갖게 됐다.

시네마사업부 독점 알짜 유원실업 오너로 배당수익 챙겨
롯데 측 “승계구도나 오너 의중 전혀 없는 개인투자 목적”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유미씨가 롯데 오너일가의 공식적인 일원이 됐다는 해석과 함께 향후 롯데의 승계 구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서씨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에 대한 롯데 측의 지원 역시 이들에 대한 재산분배 차원이라는 해석이 높다.

2002년 7월 설립된 유원실업은 서씨와 유미씨가 각가 57.82%, 42.18%의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로 롯데계열사인 롯데시네마 사업부의 서울, 경기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해 운영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롯데의 비계열 특수관계 회사로 분류되는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막대한 수익을 냈고, 이를 통해 지난 2004~2005년에는 배당받은 자금(19억원)으로 유미씨가 롯데후레쉬델리카와 코리아세븐의 지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이 유원실업을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 3억2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씨 모녀가 최근 롯데쇼핑의 지분을 취득하자 경영권 승계과정에 변화조짐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으로 14.5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어 신 회장의 장남인 일본 롯데 신동부 부사장이 14.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 회장도 1.47%를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동빈 부회장의 이복누이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역시 0.7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두 사람은 경영 참여나 승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며 “지분 매입에 대해 밖에서는 자꾸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데 그룹 측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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