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향해 달리는 민주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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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향해 달리는 민주號
  • 서태석 기자
  • 승인 2008.10.0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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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대 발기인 전현직 50여명 ‘세 결집’ 과시

친노진영, 조직적 세규합으로 계파분열 현실화 위기
정세균 대표 중심 ‘단일대오’무너지나 촉각 곤두

민주당 내 계파 간 권력 투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7.6 전당대회에서 정세균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특유의 안정된 리더십을 발휘하며 ‘통합’이라는 큰 틀로 단일대오를 이루는 듯 했으나 서서히 민주연대, 친노진영 등으로 카테고리가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것.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7월 6일 전당대회를 열어 정세균 후보를 임기 2년의 새 대표로 선출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그리고 ‘강력한 대안 정당’을 만들어 라는 주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염원과 동떨어진 당의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당의 고민 또한 여권의 거듭된 ‘자중지란’에도 불구하고 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이 점이 ‘다양한 계파’의 출연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민주당의 개혁성과 야성 회복을 주창하고 나선 ‘민주연대’가 지난 달 30일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섰다.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연대 발기인 대회에는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찾아와 축하인사를 건넸고 18대 총선 낙선자들을 포함한 전·현직 의원 3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세를 과시했다.

민주연대 발기인으로 참석한 전·현직 의원들은 한나라당에 정권을 빼앗긴 데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를 ‘민간독재’로 규정하고 투쟁의지를 다졌다.

김근태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체육관에서 선출되지는 않고 선거로 당선됐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오늘 이 땅의 모습은 비민주적, 반민주적인 신공안정국”이라며 “마침내는 영원히 박물관에 보내졌다고 여겨진 국가보안법이 드라큘라처럼 되살아났다. 민주연대는 민간독재와의 투쟁전선 맨 앞에 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경 당 사무총장은 “정말 국민이 바라고 있는 새로운 경제정의와 대한민국의 비전에 있어서 훨씬 더 섬세한 정책을 짜내는 개혁세력의 실력과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그것이 부족해서 민주당이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반듯하게 만들어 나가다가 그런 비전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사이비 개혁세력을 잠깐 외쳤던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겼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천정배 의원도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국민과의 소통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아집에 빠지고 국민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며 “수구 기득권 세력에게 이 나라의 주도권을 내준 것은 우리에게도 기득권 세력 못지않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은 “시장실패의 보완을 중시하는 경제적 이념을 토대로 해서 무너져가는 이명박 정부로 인해 나라가 무너지는 꼴로 가지 않도록 정부와 나라를 분리하고 야당 중심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전 의원은 “우리 세력이 분열돼서 지금은 우리가 야당이 됐다”며 “우리는 뭉치고 합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행동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규성 의원은 “민주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고 각지에 있는 모든 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고 힘이 모아져야 강한 민주연대가 된다. 대중과 함께 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연대에는 김근태 전 장관(GT계)측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와 정동영 전 장관(DY계)측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5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노웅래, 이종걸, 최규성 의원을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임명, 11월 중순께 창립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친노(親盧) 진영이 조직적 세규합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민주당 분열의 조짐이다. 이해찬 전 총리가 지난 4월 연구재단 ‘광장’을 출범한 데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11월 출범을 목표로 정치연구소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준비위 개소식을 최근 가졌다. 참여정부 시절 정책통이나 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한국미래발전연구원’도 발족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훈수정치’를 시도하며 침묵을 깬 것은 이런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퇴임 이후 가급적 정치현안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온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근 부쩍 정치 관련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민주주의2.0’을 개설한 이후 ‘노공이산’이라는 필명으로 호남지역 정치인을 겨냥, “안방정치, 땅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의 선량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며 “호남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거침없이 비난했다.

이어 “제발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혁에 전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선거구 개혁은 지난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하고자 했던 것인데, 당시 박상천 총무와 일부 호남 정치인들은 하는 척 하다가 말았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친노 진영의 정치 재개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선 참패 이후 친노 진영 일부는 탈당 후 정치은퇴를 선언하거나 총선에 도전했으나 ‘참여정부 책임론’으로 민주당 내 위상은 크게 악화됐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누그러지면서 친노 진영의 재기의 움직임도 가시화됐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이 7.6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입성,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 내외에서는 정치권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청정회’에 50여명이 참여하는 등 친노 진영의 정치 재개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2의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 전 장관은 현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 전 장관은 1일 전북대학교 상대 시청각실에서 ‘헌법 애국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초청강연을 통해 “유모차 부대에 대한 수사나 언론사의 불매운동에 나선 네티즌들을 대하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사법당국 관계자들이 좀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이는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이는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자 권력에 대한 오만, 그리고 역사에 대한 교양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라는 학생의 질문에 대해 “이와 관련된 답변은 별도의 강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입을 연 뒤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정부는 개념을 탑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치 재개활동 시기를 묻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꼭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은 없지만 안할 생각도 없다”면서 “지금은 뭔가 할 수 없는 환경일뿐더러 국민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유 전 장관은 “중간에 국민들이 정치를 하라고 하면 굳이 안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정치 재개를 위한 특별한 일정이나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정치권은 열린우리당 시절 주류에서 비주류로 탈바꿈한 민주연대, 친노진영이 정세균 대표의 신주류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향후 정체성 논란을 촉발시키면서 당의 분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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