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왕' 밀리오레의 추락...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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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패션왕' 밀리오레의 추락...왜?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2.06.07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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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지 못한 패션왕...최종 선택은 호텔 사업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동대문 패션왕’ 밀리오레가 추락하고 있다. 한때 동대문 밀리오레를 기점으로 전국 6개 직영점(2010년 기준)을 거느리며 90년대말 우리나라 패션산업을 리드했던 밀리오레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그 명성은 예전만 같지 못하다. 이에 밀리오레를 운영하는 (주)성창F&D(이하 성창)는 명동 밀리오레를 호텔로 전환해 캐시카우(수익원)를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성창 측의 일방적 계약해지에 따른 상가 점주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일보>이 집중취재 해봤다.

동대문 밀리오레.
잘나가던 밀리오레, 잇단 매각·소송으로 몇 년째 잡음

호텔사업에 눈 돌린 밀리오레, 애타는 상가주 외면

명동 밀리오레에서 조그만 의류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권모(女·50)씨는 올해 초 성창 측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에 어안이 벙벙했다. 오는 8월 말까지 무조건 자리를 비워 달라는 것.

권씨는 계약만료일이 몇 개월 남았던 터라 성창 측의 일방적 해지통보에 잠시 분노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수입이 예전만 같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달 내는 임대료 등의 경비가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권씨는 성창 측에 “차라리 6월까지 나가겠다”고 재통보했다.

그런데 성창 측은 권씨의 요구를 묵살했다. 성창 측은 “8월 말에 비워주는 것으로 협조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어떠한 타협도 할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권씨는 “약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희생과 협조만을 운운하는 것은 횡포”라며 “계약 만료 전에 비워주겠다는 데도 자신들의 스케줄에만 독단적으로 맞출 것을 강요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권씨와 마찬가지로 계약만료일이 4개월여 남은 김모(男․45)씨 역시 “8월까지 무조건 나가달라는 데 아무 대책도 없이 막막하지 않겠느냐”며 “이미 (호텔)인허가는 떨어졌으니 미리라도 나가게 해달라는 데 그건 또 안 된다면서 다달이 나가는 임대료를 깎아준다던지 보상은 한 푼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명동 밀리오레 일방적 계약해지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창은 명동 밀리오레를 일본 브랜드 ‘로와지르 호텔 명동’(이하 르와지르 명동)으로 전환, 오는 9월 오픈할 계획이다.

성창은 일본의 호텔체인그룹인 솔라레 호텔&리조트와 지난 4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와지르는 솔라레가 가지고 있는 호텔 브랜드 중 하나다.

<매일일보>이 만난 상가 점주 김모(女․41)씨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호텔 전환에 따라 당초 특화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성창이 당초 계획과 달리 지하 1층 자리에 스파를 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가 점주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점주 역시 “성창이 명동 밀리오레를 호텔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이곳 점주들은 대부분 잘됐다는 반응이었다”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점포를 운영할 여력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점주들 중에는 호텔 전환에 따른 매출 상승을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성창이 지하 1층을 매각하고 스파로 전환하려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술렁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잘나가던 ‘패션왕’ 추락한 까닭

밀리오레의 대주주인(지분 100%) 성창F&D의 유종환 대표는 국내 최초로 대형 패션 전문 쇼핑몰을 도입, 업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일약 동대문 패션왕에 등극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기준 성창의 전체 매출액(267억원) 대비 순손실액은 무려 194억여원에 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밀리오레의 추락 원인을 2000년대 초반 중저가 의류로 큰 인기를 끌었던 밀리오레가 저가 브랜드와 SPA브랜드의 등장에 밀려 입지가 약해진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상가 점주들과의 잦은 마찰도 성장을 저해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실제 광주, 경기, 수원, 대구 등 지방 밀리오레 상가 점주들은 2002년부터 성창을 상대로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 등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으며, 성창과 분양대행사들은 2001년 말 상가 분양과 관련 공정위로부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신촌 밀리오레 점주 125명이 성창을 상대로 과장·허위광고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했다.

결국 내리막을 걷던 성창은 결단을 내리게 된다. 2007년 대구 밀리오레(트라이시스코리아원) 매각을 시작으로 2008년 수원 밀리오레, 지난해 4월 광주 밀리오레를 차례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성창이 '패션사업을 아예 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호텔로 전환 예정인 ‘명동 밀리오레’가 대표적인 방증의 예이다.

성창 “호텔사업 문제 생겨 답변 곤란해”

<매일일보>은 밀리오레의 현재 상황을 들어보고자 성창 유종환 대표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성창이 위치한 동대문 밀리오레 20층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명동 밀리오레의 매각이 무산된 결정적 요인과 기존 점포 점주들과의 갈등, 최근 신촌 밀리오레점 분양자들과의 소송에서의 패소에 따른 보상 절차 등의 내용이 담긴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성창 측은“호텔 사업의 경우 문제가 생겨서 조심스럽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그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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