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는 저가항공
다음 비행기는 어디?
상태바
날개 접는 저가항공
다음 비행기는 어디?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10.27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성항공 운항 중단… 업계 “올 것이 왔다”

군소 저가항공사들 취약한 자본구조로 흔들
대기업자본 제주·진에어·에어부산도 불안
좁은 시장서 과당경쟁… 시장재편 머지않아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고유가·고환율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저가항공사들이 날개를 접고 있다.

저가 항공사 국내 1호인 한성항공은 적자에 허덕이다 지난 18일부터 전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군산을 거점으로 지난해 출범한 중부항공은 운영비 부족으로 문을 닫았고 3세대 항공사를 표방한 퍼플젯 역시 자금 압박으로 주춤한 상태다.

올해 운항을 시작한 부산 거점의 영남에어도 공항시설 사용료를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의 지붕 아래 있는 제주항공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쟁사인 한성항공의 운항 중단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책을 세우고 있지만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설립 2년 만에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 제주항공은 올해도 1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가 출범했고, 최근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이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밖에도 코스타항공(울산), 이스타항공(군산)이 취항을 앞두고 있어 저가항공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항공 시장 규모와 상황에 비해 저가항공사들이 지나치게 난립하고 있다”며 “저가항공 시장도 한 차례 재편바람이 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성항공은 지난 17일 “적자 누적과 투자 유치 실패로 인해 더 이상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18일부터 청주~제주, 김포~제주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성항공은 “최근 항공기 추가 확보와 국제선 취항을 위해 1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금융위기로 실패해 운항을 중지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8월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하면서 국내 저가 항공 시대를 연 한성항공은 그 해 12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한 차례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이듬해 2월 15일 운항을 재개한 한성항공은 이후 김포~제주 노선을 취항하고 항공기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6년 매출 53억원, 지난해 124억원, 올해 상반기 1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계속된 고유가와 항공기 한 대 당 10억원이 넘는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만 270억원에 달하고 지난 8월부터 한국공항공사에 내야 할 착륙료, 사무실 임대료 등을 연체해 일부 통장을 가압류 당했다. 지상조업 서비스업체와 항공기 급유회사 등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과 임금도 체불하면서 운항을 전격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한성항공은 현재 국내 펀딩, 매각 등 다양한 형태의 방법을 고려, 자금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성 측 관계자는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문사에서 조언하는 대로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운항 중단에 따른 예약자들에 대한 환불은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지만 고객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항공 ‘경영권 포기 각오, 자금난 해소 주력’

▲ <자금압박에 따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8일부터 전 노선 운항중단을 결정한 한성항공. 국내 저가 항공 1호인 한성항공이 날개를 접음에 따라 저가항공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성항공의 운항 중단으로 인해 국내 저가항공 시장은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자본구조가 취약한 군소 저가항공사들은 전반적으로 적자누적과 낮은 탑승률에 시달려 온데다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다.

특히 항공 산업 특성 상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지금과 같이 경제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는 자금을 끌어오기가 더더욱 어려워 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가항공사 상당수가 항공기를 외국에서 임대해 쓰는데, 최근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환차손 피해를 입고 있는 점도 심각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에선 벌써부터 제2, 제3의 한성항공이 나올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자본력이 뒷받침 된 제주항공(애경그룹)이나 진에어(대한항공 계열),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계열)등은 항공시장이 어렵다고 해도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저가 항공사들은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자금난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부항공, 퍼플젯이 자금조달 실패로 사실상 사업을 접은 데 이어, 부산에 본사를 둔 영남에어도 공항시설 사용료를 체납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취항 예정 항공 줄줄이… 출혈경쟁 심화

제주항공 역시 모기업 애경그룹의 든든한 실탄을 업고 있기는 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경우 200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모두 3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7월 출범 한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도 아직까지는 탑승률이 50%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 27일부터 부산~김포 노선 운항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부산의 전망에 대해서도 업계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아시아나와 코드쉐어(공동운항)를 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기존 저가항공사보다 높은 운임료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12월 취항예정인 부산~제주 노선의 경우 주중 5만700원, 주말 6만1600원의 요금이 책정돼 있는데, 제주항공이나 영남에어에 비해 1만원 가량 높은 가격이다.

한편 올해 안에도 추가로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들 항공사들이 대기하고 있어 좁은 국내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인천타이거항공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선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저가항공 시장 규모에서는 1~2개 정도의 항공사면 충분하다”면서 “너무나 많은 항공사들이 난립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이 제주노선에 매달리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탄탄한 자본력과 특화된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가진 일부 항공사만이 살아남는 시장 재편이 멀지 않았다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권민경 기자 <kyoung@sisaseou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