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오너 친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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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오너 친족회사 일감 몰아주기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06.0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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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를 위해서라면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의 주력 계열사 두산건설이 그룹 총수의 친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박용만(57) 그룹 회장의 친동생 박용욱(52)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생그룹의 계열사 ‘넵스’와 ‘이생테크’에 두산건설이 발주하는 아파트 내부공사 등의 물량을 몰아주고 있는 것. 두산건설은 특히 지난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넵스와 이생테크는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뒷말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과는 달리 실제로는 수년째 일감 몰아주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업계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우측)
두산건설, 박용만 회장 동생 회사 이생그룹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일시적인 것” 해명 불구 지난 5년간 매출 의존도 평균 70%에 달해

두산건설과 이생그룹 계열사 간 수상한 거래가 재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생그룹의 계열사인 넵스와 이생테크가 두산건설로부터 매년 전체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 물량을 수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까닭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들 기업의 오너들이 서로 혈연으로 엮여있다는 점에서 뒷말이 일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친형제인 것. 박용만 회장은 지난 1973년 작고한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5남이고, 박용욱 회장은 6남이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이 오너의 친족회사에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형제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이생그룹의 계열사 넵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내장공사 및 가구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 1629억원 가운데 85.3%에 달하는 1400억원 가량을 두산건설로부터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4억원에 달한다. 두산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의 내부 공사를 수주해 이 같은 수익을 거둔 것이다.

특히 장기화된 건설경기침체로 두산건설이 지난해 2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넵스는 오히려 13.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석공·인테리어건축 업체인 이생테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 1300억원 가량의 도급계약금액 가운데 절반가량인 648억원을 두산건설과의 계약에서 올렸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보고서에 정확히 명시된 주요 공사 도급 계약만을 기준으로 했을 뿐, 만약 ‘기타’로 분류된 부분에 두산건설이 발주한 또 다른 공사현장의 도급계약이 포함돼 있을 경우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런 덕분인지 이생테크는 지난해 890억원의 매출과 1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넵스와 이생테크에 박용욱 회장과 그 일가들이 대주주로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넵스의 지분은 박 회장이 7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생테크는 박 회장의 아내인 이상의(52)씨가 40%, 장남 승원(19)군이 30%, 박 회장과 두 딸인 효원(26), 예원(25)씨가 각각 10% 씩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생테크의 경우 미성년자인 승원군이 해당 회사 지분을 구매할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포진해 있는 까닭에 넵스와 이생테크가 두산건설의 일감 몰아주기로 올린 그 수익은 고스란히 오너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태까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다른 대기업들의 사례에 비춰보면, 박 회장의 자녀들이 거둔 수익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두둑한 실탄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시각이다. 두산건설과 이들 기업 간 일감 몰아주기에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감 몰아주기 아니라고는 하는데…

하지만 두산건설은 넵스, 이생테크와의 거래가 통상적인 일감 몰아주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특별한 사유 발생 시 일시적으로 매출 의존도가 증가했던 것 일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말한 ‘특별한 사유’란, 예컨대 두산건설은 지난해 부산 우동 지역에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두산 위브 더 제니스’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내부 마감을 위해 일시적으로 이들 회사와 거래를 진행했다. 해운대 제니스는 아시아 최고의 주상복합아파트를 표방하는 만큼, 해외 고급 주방가구를 독점 수입·유통하는 수입자재 전문 브랜드 넵스 등과 내부 마감에 관한 일처리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두산건설에 대한 넵스의 과도한 매출 의존 경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앞선 5년간 평균 매출 의존도가 무려 70%에 달하는 것.

실제 넵스의 201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그해 두산건설의 거래에서 전체 매출의 68.2%를 올렸고, 2009년도의 의존도는 81.1%나 된다. 이보다 앞선 2008년과 2007년에도 두산건설에 대한 넵스의 매출 의존도는 각각 56.47%, 60.18%에 달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두산건설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넵스에서 알고 있으니 그쪽과 통화해 보라”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 넵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매년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매출 의존도는 달라지고 있다”며 “두산건설 외에도 금호 등 다른 기업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독 두산건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수년째 높은 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넵스 관계자는 “두산건설로부터 우리의 시공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그간 큰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진행하면서 시공능력을 인정받아 정당하게 공사를 수주한 것일 뿐, 이를 일감 몰아주기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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