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혈우병 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서 합의점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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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혈우병 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서 합의점 못찾아
  • 성현 기자
  • 승인 2012.06.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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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치료제 투입 후 감염 확인"...녹십자 “1인당 5천만원 이상은 못 준다"
▲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녹십자홀딩스(대표 허일섭 회장)가 자사 약품을 복용한 뒤 에이즈의 원인인 HIV(인간면역결핍증)에 감염된 혈우병환자들과의 손해배상소송에서 보상금 지급에 인색한 자세를 취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부장판사 최완주) 중재 하에 진행된 녹십자홀딩스와 혈우병환자 박모씨 외 68명(환자 16명, 가족 53명)은 ‘혈우병환자(HIV) 손해배상 청구소송’ 파기환송심 최종 4차 조정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소송은 결국 정식 변론 과정을 거치게 됐으며 오는 8월에 속개된다.

박씨 등은 녹십자홀딩스가 생산·판매한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을 복용한 뒤 에이즈·HIV가 발병했다며 지난 2003년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환자 1인당 2억원씩 총 32억원을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재판부인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원고들은 치료제를 투약하기 전 HIV 감염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었고 치료제를 투약한 다음에 HIV 감염이 확인됐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열린 파기환송 심에서 원고 측은 에이즈·HIV 발병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 피해 배상 32억원을 요구했지만 녹십자 측은 환자 1인당 3000만~5000만원 이상의 배상은 힘들다고 못 박아 조정에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로엠(LawM)의 이동필 대표변호사는 “지난 2월부터 이날까지 4차례나 열린 조정에서 녹십자 측은 환자가 가족들이 느꼈을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 5000만원 이상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녹십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 피해자 측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의약품제조사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 변호사는 “녹십자는 조정 과정에서 ‘HIV에 감염됐지만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은 원고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배상 대상이 아니지 않는냐’고 발언했는데, 이는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화를 참지 못하고 조정 도중 ‘그럼 치료를 중단하고 에이즈에 걸리면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인 적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물론 원고들 모두 고통스럽겠지만 나이 어린 자식이 HIV에 걸린 모습을 바라봐야 되는 부모들의 심정이 오죽 하겠냐”며 “녹십자에 크게 실망했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조세금융일보>는 녹십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금인 32억원은 지난해 녹십자홀딩스의 당기순이익 160억원 대비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녹십자홀딩스는 자사의 또다른 혈우병 치료제를 먹고 역시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강모씨 외 76명과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치르고 있다.

▶ 매일일보 조세금융전문웹진 [조세금융일보] 06월08일(14:13)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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