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리베이트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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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리베이트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 황윤하 기자
  • 승인 2008.10.2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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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비자금 파문’ 후폭풍 어디까지

[매일일보=황윤하 기자]  

유한양행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방위 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유한양행의 비자금 조성 서류를 입수하고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 특수부에 배당,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부당고객유인행위(리베이트) 등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영업사원들에게 올해 초부터 매월 100만원에서 400만원의 상여금을 줬으나 일부 지역 지점에서 이를 지급하지 않고 일괄 관리한 뒤, 병·의원에 리베이트 명목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영업사원 상여금 명목으로 매달 40억~50억 원의 리베이트를 편법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다른 제약회사들은 ‘리베이트 후폭풍’을 우려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져 유한양행을 비롯해 9개사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및 고발 조치된 바 있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혹여나 우리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여파가 만만치 않다. 유한양행의 주식은 비자금 파문으로 급락했고, 다른 굴지의 제약회사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 한 영업사원은 “회사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자신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혀 받아보지도 못했고, 심지어 상여금이 간부의 통장으로 바로 이체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게 이 직원의 설명이다. 

 ▲ 유한양행 사옥
업계는 유한양행의 이 같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최근 복제약 시장에서 '영업력' 등이 다른 경쟁 제약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자구책 차원에서 일으킨 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에서는 내년 사장 선출 등을 앞두고 실적에 대한 내부적인 경쟁이 심화되어 보수적인 영업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업쪽 “지급된 상여금 간부 통장 이체 비자금 둔갑”
업계, “비자금 조성, 리베이트 사용은 공공연한 관행”
의료인이 의약품 선택하는 환경이 리베이트 부추겨

이에 대해 유한양행 측 관계자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못 받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아마 일부 지역에서 영업성과를 올리기 위해 상여금을 취합하고 영업활동에 사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기 진작차원에서 상여금을 지급한 것 사실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6월경 중단했다”며 “현재 이 부분에 대해서 자체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절대 회사에서 지시한 사항은 아니지만 몇몇 영업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비자금 파문 '불똥 번질까' 제약업계 전전긍긍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비자금 조성에 관해 겉으로는 쉬쉬하지만,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제약업체의 한 관계자는 “상여금 명목으로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병·의원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게 공공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병·의원에 전달하는 국내 제약업체의 리베이트가 업체규모에 따라 연간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특정 관련 없음>
이에 검찰은 유한양행의 비자금 조성 관련 서류를 입수하고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 특수부에 배당,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전방위 조사에 나선 터라 유한양행 ‘리베이트용 비자금 조성’ 파문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런 까닭에 제약업계는 불똥이 튈까봐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한편, 이미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한 리베이트 유형을 보면 현금 및 상품권 지원, 골프접대, 여행 경비 등 지원, 의료기기 등 각종 물품 제공, 국내외 세미나·학회·병원 행사비 지원, 종합병원에 연구원 파견 및 지원, 시판 후 조사(PMS) 지원, 병원 광고비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리베이트가 제공된 사실이 드러났다. 

고질적 리베이트는 약값 올리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지난해 유한양행 비롯해 9개사가 부당고객유인행위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99,7억 원, 고발(5개사) 등의 조치를 받았다. 2000년도부터 계획돼 있는 다국적 제약업체 건을 제외하고 2001년 10월, 2004년 2월, 2007년 11월 그리고 이번 사건까지 총 네 번이다.

그러나 시정 조치뿐 아니라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에서는 의료서비스의 특성상 환자는 의약품의 선택권이 없고 의료인에 의해 의약품 처방·판매가 결정되는 특수한 환경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 산업의 경우 소비자가 구매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므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할인 등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반면, 의료 산업의 경우와는 정반대라는 것. 또 제약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자사의 의약품이 채택·처방·판매되도록 하기 위해서 음성적 리베이트 경쟁이 굳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리베이트로 연간 2~3조원이 들어가고 있는데 폭리의 일부가 의료계 리베이트로 들어간 것을 국민들이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면서 약값 거품 제거를 촉구했다.

공정위에서도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제약회사의 비용부담으로 결국 의약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며 R&D(연구개발) 투자액 감소 등으로 신약개발의 기회가 상실된다”고 분석하면서 “이로 인해 신약개발 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었던 기업이윤을 로비 등 비생산적인 부분에 낭비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소비자(환자)의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정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적발된 10개사의 리베이트성 자금 규모를 약 5,228억 원, 리베이트 비율을 총매출액의 20%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공정위, 관련 업체 및 단체는 리베이트 제공행위 근절을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올해 초 한국제약협회가 병원장들에게 “제약업계는 부당고객유인행위를 하지 말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요구도 거부하자는 자정운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병원장들의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지만, 병원장들은 “마치 (병원들이)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높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황윤하 기자 <bluesky2157@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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