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혈세 투입 ‘10·21지원책’
줄도산 건설사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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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원 혈세 투입 ‘10·21지원책’
줄도산 건설사 구할 수 있을까
  • 김시울 기자
  • 승인 2008.10.2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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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급한 불 끄겠지만 근본해법 아냐”… 국민 돈 퍼주기 정책 도덕적 해이 논란도

미분양 주택 환매조건부 매입, 미분양 펀드 조성
공사물량 담보로 대출, 브리지론 70억원으로 확대
건설사 A~D 등급 분류 구조조정으로 옥석 가려

[매일일보= 김시울 기자]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 9조원의 돈을 지원한다.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에 따르면 자금난을 겪는 건설업체에 공공택지 전매를 허용해주고 공공택지 환매와 민간 건설업체가 보유한 택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한주택보증을 통해서는 최대 2조원 규모로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고, 미분양 펀드를 조성해 공식 16만 가구가 넘는 미분양 문제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지원 대책으로는 건설업체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를 연장해주는 한편,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조6393억 원의 만기를 선별적으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건설업체가 시공 중인 잔여 공사물량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브리지론을 중소건설사를 대상으로 현재 70억 원 한도까지 확대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건설업체들은 재무 상황에 따라 A~D 등급으로 분류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업체는 무더기로 퇴출된다. 사실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옥석을 정확히 가려, 살릴 기업은 지원하고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ㆍ구조조정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미분양주택 환매조건부 매입 2조원, 공동택지 계약해제 허용 2조원,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 3조원 등을 포함해 총 8조7천억~9조2천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건설사에 직접 지원해준다는 방침이다.

건설사 부실의 핵인 미분양주택은 지방의 공정률 50% 이상 주택 가운데 대한주택보증이 2조원 범위 내에서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해주고 환매시에는 매입가격에 자금운용수익률과 여타 비용 등을 더해 가격을 산정한다.

토지공사가 이미 분양한 공동택지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이상 대금납부를 연체중인 건설사를 상으로 계약해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계약보증금은 토지공사에 귀속한다.

또 건설사들이 보유토지 매각을 원할 경우 토지공사가 역경매 방식을 적용, 3조원 범위 내에서 최저가로 매입하며 매입가격은 기준가격 대비 90%를 넘지 못한다.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공적보증기관이 신용을 보강한 뒤 이를 기초로 유동화 채권을 발행하도록 해 5천억~1조원의 자금융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한편 건설업체를 4개 등급으로 분류,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이 있는 회사는 지원하되 부실회사는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A,B 등급의 경우 채권은행이 만기연장이나 이자감면, 신규자금 등을 통해 신속 지원하고 C등급은 워크아웃 등으로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경영정상화가 곤란한 D등급은 회사정리절차에 착수키로 했다.

업계 찬반 양론 팽팽…미분양 자초 건설사 특혜 주장도

▲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에서 가계주거 부담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백운찬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 정책관,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도태호 주택 정책관, 김주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정부의 이번 지원안 발표에 대해 건설업계와 안팎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단 유동성 지원 방안을 골자로 하는 ‘10ㆍ21대책’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건설사 보유 공공택지의 제3자 전매 허용과 회사채 만기 연장 등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한국토지공사에서 공공택지를 분양받은 후 자금난에 처하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이미 계약을 했기 때문에 전매가 불가능했다.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공적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한 후 이를 기초로 유동화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추진하는 방안의 경우도 지방 미분양이 많은 건설사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PF대출 및 ABCP 등 만기 연장과 이자 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해 건설사의 단기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효과가 클 것으로 건설사들은 전망했다.

그러나 토공에서 분양받은 공공택지의 계약해지를 허용하는 대신 계약금을 토공에 귀속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건설사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또 대한주택보증에서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공정률이 50% 이상인 미분양주택을 감정평가금액 이내에서 역경매 방식을 적용, 매입키로 한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안도 기존 분양계약자와 형평성 문제로 인한 대규모 민원 발생에 대한 우려로 건설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지원이 건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체가 떠안고 있는 미분양 부실에는 업체 자체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특혜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올 들어 6.11대책과 8.21.대책, 이번 10.21 대책까지 총 3번의 건설업체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6·11 대책을 통해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10% 내릴 경우 신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60%에서 70%로 높였다. 8·21 대책에서는 택지 감정가의 120% 내에서 실매입가를 인정해 주는 파격적인 조치도 내놨다.

하지만 당초 정부 기대와 달리 이들 대책의 약발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 미분양은 계속 늘고,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였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건설업체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는 점이다. 미분양 사태의 경우 수요를 무시하고 무리한 사업 확장에 급급해 무작정 짓고 보자는 식의 건설을 한 업체들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건설업계에 대한 또 한번의 특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 대책이 자칫 부실 건설사의 퇴출을 지연시켜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권의 부실을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증권가, “유동성 위기 진정 효과 있지만 회복에는 시간 걸려”

증권가에서는 이번 10.21일 대책이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를 일단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업황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정책은 정부의 가장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정책인데다 구조조정 계획까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신용위험이 있는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수요 견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며 유동성 공급 규모가 기대에 비해 적다는 점이 정책의 효과를 제한할 우려도 있다”고 분석했다.

동양종금증권은 “10.21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부문의 자금 경색 심화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건설산업 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건설회사로의 주택 사업 재편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9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은 신용경색 완화 및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건설업 구조조정 방안은 메이저 건설사 중심의 차별화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대신증권은 “모럴해저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건설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건설업체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면 더 큰 시장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이번 대책은 큰 불을 잡는 응급처치 효과와 이를 통해 건설업의 리스크 감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B투자증권은 “건설사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경색이 다소 완화되고 시장에 만연한 유동성 위기 공포 심리가 희석될 수 있다”면서도 “건설사에 대한 신용 보강 대책 마련, 분양가 인하와 부실자산 정리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시울 기자 <kseeul@sisa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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